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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시간관리

“21세기는 시간이 지배한다”

독일인 40% 이상 “하루가 30시간 넘었으면”… ‘시간경영 사업’ 새 르네상스 맞아

“21세기는 시간이 지배한다”

“21세기는 시간이 지배한다”
새로운 세기의 출발과 함께 미래를 전망하는 사람들은 21세기에 가장 부족한 자원으로 식량도 석유도 아닌, ‘시간’을 꼽는다. 그러나 시간 부족 문제는 앞으로가 아니라, 이미 현재에도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인이건 독일인이건 사람들은 온통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독일의 직장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시간의 압박 때문에 때때로, 또는 종종 건강에 문제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40% 이상이 하루가 30시간 이상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답의 배경에는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엄청난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시간은 충분하다’라는 책을 펴낸 악셀 숄테의 말이다. 그는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시간을 잘못 관리하고 있으며, 이런 사람들은 하루가 30시간이라 해도 모자라다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간부족은 ‘관리’ 문제

시간 부족은 ‘부족’ 그 자체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는 견해에는 독일 내 시간경영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로타 자이베르트도 동의한다. 그는 기껏해야 독일 국민의 5% 정도가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 발맞추어 독일에서는 시간경영 사업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600명의 시간경영 전문가와 100개의 기업체가 이 ‘시간 교육’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서점에 깔려 있는 이 분야 서적만도 100권이 넘고 전문가들이 개최하는 시간경영 세미나도 99년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80년대 유럽을 풍미하던 ‘느림의 철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현실적인 복안을 가지고 시간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시간경영 전략은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복잡해지는 업무 일정을 단순히 효율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삶에서 중요한 다른 일들과 조화로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 둘째, 생활 속에서 ‘빠름’과 ‘느림’을 적절히 조화할 것. 셋째, 모든 인간들은 기성복이 아닌 맞춤 의상처럼 자신에게만 맞는 개별적인 시간경영을 채택할 것.’ ‘효율성의 7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펴내 1300만부나 되는 판매부수를 올린 코베이토는 자신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의 신조는, 시간에 쫓기는 기업인들이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시간경영을 통해 나름의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의미를 추구하는 삶에는 네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야 한다. 신체의 건강(의사 검진, 운동 등), 의미와 미래(가족 계획, 자녀 학교방문), 직업과 자기 개발, 사람들과의 관계(동료, 친구)가 적당히 조화된 일정을 짜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빛의 속도와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시간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자이베르트는 인터넷 시대에는 고전적인 시간경영 전략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바로 우뇌가 남들보다 발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조직적 사고를 하는데 익숙지 않으며 주의가 산만한 편이지만 창의적이고 돌발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우뇌가 발달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데 문제가 없고, 시간의 압박을 받아야만 오히려 일할 기분이 생긴다. 이것들은 모두 인터넷 시대의 장점으로 평가될 만한 것들이다.

일정표란 이들에게 거의 무의미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세계적 단일 시간, 바이트―이러한 시간을 제안하여 통용시킨 스와치 시계기업의 하이에크 사장은 자신의 일과를 바이트 숫자에 맞추어 진행시킨다-속에서는 낮과 밤처럼 자연의 순환을 따르는 노동의 리듬은 거의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이런 의미에서 하이에크가 종업원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바로 ‘유연성’이다.

독일의 컬트 작가 요셉 베스트팔렌도 시간경영과 관련해 흥미를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은 시간을 분할할 수가 없으며, 더이상 분할할 시간이 없을 때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의 작업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책을 쓸 때도 여러 권을 동시에 저술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럼에도 그는 원고 마감일을 지키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이른바 시간경영 전문가들이 소홀히 취급해 온 대표적 사람들이 바로 자녀를 가진 직업여성들이다.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어머니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책을 쓴 빈의 심리학자 에파 테자는 출산후 다시 직업으로 복귀한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시간의 압박은 경영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고 주장한다. 직업을 가진 어머니는 양육, 직업, 가사가 요구하는 시간의 관리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않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대부분 이런 여성들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거나 관련 서적을 읽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시간의 현대적 경영원칙을 터득하여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운영’ 여성들이 더 합리적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서로 다른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연스럽게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바로 이 점이 여성들이 점차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한 요인이며, 이는 바이트가 지배하는 21세기에 더욱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덧붙인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효율성에 집중하고, 여성은 전체성을 고려하여 인간관계나 장기적 결과에 집중한다고 한다. 여성들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 것은,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편히 살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함으로써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현명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21세기의 초고속 시대는 여성들의 능력이 인정을 받고, 여성적 특징이 강조되는 세기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경영 전문가들도 아직은 이 비트 시간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명확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베이도도 사이버 공간의 확대가 가져올 시간개념의 변화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들 시간경영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중요한 충고는 역시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돼라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0.01.27 219호 (p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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