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6

2000.03.23

“인터넷 쇼핑상품 집 근처서 찾으세요”

편의점-동네슈퍼-비디오대여점 등 택배 중간기지로…비용절감-고객끌기 “꿩먹고 알먹고”

  • 입력2006-03-02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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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쇼핑상품 집 근처서 찾으세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인터넷 시장을 잡자”. 이 두 가지 21세기 화두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유통시장에서 활발하다.

    이런 움직임은 인터넷 쇼핑 증가와 함께 본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택배사업과 기존의 유통 인프라를 결합한 새 비즈니스 모델로 나타날 전망. 고객들이 온라인상에서 주문한 물건을 오프라인상에서 전달받으면서 교환이나 반품, 지불까지도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유통구조에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찬 모색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들의 구상대로라면 올 하반기부터 전국의 편의점, 햄버거 집, 동네 슈퍼마켓, 비디오대여점들은 물류의 거점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선두주자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전문기업인 ㈜롯데닷컴. 모델은 올초부터 일본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간 24시간편의점을 이용한 택배 시스템이다.

    롯데닷컴 양동운개발사업부장은 “전국에 깔려 있는 롯데 계열의 24시간 편의점 ‘세븐 일레븐’을 택배 거점으로 삼아, 고객들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자신의 집이 아닌 가까운 편의점을 통해 전달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낮에 집을 비우는 맞벌이 부부나 학생, 독신자 등 택배가 여의치 않은 세대들은 물론이고, 좀더 싼 수수료를 내고 택배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롯데닷컴은 현재 전국에 510개인 세븐일레븐 가맹점을 올해 말까지 700개로, 내년 말까지는 2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양동운부장은 “여기에다가 전국 250군데에 있는 롯데리아도 택배 거점으로 이용할 생각”이라고 소개한다. 이는 롯데리아의 판촉전략과도 맞물려 있는데, 이미 전국의 주요 길목 대부분을 차지한 롯데리아의 다음 공략대상은 주택가라고 보고, 햄버거 판매업에 지역 생활공동체 차원의 서비스를 더하겠다는 전략이다. 본격 서비스는 5월부터 시작되지만 3월말에서 4월초면 서울 강남권의 세븐일레븐과 롯데리아를 중심으로 시범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기업의 ‘공략’에 대해 동네 슈퍼마켓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지난 3월7일 한국슈퍼마켓협동 조합연합회(KOSA)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알짜마트닷컴과 제휴해 전문물류회사인 ㈜코사알짜를 설립한 사례가 그것. 이들은 전국의 2000여 동네 슈퍼들을 상품의 배송과 지불, 반품 애프터서비스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할인점과 편의점 등에 밀려나고 있는 동네 슈퍼들 생존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국슈퍼마켓협동 조합연합회 김경배회장은 “전자상거래를 통한 공동구매로 도매물류에서 할인점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매물류에서는 인터넷으로 주문받은 상품의 중간 전달처로서의 기능과 이를 통한 고객 유치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라고 소개한다. 김회장은 또 슈퍼마켓 자체도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고 재고를 관리하게 되면 재고가 최적화된 첨단 쇼핑문화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알짜마트닷컴의 박성현대표이사는 “동네마다 고객기반을 가진 슈퍼마켓들을 물류기지로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나 생활양식과도 잘 맞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알짜마트닷컴은 지난해 말부터 ‘점포있는 인터넷 쇼핑’을 표방, 소비자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 매장을 전국 170개소에서 운영중이다.

    이중 합정동 알짜마트 직거래 매장의 조기현사장(26)은 “매일 본사에서 배송돼온 상품들을 진열할 겨를도 없이 고객들이 찾아간다”며 “개점한 지 3개월 됐는데, 꾸준히 고객이 늘고 있다”고 자랑한다.

    또하나의 막강 주자로 떠오른 곳은 비디오대여점. ㈜한국인터넷 유통은 현재의 비디오 유통망을 이용한 택배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동네마다 자리한 비디오대여점을 택배 중간기지로 활용, 택배 비용을 줄이고 대여점으로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것.

    현재 전국의 비디오대여점은 약 1만5000여개소. 이중 10평 이상의 공간을 확보한 비디오 대여점 5000군데를 네트워크로 묶어 택배 중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출자회사인 한아미디어 장기철실장은 “어차피 우리 영업사원들은 하루 100여 군데의 비디오대여점을 돌아다니는데, 가는 길에 택배물품을 배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현재의 일반 택배회사의 ‘도어 투 도어’ 택배 시스템에서는 배달사원 1인당 20점 이상을 다루기 힘들지만, 비디오유통망을 이용할 경우 한 영업사원이 25~40군데의 대여점에 여러 개의 물품을 배달할 수 있으므로 엄청난 비용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현재 소화물의 경우 4500원에서 1만3000원대인 택배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전망이다.

    한아미디어 유진희대표는 “초창기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들의 택배를 대행하는 일부터 출발할 계획인데, 이미 개인간 물류에서 거의 수익을 얻을 수 없었던 기존 택배사에서 우리 시스템을 이용하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한다.

    3월초 현재 사업참여 의사를 밝힌 비디오대여점은 4640개소. “이렇게 많은 대여점들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비디오대여점의 생존전략과 관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사양산업화하고 있는 비디오대여업의 업종 다각화가 그것. 회원으로 가입한 대여점들은 ㈜한국인터넷유통이 도입한 RS시스템(revenue sharing)에 따라 무상으로 비디오테이프를 제공받고 대여수입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채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대여점당 수입이 1.5배 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택배기능을 더해 비디오대여점의 매출 다각화를 꾀한다는 것. 지금까지는 대여점 주인들이 비디오 한 개당 2만7500원씩을 주고 구입해 동네에서 렌탈하는 방식이었다.

    이밖에도 인터넷과 물류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여러 인터넷 업체들의 경합을 통해 벌어지고 있다. 제휴 대상도 PC방, 약국, 은행지점 등 다양하다.

    그러나 정작 이런 시도들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 알짜마트닷컴 박성현대표는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무차별적으로 유사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한국슈퍼마켓 협동조합연합회 배무환기획실팀장은 “지난 2월초 같은 사업을 위해 한 인터넷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가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난립하는 유사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경우 출혈경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자본력에서 가장 탄탄하다고 할 수 있는 롯데닷컴의 양동운개발사업부장은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사업의 결합이 당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먼저 출범한 일본의 경우도 아직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고 있지 않다”며 “한국의 경우 인터넷 사용인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2002년 초쯤 돼야 시장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며 그 이전까지는 투자단계로 봐야 할 것” 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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