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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연금이라는 시한폭탄

우리가 ‘봉’이냐 … 공무원도 반기 들었다

부담률 인상 등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반발…“기금운영에 참여하겠다” 연금투쟁 선언

우리가 ‘봉’이냐 … 공무원도 반기 들었다

우리가 ‘봉’이냐 … 공무원도 반기 들었다
“정부는 공무원 연금기금의 고갈 원인과 부실 운영의 책임을 규명하라!” “연금기금의 정부 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라!”

공무원들의 ‘대반란’이 시작됐다. 8월10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건물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공무원연금법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결성 기자회견은 그 반란의 선전포고였다. 이날 회견은 공대위가 연금법 개정에서 90만 공무원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나설 것을 공식 선언한 자리. 전국 공무원직장협의회, 전교조, 한국교원노조가 ‘연금 사수’라는 기치 아래 한마음으로 뭉친 공대위의 적극적인 대응은 결코 만만치 않을 기세다.

“문제 많은 연금제도를 고치자는 ‘원칙’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최근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금법 개정 논의에 공무원도 참여해 올바른 개정을 이뤄내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공대위 공동대표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차봉천 대표는 “정부의 연금공단에 대한 낙하산 인사, 연금기금 운용의 부실을 떨치고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춘 연금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 공대위의 발족 취지”라고 밝혔다. 단순한 ‘돈 내지 맙시다’류의 캠페인 행사에 그치지 않겠다는 얘기다.

‘졸속 개정’을 막겠다는 이들의 ‘반란’ 배경에는 심각하다 못해 아예 바닥을 드러낸 연금기금을 바라보는 일선 공무원들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2000년 6월 말 현재 연금기금 총액은 2조5404억원. 실제 연금을 받고 있는 연금수급권자는 14만200여명이다. 1997년 말 6조2000억원이나 쌓여 있던 기금이 불과 2년 반 만에 이같이 대폭 줄어든 데는 정부의 구조조정과 방만한 기금 운용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대위측은 이 점에 대해 “연금기금을 공적자금 등에 저리로 투자해 기금 증식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했으며 연금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10만여명에 이르는 공무원 퇴출을 획일적으로 단행해 막대한 기금이 지출되도록 하는 단견을 보여왔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연금 적자만 2조7520억원. 금년에도 1조5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6월 말까지의 퇴직 공무원은 4만3000여명이지만 지자체 공무원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올해 말엔 퇴직자 수가 크게 늘 것으로 보여 적자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지난 한해 연금으로 지급된 금액만 5조원. 만일 현행 7.5%인 급여부담률을 내년에 8.5%로 높이더라도 연금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것이 연금공단측의 분석이다.

사실 ‘저부담, 고급여’란 공무원연금의 기형 구조에 대한 연금법 개정 움직임은 98년부터 있어 왔다. 연금 재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연금공단은 98년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연금개혁방안 용역을 바탕으로 개혁작업을 해왔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지난 6월30일 ‘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 공무원 연금부담률 인상과 연금수령 개시연령 상향조정 등을 골자로 한 연금법 개정시안을 내놓고 며칠 뒤 각 기관별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나 이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는 연금담당부서인 복지과와는 별도로 지난 7월 말 ‘공무원연금제도개선기획단’을 구성해 현재 연금법 개정을 위한 몇 가지 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연금제도개선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어쨌든 재정위기에 봉착한 만큼 현행 연금지급률이나 일시금제도 등의 큰 틀은 유지하되, 공무원 부담률을 높이고 지나치게 긴 연금수급 기간과 고급여의 원인이 돼온 연금지급 개시연령과 연금액 산정기준은 손댈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공직사회에서 연금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행자부는 지난 7월31일부터 자체 홈페이지에 ‘공무원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코너를 마련, 최근 펴낸 ‘공무원연금에 대한 문답식 설명’ 책자를 올려놓고 연금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한편 연금제도는 공무원과 정부, 국민의 상호신뢰 바탕 위에서 만들어진 제도란 점을 애써 강조하며 ‘공무원 달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일선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선량한 기금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뭇매를 가하면서 ‘연금공단 직원의 월급은 도대체 얼마나 되나’ ‘연금공단 해체하라’ 등 항의성 글을 공단 홈페이지에 쏟아내는 등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어쨌든 정부는 올해 안에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공대위 또한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기획예산처, 국회사무처 등 중앙부처와 입법부, 각 지자체 등 130여개의 직장협의회를 망라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는 기자회견 직후부터 전국 90만 공무원에 대한 연금법 개정 반대 서명에 돌입했으며 전교조와 교원노조 등도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 말부터 서명운동에 나설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공대위는 또 공무원 대표가 정부와 동수로 참가하는 (가칭)공무원연금제도개선위원회와 기금운영에 정부, 공무원 대표, 전문가가 동수로 참여하는 (가칭)공무원연금기금운영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사업목표로 잡고 전면 ‘연금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서 보듯, 사회보험을 운영하면서 미래의 경제변수를 모두 예측할 순 없다. 시대상황에 맞는 연금제도의 개혁은 불가피한 일이다. 제자리걸음을 계속할 것인가, ‘미래의 형평’과 안정된 운용을 위해 환골탈태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공무원연금제도는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0.08.24 248호 (p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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