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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나이 많다고 따돌려?

나이 많다고 따돌려?

나이 많다고 따돌려?
어느 날 오후 나는 연구실에서 인터넷 화상 채팅의 사이버 공간에 들어갔다. 내 딴에는 채팅 정도야 아무하고나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40대 초반의 내 나이를 감안해서 ‘직딩방’에 들어갔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심드렁한 얘기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안냐’하고 들어가자마자 ‘아찌당’ 하고 외치면서 마치 무슨 괴물을 본 듯이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내 얼굴이 강간범처럼 험악하게 생겼나, 원조교제하러 들어온 음흉한 아저씨처럼 보였나, 그건 아닐테고 다만 그들과 나이 차가 많아 얘기 나눌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이었는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입방하자마자 채 1분도 안되어 홀로 남게 하니, 내 평생에 이렇게 무시당한 적이 없어서 어찌나 당황스럽고 창피하던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교 앞으로!’. 화가 나서 옆에 있던 조교한테 대신 앉아 채팅해보라고 하니까 하나 둘씩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나 원 참, 나이 때문에 이렇게 참담한 비애감을 느껴야 하는 건지. 나는 한동안 멍한 상태에 빠졌다.

재도전할 생각은 없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채팅 공간에 나같은 연령대가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직접적으로 채팅 공간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이 사이버 공간을 기웃거리면서 머뭇거리는 중년의 남녀가 두세 명 눈에 띄었다(이 채팅장엔 아이디와 함께 나이가 나타난다). 오오, 여기 나같은 불쌍한 영혼들이 사이버 공간을 배회하고 있구나. 그들 중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또래 사람들을 받아주는 채팅 공간은 없었다. 나이든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상 우리 사회만큼 세대 및 연령 차별이 심한 곳도 드물다. 쌍둥이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로 사람들의 나이 차별 의식은 매우 심한 편이다.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에서도 세대 차별을 하는 프로그램이나 내용물이 가득하다. 중년이 가 볼 만한 카페조차 찾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차별화 마케팅 전략에 의해 사고나 소비취향 등에 있어서 세대간의 구별이나 차별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 기호가 다양화 세분화되어 가는 것은 좋으나 이것을 조화시키는 노력 또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세대 차별화 전략이 가속화되어 가면서, 가족 구성원같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대상이나 공간도 거의 없어졌다. 이제는 가정에서조차 부모 형제간의 대화마저 거의 두절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감정교류 자연스런 세대 교체가 이상 사회’

세대 특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끼리끼리 즐기는 것은 좋으나, 이것이 세대간의 교류를 막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사회에서나 세대간의 인식, 감정상태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이 간격을 이성적인 대화나 상호 감정적 교류를 통해 좁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좋은 사회는 다양한 세대들간의 다양한 주장이나 표현들이 상호 조화와 융합을 이루어가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는 누구나 더불어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사회를 유기체에 비유했을 때 신-구세대간의 단절과 갈등이 몸에서 일어난다면 그 사회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회이고 급기야는 병에 걸릴 수 있다. 신`-`구세대가 평화스럽게 공존하고 마찰없이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되어가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모 유행가 가사처럼 머리를 빡빡 민 아들, 손자와 함께 춤을 추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아야 한다. 연상의 여인과 연하의 남자를 차별하지 말고, 중년과 청년의 사랑 또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소간의 이성적 대화와 진정한 감정적 친화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외되는 세대 없이 모든 세대가 상호 교감하여 감정적 공감대와 이성적 연대를 이루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가 마음의 문을 터놓아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00.04.27 231호 (p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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