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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얼음 50년 안에 다 녹는다?

해빙 급속 진행 20년간 14% 줄어…NYT는 “북극점까지 녹았다” 보도 후 정정 소동

북극해 얼음 50년 안에 다 녹는다?

북극해 얼음 50년 안에 다 녹는다?
올해 뉴욕을 비롯한 미 동부의 여름은 이례적일 정도로 서늘했다. 뉴욕의 7월 평균 기온은 섭씨 22.1도로 8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0도에 가까운 불볕 더위로 동부에서만 수백명이 사망한 지난해의 기억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남서부 지방의 폭서나 몬태나주의 거대한 산불 등도 뉴욕 시민들의 피부에는 와닿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최신호에 실린 기상 관련 기사는 선선한 여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사는 1845년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서 항로 횡단에 도전한 영국인 탐험가 존 프랭클린의 실패담을 거론하면서 시작된다. 두 대의 배로 북서 항로 개척에 나섰던 프랭클린은 북극해의 얼음에 갇혀 128명의 대원들과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북서 항로 개척은 60년이 지난 뒤에야 로알 아문센에 의해 이루어졌다. 걸출한 탐험가 아문센에게도 얼음과 빙산이 가로막고 있는 북서 항로 개척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3년이라는 시간을 북극해에서 보내며 얼어붙은 바다와 씨름한 끝에야 태평양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 난공불락의 북서 항로는 더 이상 개척할 수 없는 뱃길이 아니다. 항해술의 발달 때문이 아니라 급작스러운 기상이변 때문이다. 캐나다의 극지학자인 앤디 마일레는 북서 항로를 덮고 있던 얼음이 1998년과 99년 여름에 모두 녹아버렸다는 보고로 큰 충격을 주었다.

대륙이 있는 남극과 달리 북극은 90% 이상이 사시사철 얼어 있는 ‘얼음의 바다’다. 기상위성들은 이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의 두께가 1950년대 후반의 절반에 불과하며 얼음의 넓이 자체도 지난 20년간 14% 이상 줄어들었다는 관측 결과를 보고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북극의 얼음은 50년 안에 모두 녹아버리게 된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사라진다고 해도 해수면이 높아져 육지가 물에 잠기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차피 북극의 얼음은 빙산과 마찬가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해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물그릇 안에 있는 얼음이 녹는다고 해서 물이 넘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극의 얼음이 차가운 바닷물로 변했을 때의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만큼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어 지구 전체가 뜨거워질지도 모르고 북극해의 한류가 북유럽 근해로 내려와 유럽의 기온이 급격히 낮아질 수도 있다.



북극해의 해빙은 북극의 ‘주인’인 북극곰의 생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캐나다의 북극곰 연구가들은 허드슨만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의 몸무게가 최근 15% 이상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새로 태어난 아기곰의 숫자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북극곰 연구가인 이안 스털링은 북극해의 얼음이 매년 봄마다 2, 3주 가량 일찍 녹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빨라지는 북극의 봄소식이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음이 일찍 녹을수록 얼음에 구멍을 뚫어 바다표범을 잡는 북극곰 특유의 사냥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북극곰 역시 급작스러운 기상이변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기사는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는 ‘올 여름에는 북극점까지 녹아 바다로 변해버렸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가 열흘 만에 ‘북극점 부근이 여름에 일부 녹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정정보도를 내기까지 했다. ‘뉴욕타임스’의 섣부른 보도에 가슴을 졸였던 사람들은 8월29일의 정정보도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렇다 고 해서 북극이 녹고 있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온실효과로 지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북극을 녹게 하는 원인이라는 주장과 일시적인 이상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의 올라 요한네센 교수는 북극의 얼음이 얇아진 것은 북대서양 상공에 몰려 있는 더운 공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설대로라면 더운 공기가 몰리는 것은 일시적인 기상현상이기 때문에 북극의 얼음은 오래지 않아 정상 상태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드루 로스록 교수 역시 “북극해는 수만년 동안 얼어 있었다”며 50년간의 관측자료로 북극의 해빙을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계가 논란을 벌이는 동안 약삭빠른 장사꾼들은 북극의 해빙을 이용해 새로운 돈벌이에 나섰다. 핀란드의 한 선박회사는 지난해 여름 시베리아에서 출발해 북서 항로를 통과, 미국 버뮤다에 도착하는 ‘북극 크루즈’를 개발했다. 이 크루즈의 승객들은 두 대의 쇄빙선을 동반하고 북서 항로를 항해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북극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북서 항로를 이용할 경우 아시아에서 유럽을 잇는 뱃길은 기존의 파나마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2500마일 이상 단축된다고 한다. 북극해가 녹으면서 북서 항로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북극해를 둘러싼 각국의 영해 분쟁도 재연될 소지가 높아졌다. 더 늦기 전에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환경론자들의 걱정스러운 외침과는 아랑곳없이, 북극의 ‘여름’은 북극곰에서부터 관광회사에 이르기까지 이곳저곳에서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주간동아 2000.09.14 251호 (p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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