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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선생님

“해외 나가 한글 교사나 할까?”

주부·직장인들 한국어 교사 연수 과정 밀물… “졸업했다고 모두 취업되는 것 아니에요”

“해외 나가 한글 교사나 할까?”

“해외 나가 한글 교사나 할까?”
은행원 김모씨(38)는 요즘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가 되는 방법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다. 직장 동료들은 펀드매니저다, MBA다 하며 억대 연봉이 보장되는 기회를 찾기에 바쁘지만 김씨는 “이제 남의 돈 때문에 피곤하게 살기 싫어졌다”고 말한다.

“영어 회화 공부를 한다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는 동료들을 매일 보다가 그와는 반대로 한국어 교사로 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씨의 발상은 다소 엉뚱했지만, 한국어 교사가 되려는 사람은 그만이 아니다. 지난 1월12일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한국어 교사 연수 과정 입학식에 온 71명도 모두 한국어 교사가 되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상당수는 대학에서 국문학 등 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로 외국인이나 우리말을 모르는 교포 한국인들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외국인들이 있는가 하면,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사회초년생에서 쉰살이 넘은 장년층까지 국적과 연령대도 다양하다. 오랫동안 여행사에서 일본어와 영어 가이드를 했다는 정득기씨(52)는 “나이가 들긴 했지만 말 배우는 거라면 자신이 있어 앞으로 외국에 나가 한국어를 잘 가르쳐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쟁률 5:1… 외국어 능숙하면 유리

이미 9기생까지 졸업생을 낸 연세대 언어연구교육원뿐 아니라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에서도 한국어 교사 연수 과정을 설치, 운영중이다. 연세대의 경우 로스앤젤레스에도 같은 과정이 있다.



다른 대학들이 1, 2개월의 단기 집중 코스를 운영하는데 비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교 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지도자 과정’은 1년 2학기제다. 현재 2000년 4기 입학생 접수를 받고 있는데 이 과정을 취업 학원으로 오해하는 사람들까지 몰려 입학 경쟁률만 보통 5대 1에 이른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화여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사 연수과정’을 담당하는 안영숙씨도 “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한국어 교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 지난 가을엔 직장인반도 신설했다”고 말한다.

한국어 교사 과정은 학사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지만 외국어 한 개 정도는 능숙하게 할 수 있고 외국에 나갈 기회가 확정돼 있으면 우선적으로 입학(혹은 입원)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김대행교수는 “IMF 사태로 한때 주춤했지만 최근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한국어 교사 수요가 다시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많아졌고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지사를 두는 경우도 크게 늘었으니까요. 그동안 고국에 무관심했던 교포 2세나 3세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한국어 교사 수요를 늘린 원인이지요.”

연변 과학기술대에서 한국어 기초를 가르치다 교습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정운학교수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교류가 늘어나 중국에서 한국어과는 가장 취업전망이 좋은 학과로 각광받는다”고 말한다.

한국어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그 수요보다 더 빨리 증가하는 듯하다. IMF 사태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한번쯤 외국 생활을 체험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난데다 “아이들 교육과 남편 직장 문제로 외국에 나가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주부들이 한국어 교사 과정에 지원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연세대 언어연구교육원 이희경 교학부장)는 것이다.

인문학과 졸업생들의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도 한국어 교사 희망자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국문학과 교수는 “박사학위를 받고도 5, 6년 시간강사로 지내던 동기들이 결국 한국어 교사나 교수법 연구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한국어 강사를 할 경우 강사료는 시간당 채 2만원이 안된다. 99년 이화여대 한국어 교사 과정과 서강대 동 과정을 수료한 이춘희씨(36)는 지금 서강대에서 매일 3시간씩 8명의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다. 그녀는 “수입은 적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비즈니스 한국어’를 원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 교재와 인터넷 홈페이지 개발 등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비해 교재 개발이나 교육 방식은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부분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한국어 교사 과정 지원자 중 상당수는 이미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방법상의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어서 한국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최근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한국어 교육방식을 개발하는가 하면 서울대 김대행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한국어 교사의 자격을 관리하는 등의 문제를 교육부와 협의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의 열기가 뒤늦게나마 한국어 연구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셈이다.

“한국어 교사 많이 필요해요”

미국 100여 대학서 강좌 개설… 중국 캐나다 호주도 수요 늘어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은 41년째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어학당을 운영해오면서 1994년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어교사 연수과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359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남기심원장은 “체계적 연구가 부족해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기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한다.

한국어교사 연수과정의 목적은.

“1988년 이후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먼저 정부 차원의 요청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연구하는 ‘이중언어학회’가 결성됐지만 한국어 교육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란.

“우리가 영어문법을 배우듯 우리말을 외국어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모국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교육 방법 아래에서 어휘, 문형 등 교육내용이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할 것이다.”

한국어 교사의 수요는.

“연세어학당에만 100여명의 한국어 강사들이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한국어 교육에 열심이고, 미국 내 대학 100여 곳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40여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주간동아 2000.01.27 219호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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