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8

2000.08.24

15년 만에 만난 개구장이들

  • 입력2005-09-26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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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만에 만난 개구장이들
    세월이 유수(流水) 같다는 표현을 요즘같이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최근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15년 만에 만나 어릴 적 추억들을 화제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때 새록새록 되살아난 그 시절의 즐거운 기억들로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다.

    우리가 전에 살던 곳은 재개발이 되면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초등학교 친구들은 졸업 후 뿔뿔이 흩어져 사실상 만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변하지 않은 우리 초등학교의 위치와 건물뿐이다.

    가끔 사람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나도 연예인이었으면…” “나에게 저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는 생각이 가득했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마침내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지난 주말 6학년 때의 동창들이 한자리에 뭉쳤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매일같이 글을 올리면서 억지로(?) 기억을 더듬어 이름 하나하나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그리운 ‘미양의 추억들’이란 제목으로 릴레이식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6학년 때의 친구들을 찾게 된 것이다. 15년 만에 만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며 옛날의 기억 속에 푹 빠져버렸다.



    “어머! 쟤가 누구야?” “너 그때 키 엄청 컸었는데…” “너희 집과 우리집이 무척 가까웠었지” “그때 바지 벗긴 거 미안해” “야! 너 몰라보게 예뻐졌구나” “어! 넌 내 짝꿍, 넌 어쩜 변한 게 하나도 없니” “너 솔직히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 많았었지” 등등 끊임없던 우리의 대화.

    시간이 점점 갈수록 옛 시절로, 그리웠던 산동네의 추억으로 돌아갔다. 우리학교는 입구부터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나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선생님들에게 받은 벌 중에서 계단 오르기가 가장 자신이 있었다.

    내년이면 우리도 서른. 15년 만의 만남을 우리는 ‘서른에 즈음해’라는 제목으로 기념했고 각자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서로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멋진 일(?)을 하나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것은 바로 장학기금 조성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초등학교를 찾아 모교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후배들한테 보여주기로 했다. 만장일치, 대찬성이었고 차츰차츰 구체적인 방법들을 모색해 나가면서 함께할 다른 동문들도 찾기로 했다. 물론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서른에 즈음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15년 만에 만난 개구쟁이 녀석들. 모두가 정말 멋지게 변해 있었다. 어릴 때는 몰랐던 그 순수했던 느낌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친구들아! 우리 열심히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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