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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송스님과 정치인

설송스님은 ‘현대판 무학대사’?

“탁월한 신통력 갖고 있다” 입소문…YS DJ 등 정치인들 줄줄이 찾아와

설송스님은 ‘현대판 무학대사’?

설송스님은 ‘현대판 무학대사’?
“현불사의 설송 스님을 찾아라.”

최근 정치권에 은밀하게 돌아다니는 화제 중 하나다. 5월25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에 있는 현불사(주지 적멸)에 국회의원 A씨가 찾아갔다. 바로 불승종(총무원장 문광) 종조인 설송(雪松) 스님(83·상자기사 참조)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A씨가 설송 스님으로부터 답을 구하고 싶었던 것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골치 아픈 일이 있는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 설송 스님이 예언력 등 뛰어난 신통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기에 해결책을 얻고자 첩첩산중을 마다 않고 찾아간 것이었다. 얼마나 명쾌한 답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A씨는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설송 스님. 암암리에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현불사를 찾은 정치인은 A씨만이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정치인들이 현불사로 걸음을 옮겼다.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5월11일. 여느 사찰처럼 현불사도 경향 각지에서 모여든 많은 신도들로 붐볐다. 이들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민주당 한화갑 조성준 추미애의원과 권정달 전의원 등이 그들. 이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서울에서 승용차로 5시간 거리인 이 사찰을 찾아 머리를 숙였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김중권 전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주당의 배종무`-`장영철 전의원, 한나라당의 정의화 최돈웅의원 등도 현불사를 방문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최명헌씨, 국회부의장을 지낸 윤길중씨 등도 현불사에 자주 얼굴을 보였던 사람들이다. 이한동 국무총리 서리 역시 여러 차례 현불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부인 조남숙씨와 동행하기도 했다. 그는 설송 스님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부인 한인옥여사도 작년 가을 중구절(음력 9월9일) 행사 때 현불사를 방문했다. 한여사는 그 뒤 가끔씩 설송 스님에게 안부전화를 한다는 것. 최근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박태준 전총리도 총리 재임 시절 서울 북아현동 자신의 집에서 설송 스님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어지간한 정치인은 다 다녀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불사를 찾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혹 괜한 오해를 받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설송 스님이 세운 불승종의 소의경전(기본 가르침으로 삼고 있는 경전)은 묘법연화경(약칭 법화경)이다. 설송 스님은 “금강경을 가르치던 평화로운 시대는 지났다. 지금 같은 어지러운 시대에는 법화경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선 등을 통해 부처가 되는 ‘자력신앙’을 강조하고 있는 조계종은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다.

법화경은 기도를 통해 깨침을 얻을 수 있다는 ‘타력신앙’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전. 현불사 신도들은 설송 스님의 법력이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석가여래’에 빗대 ‘설송여래’라고 부르는 신도들이 있을 정도다. 조계종 승려 가운데도 그에게 한 수 배워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정작 주목되는 것은 그의 예언력. 현불사를 자주 찾는 한 국회의원은 “잘못 알려질 경우 자칫 이적(異蹟)이나 행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된다”며 “정치인들말고도 불교를 열심히 공부하다가 벽에 부딪힌 사람들이 놀랄 만한 예언력을 갖고 있는 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생을 꿰뚫어 본다”(불교계 인사 O씨)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비밀을 짚어내는 것에 놀랐다”(교수 K씨) “남자 신도들이 많고 특히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많다”(불교계 사업가 S씨)는 등의 말들은 그에게 무언가 범상치 않은 점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만든다.

김재규 전중앙정보부장과 관련한 설송 스님의 예언은 잘 알려져 있다. 설송 스님이 수원 일광사에 있을 당시 김 전부장의 동생 김항규씨가 형의 미래에 대해 묻자 그는 “차(車)를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 들은 김 전부장은 타고 다니던 차를 바꾸는 등 대비를 했다. 그러나 김항규씨는 10·26 사건으로 김 전부장의 운명이 바뀐 뒤에야 ‘車’가 ‘차지철’을 의미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설송 스님은 이 ‘예언’과 관련, 80년 신군부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노태우-김영삼 전대통령, 김대중대통령 역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노태우 전대통령은 현불사 신도였던 삼촌 노병상씨가, 김영삼 전대통령은 현불사 신도회장을 지낸 경남고 동창회 간부 C씨가 다리를 놓아 부산 등에서 설송 스님을 만났다”고 전했다. 김대중대통령은 1996년 10월20일 직접 현불사를 방문해 설송 스님과 단 둘이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다음 대통령은 당신”이라는 확신에 찬 예언을 들었다는 것.

현불사는 1999년 5월21일, 김대통령의 현불사 방문을 기념하는 기념비를 세웠다. 이 기념비 뒷면에는 ‘96년 음력 9월9일에 김대중 선생이 추계 영령대제에 참석했다. 이때 한 신도가 보탑에서 상서로운 빛이 나타나는 것을 촬영했으며 참석한 모든 이들이 이 사진을 보게 됐다. 이것은 김대중 선생이 대통령이 될 것을 미리 암시한 것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사진은 청와대에도 보고됐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여러 차례 청와대로 설송 스님을 초청, 식사를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동아 2000.06.08 237호 (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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