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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한국전쟁 관련 두 권의 책

꼼꼼히 되짚어 본 ‘6·25의 본질’

꼼꼼히 되짚어 본 ‘6·25의 본질’

꼼꼼히 되짚어 본 ‘6·25의 본질’
김동춘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의 ‘전쟁과 사회’, 이희진-오일환씨의 ‘한국전쟁의 수수께끼’를 몇 차례 들었다 놓았다, 펼쳤다 덮었다를 되풀이했다. 한국전쟁 50주년이라고 하지만 도대체 누가 6·25를 되새김질하고 싶어하랴는 생각이 주춤거리게 했다.

지난 5월18일 광주민중항쟁 20주년 때 어느 철없는 대학생이 했다는 “남의 아버지 제삿날 왜 우리가 슬퍼해야 하느냐”는 말도 부담이 됐다. 그런 그들에게 50년 전 6·25는 더 아득한 남의 할아버지 제삿날 아닌가.

그러나 김동춘교수는 “6월25일이라는 전쟁개시일자는 끊임없이 상기하면서 1953년 7월27일 휴전일은 잊고 사는” 우리의 의식 속에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지난 50년은 치유의 세월이 아니라 잔인한 망각의 세월이었던 것이다.

이희진-오일환씨도 한국전쟁 50년이 흘렀지만 정작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요소와 배경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사실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먼저 김교수는 한국전쟁이 어떻게 한국의 정치사회 질서로 내재화, 일상화됐는지 분석하기 시작했지만 곧 벽에 부딪혔다. 지금까지 한국전쟁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 전쟁의 발발 원인과 책임규명, 특히 소련과 북한의 침략성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정작 전쟁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사회적 사실들은 거의 무시됐던 것이다.



김교수는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에서 “전쟁 중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었다. 답을 구하면서 민중은 ‘피난, 점령, 학살’이라는 세 단어로 전쟁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우리는 흔히 피난을 ‘공산주의를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지만 실제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실제 가족 중 군인이나 경찰이 없는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 생업에 종사했다. 나중에 중도파 정치가나 지식인, 자영업자까지 피난대열에 합류한 것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폭격을 피하기 위한 생존의 수단이었다.

점령은 또 학살을 불러왔다. 북한은 일제강점기 친일경력을 판단기준으로 삼았고, 남한은 인민군 점령하의 부역사실을 주시했다. 그러나 국가기구에 의한 작전으로서의 학살과, 사법적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처형으로서의 학살, 그리고 사실상 국가의 묵인하에 이루어진 사적 보복으로서의 학살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피난과 점령, 학살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한의 지배층과 지식층은 ‘애국자’가 됐지만 대다수 민중은 국가가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지 못하며 책임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집단적 학습의 결과, 과거 인민군이 오면 인민군 편을 들어 목숨을 유지하고 국군이 오면 국군 편을 들었듯이, 자유당에 기대고 공화당에 편승하고 민정당을 섬겨서라도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보장받으려는 심리가 공고해졌다. 김교수는 이를 피난상황의 계속이라고 말한다.

‘한국전쟁의 수수께끼’는 개전 의혹과 분단 미스터리를 주로 군사적인 작전상황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흔히 “소련의 사주로 북한이 남침했다”는 전통주의적 해석이나 “미 제국주의가 자신의 팽창야욕을 채우기 위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도했다”는 수정주의적 해석은 냉전이데올로기를 더욱 강조할 뿐, 한국전쟁의 기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두 저자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당시의 군사작전이다. 군사작전은 바로 전쟁의 주요 전략을 반영하는 행동이며, 그 전쟁의 본질적인 의도와 흐름을 가장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주는 지름길이라고 두 저자는 말한다.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전, 38선이 그어지게 된 배경, 루스벨트와 트루먼의 동상이몽, 인천상륙작전의 또다른 모습, 북진 미스터리,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던 미국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서술했다.

더 이상 ‘상기하자 6·25’가 아닌, 6·25의 망령으로부터 졸업하기 위해 바쳐진 두 권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전쟁과 사회/ 김동춘 지음/ 돌베개 펴냄/ 376쪽/ 1만3000원

한국전쟁의 수수께끼/ 이희진·오일환 지음/ 가람기획 펴냄/ 288쪽/ 9000원



주간동아 2000.07.06 241호 (p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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