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9

2000.01.27

PC방은 게임전용방?

전국에 3만여곳 대부분 게임만… “교육 정보 문화 사무공간 어우러진 ‘멀티방’으로 활용을”

  • 입력2006-06-27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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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방은 게임전용방?
    학교 앞에도, 주택가에도, 번화가에도 우후죽순으로 번창하고 있는 PC방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 업계에서는 97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PC방이 현재 1만6000여개에 이르렀으며 머지않아 3만개까지 육박하리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정보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PC방은 그 숫자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껏해야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게임으로 밤을 지새는 ‘게임방’ 노릇을 하거나 성인들이 음란 사이트를 뒤적거리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PC방은 이런 역할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 1월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밀레니엄 사이버 페스티벌’을 주관한 와이드정보통신 안남열사장에 따르면 ‘결코 아니다’. ‘인터넷 챔피언’이라는 PC방 체인본부를 운영하는, PC방 1세대인 안사장은 전국의 PC방을 정보문화센터로 뜯어 고치자고 제안한다.

    안사장은 PC방이 △학습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센터 △인터넷 관련 각종 정보를 활용한 정보센터 △주부와 직장인의 문화활동을 위한 문화센터 △인터넷 관련 자영업자(SOHO)들의 사무 공간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게임방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PC방을 중고생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경우 7조원에 이르는 학습지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 문제를 출제하고 즉석에서 정답을 맞추고 등수까지 매길 수 있다면 가정 방문지도 위주로 짜여 있는 학습지 시장보다 훨씬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이버 모의수능 랭킹서비스나 사이버 공부방 서비스 등의 콘텐츠 등을 개발해 놓고 있다.

    콘텐츠 개발 보급에 관심 쏟아야

    다른 PC방 업주들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PC방이라는 ‘한국적’ 정보통신 인프라를 더 이상 발전시켜 나가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는 편이다. 한 PC방 업주는 “콘텐츠 개발이나 보급에는 관심을 쏟지 않으면서 아침저녁으로 동전 수금하는 데만 정신을 팔다 보면 PC방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PC방을 이용한다는 직장인 김경한씨는 “중고생들이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을 보면 우리 같은 30대만 해도 소외감을 안느끼려야 안느낄 수가 없다. 아예 PC방 한 쪽에 인터넷을 이용해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소형 비즈니스센터를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97년 PC방이 처음 생겨났을 때만 해도 정부에서는 심야영업 등을 들어 이를 단속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찾아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PC방은 청소년 프로 게이머를 양산하는 산실로 자리잡으면서 콘텐츠 산업의 보급기지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번에 열린 밀레니엄 사이버 페스티벌의 스타크래프트 경연대회나 대물낚시광 경연대회 등 게임왕 선발대회 모두 전국 PC방에서 개별 예선을 거쳐 뽑힌 32명이 대회장에 모여 게임 실력을 겨룬 것이다. 그만큼 PC방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전진기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PC방의 교육정보센터화’를 주장하고 나선 안남열사장은 “PC방 업주들도 많은 부분에서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방 아저씨’가 아니라 ‘정보센터장’으로 하루빨리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사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슬리퍼에 ‘츄리닝’부터 벗어던지고 정장 차림으로 근무하는 습관을 들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PC방을 한국의 정보인프라를 떠받치는 옥동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PC방에 붙어 있는 ‘게임방’과 ‘오락실 주인 아저씨’라는 이미지부터 떼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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