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1

2000.09.14

‘사이버 포주’ 손안의 e-세상

성인 사이트 게시판 통해 윤락녀 모집 매춘 알선…일감(?) 구하려는 여성들 몰려 연일 성업

  • 입력2005-06-17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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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포주’ 손안의 e-세상
    인터넷이 유흥가 포주들의 윤락녀 모집과 매춘 알선의 무대가 되고 있다. 최근 성인 사이트 게시판은 속칭 ‘사이버 포주’들의 윤락 광고판이 되다시피 했다. 철자법과 어법은 물론 정보통신 윤리까지 파괴하는 윤락 광고는 한마디로 ‘인터넷이 기가 막혀’다.

    ‘가족들 칭구들 모르게 돈 벌고 싶은 언니덜 필독’ ‘돈 마니 벌 공주 급구. 민짜는 사절’ ‘밤 아르바이트하실 분’ ‘한 미모하는 뇨자만 모셔!’ 등등.이처럼 ‘사이버 포주’가 인터넷상에서 활개치고 있지만 이들을 막을 만한 대안은 전혀 없는 상태다.

    “요즘 직업소개소 찾아가는 바보가 어딨어요. 친구 따라 가는 애도 없는데…. 인터넷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죠.” 서울시 강남의 유명 룸살롱에서 일하는 이미연씨(20·가명)의 말이다. 이씨는 8월 초 한 성인 사이트 자유게시판을 통해 유흥가에 입문했다. ‘사이버 포주’와 e-메일을 주고받은 뒤 면접을 거쳤다. 요즘은 ‘사이버 보도방’에 속해 ‘알바’(아르바이트)까지 한다. 지난해 10월 가출한 이씨는 PC방에서 우연히 이 사이트를 접하게 됐다.

    그녀가 일러준 사이트에서 어렵사리 ‘사이버 보도방’을 만날 수 있었다. 8월29일 새벽 한국판 포르노 포털사이트인 ‘sex*****.com’의 게시판에 ‘번섹 알바 구함’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랐다. 일명 ‘떳다방 포주’의 구인 광고였다. 대화명 ‘헌터 21’이 작성한 게시물의 내용은 “면접 보고 결정. 멜(메일) 주세용… 끝”이 전부였다. 보도방이 게시판에 머문 시간은 채 5분이 넘지 않았다.

    “게시물은 작성자가 언제든지 지울 수 있죠. 알 만한 애들끼리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방 사라져요.” 사이버 보도방은 비밀유지의 속성상 게시판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이 사이트 운영자 김모씨(37)의 말이다. 체류 시간이 길면 사이버 단속반에 꼬리가 잡힌다는 것이다. 그보다 이들은 오래 머무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단 5분이면 ‘보도’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지원자가 많기 때문이다.



    ‘w…sex……a.net’ 사이트에는 최근 일주일 동안 올라온 200여개 게시물 중 ‘돈이 급한데…’ ‘나 넘들과 넘 잘해…’ ‘일할려면???’ 등 윤락 일자리를 구하는 여성 네티즌의 게시물이 20건을 넘었다. 이른바 원조교제나 번섹(번개 섹스), 컴섹(컴퓨터 섹스)이 일상화된 성인 사이트에서 사이버 포주의 ‘인간낚시’는 ‘식은 죽 먹기’일 수밖에 없다. 구직 게시물이 올라오기 무섭게 대화명 ‘룸살롱 언니’ ‘김상무’ ‘이전무’ 등 포주들의 포섭작업이 시작되고, 얼마 후 구직 게시물은 사라진다.

    “번섹할 넘 와라 …돈 업슴 오지 마.” 8월31일 새벽 사이버 포주 ‘헌터 21’의 글이 포르노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다시 올라왔다. 이후 1시간 동안 술집 전문 사와 일부 성인방송 사이트 게시판도 ‘헌터 21’의 똑같은 글이 게재됐다.

    “20만원. 시간은 알아서… 자세한 건 멜(메일) 줘.” 신규 ‘보도’ 모집에 성공한 ‘헌터 21’이 손님을 찾고 있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동종업자들의 현황을 묻는 메일을 보내자 ‘헌터 21’은 “재수 없게…”라는 답장을 보낸 뒤 게시판에서 황급히 사라졌다.

    사이버 보도방이 ‘윤락 전용’ 공간이라면 술집 전문 사이트와 일부 여성 전용 사이트의 게시판은 여성 접대부 공개 모집의 장(場)이다. 함께 술 먹고 놀아준다는 중간단계를 거치지만 종착지는 역시 ‘윤락’이다.

    “아∼ 조금 있으면 겨울… 할 것도 없고… 망설이지 말고 몸으로 때우는 알바라 생각하십시오. 공주병 대환영^^…” “용모 단정한 걸들 구함. 기본 팁+α …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 …” “미모 때문에 유지비가 넘 마니 드는 공주들 보세용. 기본 10만원, 더 이상은 20만∼30만원” “하루 자신이 버는 액 (2차) 포함 23만원임.”

    최근 ‘…madam.co.kr’와 ‘…ip24.com’ 사이트의 게시판에 강남의 룸살롱 지배인과 마담들이 올린 글이다. ‘몸으로 때우는’ ‘+α’ ‘더 이상’의 의미는 바로 윤락이다. 결국 이 술집 지배인과 마담들은 윤락을 알선하는 포주인 셈이다.

    이같은 사이버 포주의 매매춘 알선은 국외로까지 이어진다. 한 유흥주점 전문사이트(vi…….com)와 여성 전문 사이트(job…….co.kr)의 게시판에 오른 사이버 포주의 구인광고는 취업사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선 모르게 돈을 확실히 벌 수 있는 기회! 멕시코에 첨으로 한국인 전용 단란주점이 생깁니다. 초보자는 왕우대. 월급은 US 2만$. 기본 팁은 약 6만원 정도, 그 이상은 약 20만원 선으로 예정… 스페인어학 공부도 하면서.”(작성자 섹시걸) “미국에서 일하실 아가씨를 구합니다. 한국에서는 몰르게 몫돈을 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숙식 제공 미모 자신있는 분. 월수 5000 이상.”(작성자 대박걸)

    누가 봐도 믿기 어려운 월급이지만 이들의 포섭 공작은 ‘먹이’가 걸려들 때까지 반복된다. 사이버 포주들이 이곳에서 광고를 하는 데는 게시판에 그만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취업 희망!(미국 LA 뉴욕 하와이) 연락 바랍니다!! 나이트나 룸 마사지 상관없음. 수입은 만불 정도 원함(플러스α)! 나이 25, 키1m70, 9월 초까지 기다립니다.” 구직광고를 올린 ‘서지니’라는 대화명을 가진 이 네티즌은 대담하게도 자신의 아이디를 공개하면서 ‘매춘 수출시장’에 몸을 맡겼다. 이런 사이트 게시판을 꼼꼼히 살피면 미국 멕시코뿐만 아니라 호주 일본 괌까지 사이버 포주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사이버 포주들의 윤락 알선은 여성들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사실 구인구직 전문사이트나 여성 전용 사이트 가릴 것 없이 게시판에는 ‘돈 벌고 싶은 남자’들이 ‘몸 파는 여성’보다 더 많다. “밤낮 내내 시간 널널한 알바 많아요~ 멜 주세요~ 용돈만 조금… 힘 좋아요~.” “군 입대 전 알바들. 멜 주시면 원하는 데로.” “대딩 많음. 설!남. 크다.”

    한 성인 인터넷방송 게시판에 오른 주부의 글은 사이버 포주의 ‘호스트’ 장사가 어디까지 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게시판을 보고 만난 알바인데 매너 좋구 밤에 힘 잘 쓰고 마스크 좋구… 이 세계에 손 땔려고 추천하는 넘입니다. 1m77에 70kg 정도. 고민 잘 들어주고, 할 거 하고 정말 예술입니다. 후회 안하실걸요. 서울 살고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멜 주소는… 좋은 밤 되시길.” 자신을 31세의 3년차 주부라고 소개한 이 여자는 사이버 포주의 소개로 알게 된 호스트에 감동한 나머지 이 남자의 e-메일 주소를 게시판에 공개했다.

    현재 네티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이버 포주 관련 사이트는 40여곳. 회원제 사이트일지라도 게시판만큼은 비회원들도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게시판은 사이트와 관계없다. 누구나 들어와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 게시판이다. 그 내용이 윤락 알선을 의미하는 건지 어떻게 아느냐” 게시판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비난에 대한 이 사이트 운영자들의 한결같은 반박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가 올 8월 말까지 단속한 인터넷 관련 범죄는 900여건. 이중 음란물과 관련해 폐쇄된 사이트가 37건이지만, 사이버 포주를 단속한 사례는 없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사이버상에서 러시아 여성 매매춘을 알선한 2명을 구속한 것이 전부다.

    “사이버 포주는 엄밀히 사이버 범죄라고 규정할 수 없죠. 다만 인터넷을 매개체로 사용했을 뿐 실제 범죄행위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니까 말입니다.” 사이버테러 대응센터 지경민 경위는 “인터넷 e-메일이 갖는 익명성과 보안성이 사이버 포주의 추적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익명의 섬’ 인터넷이 사이버 포주들이 활개치는 ‘사이버 홍등가’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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