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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잃는 무소속

무소속 후보들 “울고 싶어라”

“누구를 위한 선거법인가” 불만 고조…양당 대결구도에 한숨만 푹푹

무소속 후보들 “울고 싶어라”

무소속 후보들 “울고 싶어라”
‘국민회의 19.2%, 한나라당 9.6%, 자민련 1.6%, 무당파 69.9%.’

한 여론조사기관이 1999년 12월28일에 실시, 2000년 1월1일에 발표한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다. 3개 정당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 ‘지지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무당파 중 50% 가량은 ‘4·13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나 일부에서 추진중인 무소속연합체 등 새로운 인물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비롯된 무당파의 기세는 이처럼 대단했다. 이런 탓에 16대 총선에서 무소속의 약진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3월29일 16대 총선 후보등록이 마감됐다. 결과는 ‘무소속의 퇴조’.



전국 227개 선거구에 모두 1040명이 등록, 평균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소속 후보는 202명으로 19.4%에 불과했다. 15대 총선 때는 253개 선거구에 후보자가 1389명(평균경쟁률 5.5대 1)이었고 무소속 후보는 394명(28.4%)이었다. 인원은 절반으로 줄고 비율 면에서는 9% 하락한 수치.

무소속의 열세는 비단 수적인 면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3월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이 선두를 달리는 선거구는 울산 동(정몽준의원)과 광주 남(강운태후보) 단 두 곳뿐이었다. 무소속후보가 선두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곳도 5, 6곳 정도에 불과했다.

무소속의 ‘급전직하’는 왜 일어난 것일까. 정가의 선거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 측면과 선거구도 자체가 모두 무소속에게 극히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거에 뛰어든 무소속 출마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선거법이 이렇게 돼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진작 포기했을 것이다” “나는 현역의원, 뛰는 정당후보, 기는 무소속출마자를 조장하는 게 선거법이다” 등의 ‘선거법 성토’가 그것이다.

무소속 후보들도 여느 정당후보와 마찬가지로 오래 전에 출마의 뜻을 굳힌다. 사무실도 마련하고 일할 사람도 구한다. 하지만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28일 이전에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거의 모든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무소속은 불과 보름 동안 선거운동해서 당선되는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현역의원과 정당후보들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몸살이 날 정도다. 현역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덕을 톡톡히 본다. 말이 의정보고회지, 그간 지역을 위해 한 일을 나열한 뒤 ‘한 번 더 밀어줘야 일을 마칠 수 있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당원과 비당원 구분없이 유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 있으므로 더 이상의 효과적인 ‘선거용 집회’는 없는 셈이다. 의원들은 대개 이런 모임을 10∼30분 간격으로 하루 10∼30 차례나 갖는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도 ‘프리미엄’이 적지 않다. 지구당개편대회와 당원단합대회, 각종 지구당행사, 당직자회의, 후원회 모임 등으로 유권자를 접촉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무소속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런 불평등의 근원엔 선거법이 있다. 현행법은 후보자등록 이전의 모든 선거운동을 금지하면서도 의정보고대회나 당원단합대회 등은 허용하고 있는 것. 말을 아끼기로 정평이 난 이용훈 중앙선거관리위원장마저 현행법을 비판할 정도다. 그는 얼마 전 기자들에게 의정보고회 허용 및 선거비용 산정 등과 관련한 법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선거법이 현역의원과 무소속간 너무 불공평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후보기탁금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100% 상향조정된 것이나 정당후보와 달리 무소속 후보는 지역구민 300∼500명의 ‘후보자추천장’을 받아야 입후보등록을 할 수 있는 점도 무소속 후보들의 출마의지를 약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본인과 아들, 손자의 병역기록, 납세실적, 전과까지 모두 공개되는 새로운 환경도 당선 가능성이 작은 무소속 후보의 도전에 쐐기를 박은 한 이유가 된 듯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당선에 확신이 없는 비정당권 정치지망생들이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작은 비리도 까발려질지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소속의 위축을 부른 것은 법적-제도적 핸디캡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정치상황과 선거구도가 무소속의 출마와 당선을 가로막는 더욱 커다란 장벽이다.

우선 4당 체제의 등장으로 무소속이 많이 흡수됐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파동으로 생겨난 민주국민당의 후보등록자가 125명인 점을 고려하면 무소속후보 감소 현상이 어느 정도 설명된다는 것. 자민련에서 떨어져 나온 한국신당의 후보 21명도 무소속을 줄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무소속 퇴조를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96년 15대 총선도 신한국당-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의 4당 체제로 치러졌지만 무소속 출마자가 많았고, 더욱이 16명의 당선자까지 냈기 때문이다.

양당-지역 대결구도 강화

그보다는 양당-지역대결구도의 강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더 많은 듯하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강(兩强) 대결구도가 강화돼 무소속이 파고들 틈새가 극히 좁아졌으며 이것이 무소속 후보의 등록 부진과 판세 약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홍수처럼 쏟아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이 ‘양당 대결구도 강화’로 나타난 데다 양당이 227석의 지역구 의석 중 200석 가까이 휩쓸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면서 ‘양당으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사표 방지’ 심리가 생겨나 무소속은 물론 자민련과 민국당 후보들까지 당선권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이는 15대 총선에서 제3, 4당인 자민련과 통합민주당이 선전해 4당 후보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무소속이 좋은 기회를 얻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더욱이 양당 대결구도는 지역구도와 맞물리면서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영남=한나라당, 호남=민주당’이라는 등식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유권자들이 무소속 후보를 찍을 경우 ‘이적행위’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무소속의 몸부림

무소속 출마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없지 않다. 무소속연대가 한 예다.

대구에서 출마하는 유성환(중) 최백영(서) 배석기(동) 조원진(북갑) 남칠우(수성을) 임갑수(달서갑)후보 등 6명이 3월21일 ‘새로운 정치를 위한 무소속연대’를 결성한 것이나 하루 전 김한규(달서갑) 전경환(달서을)후보가 ‘달서구 무소속연대’를 만든 것이 이에 속한다. 전북지역에서도 장세환(전주 완산) 함운경(군산) 김경민(고창-부안)후보 등 3명이 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소속연대가 ‘무소속 돌풍’으로까지 이어지리라고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주간동아 228호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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