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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명소’된 미 첩보함 푸에블로호

북한 당국 한국 기자에 첫 공개…1968년 북한 영해 침입했다 나포, 미국엔 아픈 상처

대동강 ‘명소’된 미 첩보함 푸에블로호

대동강 ‘명소’된 미 첩보함 푸에블로호
1968년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첩보함 푸에블로호가 미국 국무장관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 직전 한국 기자에게 처음 공개되었다. 몇달 전 북한을 다녀온 인사가 평양 관광에 나섰다가 우연히 찍어온 사진을 한 월간지가 입수해 공개한 적은 있으나 북한 당국이 한국 기자에게 푸에블로호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순)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북한 기자는 평양 체류 7일째인 10월20일 ‘반제 투쟁의 빛나는 노획물’인 푸에블로호를 취재하는 ‘행운’을 얻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10월23일)과 관련해 뭔가 기념할 만한 취재가 없을까 하는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한 결과였다. 그렇다고 해서 푸에블로호를 촬영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전혀 아니었다. ‘아태’측 안내원이 기자에게 주문한 것은 단지 “해군 병사들을 근접 촬영하지는 말라”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미 해군의 최신예 정보수집함이었던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 바다에서 나포된 때는 1968년 1월23일 오후 1시45분경이었다. 김신조 등 북한 무장 비정규군이 청와대를 습격(1·21 사태)한 지 이틀 뒤였다. 푸에블로호는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북한군의 동태를 정탐하기 위해 원산 앞 바다의 북한 영해까지 깊숙이 들어갔다가 북한군에 의해 나포되었다.

막강한 미 해군 함정이 공해상에서 나포된 것은 미 해군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당시 미국은 공해상이었다고 주장했으나 협상과정에서 북한측에 영해 침입 사실을 시인하고 정중히 사과했다). 당시 존슨 행정부는 즉각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미 제5공군에 비상출격 대기명령이 내려지고 핵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가 원산 앞바다에 근접해 무력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판문점에서는 군사정전위가 열렸다. 북한군 또한 전군 비상령이 발동되었다.

구한말 셔먼호 격침비 옆에 전시



북한의 태도는 완강했다. 미국은 11개월 간의 지루한 협상 끝에 끝내는 두손 두발을 모두 들고 말았다. 미국은 그해 12월23일 푸에블로호 승선원 82명을 시체 1구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넘겨받았다. 물론 미국은 북한에 영해 침입 사실을 시인하고 정중히 사과해야 했다. 미국으로서는 ‘치욕’이었고 북한으로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푸에블로호는 나포된 이후 지난 1998년 말까지 30여 년간 원산의 북한 해군 군항에 있었다. 그러다 김정일 총비서의 지시로 1995년께부터 원산항에 전시해 일반에 공개되어왔다. 그러다 푸에블로호는 어느날 갑자기 동해상에서 사라졌다가 서해상에 나타났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깜짝쇼를 연출한 것이다. 정확한 이동 시기와 경로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다만 원산에서 서해상으로 옮겨진 시점은 1999년 1월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로동신문’(1999년 10월27일자)은 “원산 앞바다에 있던 푸에블로호가 현재 대동강 ‘충성의 다리’ 근처로 옮겨져 있다. 이는 김정일 총비서가 1998년 12월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푸에블로호는 구한말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號) 격침비가 서 있는 대동강변 제방 바로 옆에 정박돼 있다.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의 문(개항)을 열기 위해 대동강을 거슬러오던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는 평안감사 박규수에 의해 격침(1886년)되었다.

셔먼호 격침 100주년을 기념해 1986년 9월2일에 세운 격침비 바로 앞에 푸에블로호를 전시한 배경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 미 국무장관은 ‘강성대국 조선’의 문(개방)을 열기 위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고, 북한 또한 미국과의 수교를 원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이곳으로 한번 안내하는 것이 좋겠다고 농담반진담반으로 말하자 안내원은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주간동아 2000.11.02 257호 (p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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