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2

..

아니 북조선에도 ‘날라리’가?

치마는 무릎 위로 살짝 올리고 머리엔 핀… 남학생은 ‘바지통 줄이기’ 붐

  • 입력2007-04-05 14: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번개맞은(?) 사람처럼 하늘을 향해 빳빳하게 세운 헤어스타일. 오뉴월 새집처럼 붕 뜨게 만든 머리. ‘빨주노초파남보’ 대담하고 다양한 염색. 몸에 착 달라붙은 옷. 귀에는 한 두 개 정도의 링. 일명 테크노와 사이버스타일. 요즘 유행하는 청소년들의 ‘모델’이다. 신세대들은 말 그대로 ‘내 멋에 살고 내 멋에 죽는다’.

    갑자기 드는 궁금증 몇가지. 북한에도 우리처럼 신세대들이 있을까. 그들은 어떻게 살까. 유행은 뭘까. 지난 1월 부모님과 함께 탈북한 한수정씨. 스무살의 전형적인 ‘평양 신세대’. 중-고등학교 시절 대부분을 평양에서 보냈다. 남한에 ‘날라리’로 불리는 패션리더들이 있다면 북한에는 ‘바람쟁이’라 불리는 ‘평양 신세대’들이 있다. 한씨의 입을 통해 ‘북한 바람쟁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먼저 옷패션. ‘치마는 무릎 위로 살짝 올리고 바지는 남몰래 통을 줄여라’.

    북에는 특별한 청소년 패션이 없다. 국가에서 정해준 교복이 유일한 패션. 평양 시내 도로에선 교복만이 허용된다. 교복 이외의 다른 옷을 입으면 남한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중앙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일꾼’들의 단속에 걸린다. 운동복도 입지 못한다. 운동복은 깨끗한 이미지의 사회주의 ‘영상’을 흐려놓기 때문. 운동복을 입고 다니다 단속에 걸리면 옷은 압수당하고 부모님이 호출당한다.

    그러나 아무리 꽁꽁 묶어놓아도 ‘튀고’싶은 청소년들의 욕구는 막지 못하는 법. 평양의 청소년들은 단속을 피해 그들만의 ‘몰래 패션’을 창조한다.



    여학생의 경우 교복치마는 무릎을 가리는 길이여야 한다. 그러나 ‘끼’가 넘치는 ‘바람쟁이’들은 치마 허릿단을 한겹, 두겹 접어서 무릎을 내보인다. 일종의 섹시패션. 선생님이 오면 얼른 치마 허릿단을 풀고 선생님이 없으면 신속하게 접어서 무릎을 내놓는다. 남학생 ‘바람쟁이’들은 넓은 바지통을 줄여 입는다. ‘새가슴’들은 1cm, 강심장들은 10cm나 줄인다.

    멋부리다 들키면? 설마 아오지탄광행? 물론 아니다. 여학생들의 경우 접은 치마 허릿단을 내리면 그만이다. 통을 줄여 입은 남학생들은? 단속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가위로 바지가랑이를 쫘악 찢어놓는다. 그것도 무릎 위까지. 걸린 바람쟁이들은 수업시간 내내 찢어진 바지를 붙잡고 수업을 받아야 한다.

    청소년들의 끼는 밟힐수록 큰다던가. 부모가 잘 나가는 ‘부유층 자녀’들은 외화상점에서 ‘서양물인’ 고운 옷을 사 입는다. 또 망신을 당해도 바지 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 헤어스타일은? ‘머리엔 예쁜 핀, 길게 조금만 더 길게’.

    북한 학생들의 머리는 ‘김정일식 헤어스타일’. 여학생들은 귀밑까지, 남학생들은 길이 1cm가 ‘법으로’ 정한 머리길이다. 그러나 ‘담이 넘치는’ 학생들은 ‘김정일의 지시’도 무섭지 않다. 여학생들은 머리에 예쁜 머리핀을 꽂아 남학생들을 유혹(?)한다. 일종의 북한판 ‘핀족’들. 그러나 멋내기도 잠깐. 선생님에게 들키면 망신을 당한다. 때론 벌칙으로 화장실 청소를 하기도 한다.

    남학생들은 ‘마의 1cm 넘기기’가 유행. 앞머리는 기르기 힘들고 뒷머리를 살짝 기른다. 북한판 ‘김병지스타일’. 뒷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인기 캡이다. ‘긴머리 소년’들이 선생님에게 걸리면 망신에 자아비판서까지 써야 한다. 때론 선생님이 친절하게(?) 머리에 ‘고속도로’까지 내준다.

    튀고 싶어도 마음대로 튈 수 없는 ‘북한의 바람쟁이들’. “옷도 머리도 마음대로 못하니 재미없지요. 그러니 평양 신세대들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한씨는 북한에 ‘청소년 방콕족’이 많은 것은 멋을 막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