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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정치가 경제를 살린다?

정치가 경제를 살린다?

정치가 경제를 살린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의 경제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나라빚이 얼마인지를 놓고 다투더니, 급기야 외국자본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부가 유출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한가닥 한다는 경제학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정치인들의 이해관계 놀음에 경제논리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아직도 왜 정치가 경제와 분리되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내용이 좋은 것과, 그 정책이 먹혀들게끔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후자의 문제가 큰 의미가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박정희대통령이 자기 주변에 똑똑한 참모를 두려 했던 것도 좋은 정책을 생각해내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치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집권세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그대로 집행된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동강댐을 가지고 이랬다저랬다하는 것도, 정책의 내용에 변화가 생겨서라기보다는 정책의 집행이 힘들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대통령들은 주변에 뚝심 좋은 자기 사람들을 배치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물론 이들이 똑똑하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만장일치가 아닌 한 민주사회에서 결정되는 정책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책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보는 사람이 갈릴 수 있다. 이 경우 이익이 손실보다 클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찾는 것이 유능한 정책보좌관일 것이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다수결로 이길 수 있으니까.

정부를 심판하고 정권을 바꾸는 것은 민주시민의 기본권이다. 정당이 선거를 의식하고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야당이 국가 부채가 400조원이고, 국부가 유출된다고 했다 해서 여당이 흥분할 이유가 없다. 현 정권이 펼친 정책 내용이 옳고, 또 국민이 이를 신뢰한다면 야당의 ‘그릇된’ 공격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관들이 일제히 나서 일간지에 감정까지 섞인 둣한 광고를 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책의 내용에 자신이 없거나, 그 정책을 평소에 성실히 국민에게 고지할 의무를 소홀히 한 탓이 아닐까.



여당을 공격하는 것은 야당이 존재하는 이유다. 평소에 유권자를 소홀히 하는 집권정당은 선거 때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말로는 모두 민주화를 외치며 왜 민주사회에서 정책이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지 궁금하다. 모두들 옛날과 달라진 것 없는 타락선거라고 욕하지만 나는 이번 선거에서 바람직한 변화를 보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비로소 함께 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가 경제를 무기로 삼고 나서니 평소 얼굴 보기 힘든 장관들이 총 출동해 정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반면, 경제가 정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정책대결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민주정치의 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외국인투자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함께 미친다.

정부가 평소 외국자본만이 우리의 살 길인 것처럼 일방적인 홍보를 했기 때문에, 야당이 국부유출 운운하며 부정적인 측면을 공격할 빌미를 준 것이다. 만일 정부가 평소에 외자의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크게 되도록 노력한다는 식의 균형있는 입장을 보였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정책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에 따라 먹혀드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정책의 신뢰도는 정권의 운명으로 이어진다. 아마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 여당은 따끔한 감시자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 시민들은 보다 균형있는 경제정책대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정치가 경제를 살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주간동아 229호 (p1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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