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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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를 부탁해요”

임진출 추미애 양경자씨 등 남편 ‘최고 참모’로 활약…“하루 24시간이 짧아요”

  • 입력2006-03-02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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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아내를 부탁해요”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 남편을 둔 아내의 내조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정치인 아내와 사는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에 대해서는 사시(斜視)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전국구도 아닌 지역구를 가진 여성정치인의 남편은 선거 때마다 일부 유권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 아내를 돕는다. 이들의 ‘총선 외조’는 눈물겹기조차 하다.

    15대 국회가 배출한 3명의 여성 지역구의원 중 하나인 임진출의원(경북 경주을)의 남편 김교봉씨는 잘 나가는 재일교포 사업가이며 정치외조에 있어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인물이다.

    김씨는 임의원이 눈물겨운 4전5기의 신화를 만드는 동안 “남들이 날 뭐라고 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 며 아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일본 오사카에 회사가 있지만 선거 때면 으레 경주에 상주했다. 94년 보궐선거에서는 배우자 연설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씨는 요즘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임의원을 다독이며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평소 여성차별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김씨는 “아내의 낙천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다시 무소속으로 출마, 명예를 회복하자”고 아내를 격려하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의원(서울 광진을)의 남편 서성환변호사의 외조는 이미 4년 전 15대 총선 때 평판을 얻었다. 고향인 전북 정읍에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서씨는 지난 연말부터는 사건수임을 사실상 중단한 채 아내를 돕고 있다. 주로 홍보 등 선거전략을 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얘기. 서씨는 “아무래도 4월까지는 총선이라는 중대사에 매달려야 하므로 본업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의원의 한양대 법대 동문이기도 한 서변호사는 추의원의 ‘최대의 후원자’를 자칭한다. “아내가 깨끗한 정치라는 소명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3선, 4선이고 언제까지나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바쁜 일정에 시달리는 아내가 나와 세 자녀에게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나나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만한 어려움은 감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갑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다시 받은 양경자전의원의 남편 김병태씨는 ‘최고의 참모’로 통한다. 완구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는 공장이 있는 태국에 얼마간 다녀온 것 외에는 벌써 1년 전부터 선거를 준비해 왔다.

    그의 임무는 가장 중요한 사조직 관리로 아내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아내가 접촉하기 힘든 유권자들을 훑으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일도 그의 몫.

    40년 가까이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광주YWCA 사무총장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의장을 역임한 시민운동가 김경천후보(광주 동)의 남편은 유태규목사다. 그의 아내 후원도 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71년 결혼). 이들 부부는 96년에 여성신문사가 주관한 ‘제3회 평등부부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목사는 아내의 정계진출에도 흔쾌히 찬성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요즘엔 아내의 지구당사무실에 자주 얼굴을 보이고 지구당 사람들을 격려한다. 아직은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아니어서 지인들을 중심으로 아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김희선위원장(서울 동대문갑)의 남편 방국진씨는 부인과 함께 오랫동안 재야생활을 해온 인물. 방씨는 요즘 총선에 재도전한 아내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남자 당원과 만나 술잔을 나누며 여성위원장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불만을 듣고, 이를 아내에게 전하는 ‘창구역할’도 그가 아니면 하기 힘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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