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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이직 열풍

‘인간 주식시장’ 당신의 몸값은?

헤드헌터-전문사이트들, 직종-재능-건강 등 분석 ‘株價’측정…‘멀티기능 소유자’ 우대

‘인간 주식시장’ 당신의 몸값은?

‘인간 주식시장’ 당신의 몸값은?
[제품설명서]

제품명:이지찬, 길이 및 무게 174cm 61kg.

제품 특징:세련되면서 샤프한 디자인.

칼라:독특하면서 부드러움.

특이사항:대학 수석입학 꼴등졸업, 맡은 바 일에 최선 다함.



제품 인도일:주문 즉시 인도 가능.

제품 가격:고가임.

카피라이터 이지찬씨는 3월6일 자신을 상품화한 명세표를 인터넷사이트 ‘러브스톡’ (www.lovestock.co.kr)에 올렸다. 이 사이트는 개인을 러브스톡이라는 주식시장에 ‘상장’해 회원들끼리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결정하는 곳. 3월10일 현재 등록된 400여개 ‘종목’ 80만주의 평균 주가는 1만원대. 이씨의 주가는 등록한지 4일만에 4만1800원으로 치솟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씨를 산 주주 48명은 모두 미혼여성들이라고 한다. 이씨는 이사 등 ‘공시사항’이 바뀔 때마다 3000여 주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장세 선도주’가 됐다. 사이트 운영자인 아이닥스사의 문학수대표는 “자신의 ‘주가’나 ‘몸값’에 민감해진 요즘 직장인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는데 잘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내 몸값은 얼마나 될까.’

몸값은 더 이상 스포츠스타나 연예인, 납치범들만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벤처열풍과 이직바람이 모든 직종에 불어닥치면서 누구나 자신의 몸값을 측정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됐다. 150만원짜리 월급쟁이가 어느 날 갑자기 억대 연봉자가 된다는 요즘, 샐러리맨들 사이에 자신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보려는 심리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인지도 모른다.

기자는 3월10일 ‘몸값 붐’을 차용한 다른 인터넷 사이트 ‘www.summary. co.kr’에 재미삼아 한 번 더 들렀다. 이 사이트는 신상정보들을 분석해 가산점을 주는 방법으로 개인의 총체적 자산가치를 측정한다. 일류 대학을 나왔는지, 돈 되는 재능과 지식이 있는지, 건강한지를 묻는 것은 기본. 가계에 대머리나 뚱뚱한 사람이 있는지, 애인은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 예쁜지, 지금 자신이 죽는다면 몇 사람이나 울어줄 것 같은지, 동원할 수 있는 힘있는 인맥이 있는지 등등 노골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인생의 ‘운’에 해당하는 ‘랜덤 함수’가 적용된다. 이 사이트를 다녀간 49만6115명의 몸값은 수천만∼20억원 사이. 사이트 운영을 맡고 있는 김성욱씨는 “결과를 그대로 믿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헤드헌팅사인 ‘잡 비전 코리아’는 최근 ‘주요 헤드헌팅 대상 직종 주가지수’를 내놓았다. 웹디자이너, 시스템엔지니어, 네트워크 전문가, 정보검색사, 전자상거래 전문가, 사이버증권거래 전문가 등 정보통신 분야 직종이 최고 10만원대의 우량주가 됐다. 펀드매니저, 증권분석사, 외환딜러, 선물거래사, 홍보전문가, 카피라이터, 광고디자이너, 광고PD, 반도체 설계자, 건설회사 고급기술 보유자도 블루칩군에 속한다. 이들 직종의 5∼7년차 경력자들이 요즘 상한가 행진을 계속한다고.

그렇다면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알고 몸값을 높여 나가는 과학적인 방법은 없을까.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대구 계명대 최명주교수는 최근 교수직을 버리고 서울 주재 경영컨설팅사인 PWC사의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연봉도 훨씬 많아졌고 일도 ‘다이내믹’해 만족한다고. 어느 직장에서도 통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그를 자유롭게 한다.

그는 지역경제와 관련된 시민운동에 참여하면서 교수로서는 드물게 ‘실전경험’을 쌓았다. 지역언론들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그를 찾으면서 그의 지명도도 높아졌다. 그는 학력, 현장경험, 의사 전달력, 비판정신 등 자신의 능력을 입체적으로 개발해 몸값을 끌어올린 것이다.

일본 커뮤니케이션 크리에이티브사의 노구치 다카시 대표는 “나의 무형자산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자”고 권한다. 분석력 판단력 정보수집력 정보활용력 창조력 실행력 지도력 업무지식자산 매력 체력 자기계발투자 인맥개발투자 성공-실패체험 등이 모이면 자신의 ‘무형자산’이 된다. 현 직장의 불투명한 장래성, 가정불화, 업무상 트러블, 현실에 만족을 못하는 자존심이 ‘부채’를 구성한다. 자산에서 부채를 빼면 순수한 ‘자기자본’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계산을 해야 하는가. 노구치씨는 “자산을 정기적으로 ‘재고조사’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갈 때 몸값의 총액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산하 노동경제연구원의 양병무부원장은 몸값과 관련해 직장인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을 지적한다. “몸값은 현재 받는 급여가 아니라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면 받을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이를 ‘기회임금’이라고 하는데 직장을 떠나면 기회임금이 제로가 되는 사람도 있다.”

헤드헌팅 전문가들은 “제살 깎는 심정으로 거품을 뺀 자신의 몸값을 산정하라. 그 다음 말발, 글발, 정보발, 행동발 있는 멀티기능의 소유자가 되라. 그리고는 미련없이 떠나라”고 권한다. 이제 몸값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다. 몸값을 알아야 돈을 많이 버는 시대가 된 것이다.



주간동아 226호 (p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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