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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사법처리 단서

‘회사 돈=내 돈’ 김우중 맘대로 썼다

대우 런던법인 통해 거액 자금 빼돌려… 법조계 “업무상 횡령죄”

‘회사 돈=내 돈’ 김우중 맘대로 썼다

‘회사 돈=내 돈’ 김우중 맘대로 썼다
최근 대우그룹 안팎에서 ㈜대우 런던 현지법인 지사장 이모 부사장이 영국 정부에 영주권을 신청했다는 설이 흘러나와 기자들이 이를 확인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정부가 김우중전회장을 비롯한 대우의 전현직 임직원에게 부실경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자 이부사장이 이를 피하기 위해 영주권을 신청했다는 것으로, 소문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뉴스거리가 될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소문은 대우측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곧 가라앉았다. 대우 관계자는 “이부사장과 직접 통화해 소문을 얘기해 주었더니 ‘가족이 모두 한국에 있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답을 들었다” 면서 “기자들도 이런 설명을 듣고 쉽게 납득했다”고 밝혔다.

대우 관계자들은 이부사장의 영주권신청설의 사실 여부보다는 그런 소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짚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대우그룹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 가운데 하나인 런던법인=복마전이라는 점이 그런 소문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

외상수출대금 수금 뒤 국내 송금 안해

실제로 최근 채권은행단은 실사 결과 그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복마전의 중심에는 김우중전회장이 있다는 점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우중전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전회장은 올 7월19일 대우그룹 유동성 위기 극복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여서 전재산을 날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형사적으로도 책임져야 할 상황에 이른 것.



물론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 공병호소장 같은 극단적인 재벌옹호론자들은 김우중전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는 자기가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만 유한책임을 지면 된다는 게 공소장의 입장.

그러나 공소장의 주장은 전경련내에서도 소수파에 속한다. 전경련 유한수전무도 “김우중전회장이 경영자로서 경영상 불법행위를 했다면 사법처리는 불기피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미 11월초 김우중전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위원장은 당시 “대우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른 뒤 김우중전회장을 비롯한 대우 핵심 계열사에 대한 부실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당연하다는 반응.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김상조교수(한성대 무역학부)는 “대우그룹 부실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어 “은행권의 경우 작년에 대우에 대한 대출을 줄여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기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엄청난 공적자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금융감독당국 등 책임질 일이 있는 사람들의 책임을 모두 물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우의 상장 계열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김우중전회장의 경영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기 힘들다는 점. 김전회장이 외견상 드러난 개인 재산을 모두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대우 계열사들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대우 계열사에 대한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우중전회장의 불법행위는 업무상 횡령.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우 런던법인은 대우 계열사들의 외상수출 대금을 수금해 이를 국내에 송금하지 않고 부실 해외법인에 지원하거나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데 사용해 왔고, 김우중전회장이 이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가령 대우자동차가 런던법인에 1000억원의 완성차를 수출했다고 하자. 이 경우 대우자동차는 1000억원의 매출채권이 생기고, 런던법인은 1000억원의 외상매입금이 발생한다. 이를 장부에 기록해야 하는 것은 회계의 기본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런던법인에서는 1000억원의 외상매입금에 대한 기록도 남기지 않고 이 돈을 수금해 해외에서 마음대로 써왔던 사실이 이번 실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나마 이것도 대부분 부실 해외법인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수익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청산하더라도 투자액의 극히 일부만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채권은행 관계자들의 설명.

런던법인 입장에서 외상매입금을 남기지 않은 것은 또다른 목적도 있었다고 채권은행단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외관상 런던법인 자체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해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보다 많은 차입을 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는 것. 신용 위주로 대출해주는 해외 금융기관의 경우 재무구조가 나쁘면 당장 차입금 회수 조치를 취한다.

그러면 런던법인과 거래를 한 대우자동차는 어떻게 될까. 대우자동차 입장에서는 장부상 1000억원의 매출채권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의 회수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에서 그만큼 부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대우자동차가 런던법인과의 거래에서 이런 식으로 떠안은 부실 규모는 이번 실사 결과 18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자동차의 올 6월말 현재 매출채권은 런던법인과의 18억달러를 포함해 대략 5조원. 이중 3조원 정도는 대우자동차가 끝내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채권은행단은 전망한다.

대우자동차에 비해 매출액이 두배나 되는 현대자동차의 올 6월말 현재 매출채권은 1조2000억원. 한마디로 대우자동차, 나아가 대우그룹의 경영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김우중전회장이 런던법인이 빼돌린 자금으로 부실 해외법인을 지원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점.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 임직원들이 ‘김우중회장과 창업 동지인 이우복전회장이 대우를 떠난 뒤 그룹 자금 사정을 전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김우중회장뿐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 김우중전회장의 직접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우중전회장의 이런 행태는 비록 다른 해외법인에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자기 마음대로 쓴 셈이고, 이는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그러나 김우중전회장이 빼돌린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외화를 도피한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우내에서는 런던법인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런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떠도는 소문에 불과했다. 더욱이 런던법인 출신들은 대우내에서 ‘런던 사단’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세력을 형성해 왔고, 김우중전회장의 직계로 분류돼 왔기 때문에 런던법인의 비리는 철저히 숨겨져 온 셈. 런던법인의 실상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우중전회장은 또 국내 계열사간 자금지원에도 편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대우자동차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대우중공업에 전화를 걸어 대우자동차에 대한 자금지원을 지시할 정도였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우그룹의 회계처리가 엉터리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우그룹의 회계 처리는 장부정리를 잘해놓은 호빵집 수준이었고, 화장품 가게만도 못했다”고 밝혔다. 김우중전회장은 그룹 회장이 아니라 ‘대우 호빵집’의 자금부장 역할이나 했다는 것.

정부 관계자들은 김우중전회장의 법적인 책임도 책임이지만 그의 부도덕성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가 전경련 회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김대중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김대통령을 속이려고까지 했다고 말한다. 작년 중반 김대통령에게 18억달러에 이르는 해외공장 설비 수출금융만 지원해주면 대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당시 김대통령은 김우중전회장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를 OK 사인으로 해석한 김우중전회장은 회사로 돌아와 임원들을 모아놓고 “모든 것이 잘됐다”고 흥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대중대통령은 김우중전회장의 보고 내용을 검토하라고 청와대 비서진에게 지시했고, 검토 결과 ‘불가’ 의견이 나오자 그대로 따랐다는 것.

대우그룹 채권은행단은 11월26일까지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등 대우 주력 10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방안을 마련했다. 물론 앞으로 해외채권단과의 협의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긴 하지만 대우사태 해결을 위한 방향은 잡힌 셈.

그러나 뜻있는 대우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대우 임직원들의 태도로는 대우 정상화는 지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 임직원으로서의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대우중공업의 한 임원은 “직원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로 주식시세나 확인하고 있고, 일부 계열사 임원들은 아직도 골프장에 출입하는 것으로 안다”고 한탄했다.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은 ‘기업은 살리고 기업주는 망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사는’ 부실기업 처리 방식에 익숙해온 국민 입장에서 보면 분명 신선한 실험이다. 국민은 정부가 기득권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우중전회장을 구속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대우 살생부 ‘2580’을 아십니까

직원들 “임원 20%, 부장 50%, 부장 이하 80%만 남아야”


‘2580’. 한 방송사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 제목이 아니다. 대우그룹 직원들 사이에서 나도는 숫자로 ‘살생부’ 비율을 뜻한다. 현 임직원들 가운데 남아야 할 사람의 비율이 ‘임원 20%, 부장급 50%, 부장 이하 직원 80%’라는 이야기다.

특히 전무급 이상 임원은 모두 퇴진해야 하고, 상무급 중에서도 전현직 사업(경영)본부장은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이 대우의 부실경영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그 이유.

대우 직원들은 또 김우중전회장의 경기고 동문들이 결국 대우의 몰락을 자초했다면서 경기고 인맥의 철저한 청산을 주장한다. 한 차장급 직원은 “경기고 출신은 단지 경기고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룹내에서 능력을 검증받지 않고도 승승장구하다 보니 다른 학교 출신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그룹 전체의 분위기를 침체시킨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형식적으로는 기업개선약정 체결을 통해 채권은행단이 출자전환을 하면 채권은행이 대주주가 되므로 채권은행이 주주 입장에서 대우 계열사들의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의 대주주 역시 정부이기 때문에 결국 대우 경영진 선임은 정부의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대우내에서 부실경영에 책임있는 고위 임원들이 여권 실세들과의 줄대기를 통해 살아남으려 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대우전자의 한 차장급 직원은 “줄대기를 통한 임원 선임은 대우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대우 직원들은 대우 경영진 선임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우의 썩은 뿌리를 도려내기 위해서는 대우를 잘 아는 사람이 경영진에 선임돼야 하고, 그런 점에서 김우중전회장의 경영노선에 반발해 대우를 떠난 고위 임원의 수혈도 한가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주간동아 212호 (p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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