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10만원짜리 복권에 당첨됐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의사 입장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의 박멸을 권하고 싶다. 1998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단일질환으로는 위암이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였으며, 위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헬리코박터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복권당첨금을 왜 다른 데 쓰지 않고 헬리코박터 박멸에 써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위염 등 재발 잦으면 “혹시나”
헬리코박터는 길이 3.5mm, 넓이 0.5~1.0mm의 간균으로 한쪽 끝에 5~6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 위벽 바로 위에는 끈끈한 점액이 덮여 있어 웬만한 생물체는 이곳을 뚫고 들어갈 수 없지만 이 균은 편모를 이용, 점액을 통과해 위점막 표면에 안착한다. 즉, 헬리코박터는 산도가 낮아 세균이 상주할 수 있는 위 점막에 기생하는 나선균이다.
헬리코박터에 의한 감염률은 30대에 30%, 50대에 50% 등 한 살마다 1%씩 증가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변에서 나온 균이 주로 물과 야채를 매개로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로로 추측된다. 위액의 역류로 타액과 치아로 올라온 균이 다시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경구 감염’과 내시경을 통한 ‘의원성 감염’도 문제로 지적된다.P> 불과 몇 년 전인 1994년은 헬리코박터 연구에 역사적인 해였다. 그해 2월 미국에서 위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 궤양의 원인에 대한 종전의 관념을 깨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쁜 식습관과 스트레스가 아닌 헬리코박터가 원인이라는 얘기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고, 헬리코박터는 같은 해 한 워크숍에서 발암 물질로 분류되었다.
헬리코박터는 위내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위점막 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위점막 세포를 파괴시킨다. 이로 인해 급성 위염, 만성 활동성 위염, 미간, 만성 위축성 위염, 비궤양성 소화 불량증,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임파종 등의 위장관 질환이 생긴다. 소아 때 감염되었을 경우 성인에 이르러 대부분 심한 위축성 위염을 갖게 되며 위궤양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다고 모두 위장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 대다수는 무증상 감염이 지속되고 일부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균주의 다양성(위점막 세포에 대한 흡착력, 독성 정도)과 감염된 사람들의 감수성(저항력, 감염 당시 연령, 위산의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에마드 엘-오마르 박사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낸 보고에 따르면 면역체계의 과잉행동을 유발하는 변이유전자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이 변이유전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기 전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일단 감염되면 면역신호 화학물질(인터루킨-1b와 인터루킨-1 길항근)에 유전변이(다형성)가 일어나고 감염이 위산분비선까지 확산된다는 것.
이로 인해 위산분비선이 폐쇄되고, 박테리아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위산이 부족해져 헬리코박터는 더욱 확산되게 된다. 그러므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막는다면 변이유전자가 있더라도 위암의 위험은 없을 것이다. 이 변이유전자는 일본과 중국 일부 지역의 특정 인종에 집중해 있는데(한국 성인의 70~80%), 이는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위염이든 소화성 궤양이든 재발이 잦은 경우는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헬리코박터 때문이라면 이 균을 죽이는 항균 요법으로 재발률을 20%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최근 외국에서 발표된 몇몇 연구에서 이들 환자에게 제균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효하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아직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지난 98년 2월 한국 소화기 내과 의사들이 헬리코박터 치료 대상으로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종류의 궤양 환자
헬레코박터에 감염된 사람 중 65%는 위염에, 10∼20%는 소화성 궤양에 걸린다. 역으로 십이지장 궤양에 걸린 사람의 90~95%, 위궤양환자의 60~80%에서 헬리코박터가 발견된다.
●저악성도 림프종 환자
위에서 발생한 림프종의 92~100%에서 이 균이 발견된다.
●위암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조기 위암 환자는 암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장기 진통제 복용 환자
소화성 궤양을 예방한다.
●소화불량 환자
혈청학 검사상 균의 항체 양성인 사람도 제균해야 한다.
헬리코박터 제균은 항생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한 가지 항생제로는 치유가 되지 않아 3제 복합요법을 쓴다. 즉 기전이 다른 세 가지 약제(위산 분비 억제제와 두 가지 항생제)를 일정 기간 투여하는 방법으로 약 90%의 제균율을 보이는 것. 그러나 각 약제마다 특수한 부작용, 예를 들어 설사와 금속성 맛, 알레르기 반응, 흑색변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몇몇 환자들은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 검사는 우선 내시경을 통한 조직 검사와 신속 요소반응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간편한 요소호기검사(urea breath test)가 이용된다. 동위 원소 13탄소가 결합된 요소를 환자가 마시면 헬리코박터의 요소 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환자가 금식 상태에서 요소 용액을 마시고 30분 후 시험관에 날숨을 불어넣고 밀봉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다. 내시경이 필요없어 환자에게 주는 고통이 없고, 기존 방법보다 훨씬 정확하다. 헬리코박터 치료 뒤 박멸을 확진할 때도 이용된다. 이 검사는 미국 식품의약청에서도 박멸 확인 검사로 추천하고 있다.
위염 등 재발 잦으면 “혹시나”
헬리코박터는 길이 3.5mm, 넓이 0.5~1.0mm의 간균으로 한쪽 끝에 5~6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 위벽 바로 위에는 끈끈한 점액이 덮여 있어 웬만한 생물체는 이곳을 뚫고 들어갈 수 없지만 이 균은 편모를 이용, 점액을 통과해 위점막 표면에 안착한다. 즉, 헬리코박터는 산도가 낮아 세균이 상주할 수 있는 위 점막에 기생하는 나선균이다.
헬리코박터에 의한 감염률은 30대에 30%, 50대에 50% 등 한 살마다 1%씩 증가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변에서 나온 균이 주로 물과 야채를 매개로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로로 추측된다. 위액의 역류로 타액과 치아로 올라온 균이 다시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경구 감염’과 내시경을 통한 ‘의원성 감염’도 문제로 지적된다.P> 불과 몇 년 전인 1994년은 헬리코박터 연구에 역사적인 해였다. 그해 2월 미국에서 위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 궤양의 원인에 대한 종전의 관념을 깨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쁜 식습관과 스트레스가 아닌 헬리코박터가 원인이라는 얘기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고, 헬리코박터는 같은 해 한 워크숍에서 발암 물질로 분류되었다.
헬리코박터는 위내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위점막 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위점막 세포를 파괴시킨다. 이로 인해 급성 위염, 만성 활동성 위염, 미간, 만성 위축성 위염, 비궤양성 소화 불량증,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임파종 등의 위장관 질환이 생긴다. 소아 때 감염되었을 경우 성인에 이르러 대부분 심한 위축성 위염을 갖게 되며 위궤양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다고 모두 위장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 대다수는 무증상 감염이 지속되고 일부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균주의 다양성(위점막 세포에 대한 흡착력, 독성 정도)과 감염된 사람들의 감수성(저항력, 감염 당시 연령, 위산의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에마드 엘-오마르 박사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낸 보고에 따르면 면역체계의 과잉행동을 유발하는 변이유전자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이 변이유전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기 전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일단 감염되면 면역신호 화학물질(인터루킨-1b와 인터루킨-1 길항근)에 유전변이(다형성)가 일어나고 감염이 위산분비선까지 확산된다는 것.
이로 인해 위산분비선이 폐쇄되고, 박테리아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위산이 부족해져 헬리코박터는 더욱 확산되게 된다. 그러므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막는다면 변이유전자가 있더라도 위암의 위험은 없을 것이다. 이 변이유전자는 일본과 중국 일부 지역의 특정 인종에 집중해 있는데(한국 성인의 70~80%), 이는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위염이든 소화성 궤양이든 재발이 잦은 경우는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헬리코박터 때문이라면 이 균을 죽이는 항균 요법으로 재발률을 20%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최근 외국에서 발표된 몇몇 연구에서 이들 환자에게 제균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효하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아직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지난 98년 2월 한국 소화기 내과 의사들이 헬리코박터 치료 대상으로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종류의 궤양 환자
헬레코박터에 감염된 사람 중 65%는 위염에, 10∼20%는 소화성 궤양에 걸린다. 역으로 십이지장 궤양에 걸린 사람의 90~95%, 위궤양환자의 60~80%에서 헬리코박터가 발견된다.
●저악성도 림프종 환자
위에서 발생한 림프종의 92~100%에서 이 균이 발견된다.
●위암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조기 위암 환자는 암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장기 진통제 복용 환자
소화성 궤양을 예방한다.
●소화불량 환자
혈청학 검사상 균의 항체 양성인 사람도 제균해야 한다.
헬리코박터 제균은 항생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한 가지 항생제로는 치유가 되지 않아 3제 복합요법을 쓴다. 즉 기전이 다른 세 가지 약제(위산 분비 억제제와 두 가지 항생제)를 일정 기간 투여하는 방법으로 약 90%의 제균율을 보이는 것. 그러나 각 약제마다 특수한 부작용, 예를 들어 설사와 금속성 맛, 알레르기 반응, 흑색변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몇몇 환자들은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 검사는 우선 내시경을 통한 조직 검사와 신속 요소반응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간편한 요소호기검사(urea breath test)가 이용된다. 동위 원소 13탄소가 결합된 요소를 환자가 마시면 헬리코박터의 요소 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환자가 금식 상태에서 요소 용액을 마시고 30분 후 시험관에 날숨을 불어넣고 밀봉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다. 내시경이 필요없어 환자에게 주는 고통이 없고, 기존 방법보다 훨씬 정확하다. 헬리코박터 치료 뒤 박멸을 확진할 때도 이용된다. 이 검사는 미국 식품의약청에서도 박멸 확인 검사로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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