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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무너지는 국가 기강

”최종 로비 목표는 청와대”

신동아 '옷로비' 새 국면… 박시언 기독교계 지도자 등 통해 회장 구명활동

”최종 로비 목표는 청와대”

”최종 로비 목표는 청와대”
고급옷로비 의혹사건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처음 단순한 로비사건에서 출발했던 이 사건은 권력의 은폐조작 의혹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가 이번에는 다시 신동아그룹의 전방위로비의혹 쪽으로 급속하게 옮겨붙고 있는 양상이다.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 유출사실이 드러난 뒤 박주선 전 법무비서관을 전격 경질한 김대중대통령부터 “최전회장측이 나에게도 로비를 시도했다”면서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김대통령은 물론 “신동아측이 거대한 재력과 인맥을 동원해 집요한 로비를 펼치려다 실패했다”고 단언했지만 자신뿐 아니라 부인 이희호여사와 검찰 금융감독위원회에 로비 시도가 있었다고 언급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 “해방 이후 최대 권력형 비리” 맹공

한나라당은 “신동아그룹이 최전회장의 구속을 면하기 위해 호화 옷과 그림,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근거를 갖고 있다”며 “해방 이후 최대의 권력형 비리”라고 총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나 신동아그룹이 오너의 구속과 그룹 해체를 막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다. 신동아측은 누구를 상대로 어떤 로비전을 펼쳤는가. 이제 옷로비 의혹사건은 최초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최병모특별검사팀의 압박수사가 강도를 더해가면서 조금씩 나타났었다. 11월16일 특검팀에 의해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가 구속위기에 처하자 정씨의 남편 정환상씨가 “최전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처음에 남편의 구명로비를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김태정전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언급한 게 바로 그것이다. 정일순씨는 특검팀의 조사과정에서 이에 관해 상세히 진술했고, 특검팀 내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조사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을 볼 때 최전회장측의 로비는 크게 세 갈래로 전개된 듯하다.

먼저 98년 3월 신동아그룹 부회장으로 영입한 박시언씨를 통한 로비활동이다. 박씨는 최전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당시 여러 차례 김태정검찰총장을 찾아가 만났고,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과 박주선법무비서관도 만나 최전회장의 억울함을 설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신동아그룹측이 미국 메트로폴리탄보험사로부터 10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1년 가까이 장기화된 것은 박씨의 로비가 주효한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를 미루라”는 검찰수뇌부와 “최전회장이 증거를 인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빨리 구속해야 한다”는 수사팀간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박씨는 그러나 “다른 여권 실세들에게는 로비한 적이 없으며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등에게도 돈을 갖다준 일은 없다”며 또다른 로비활동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기독교계 지도자들을 통한 구명탄원활동이다. 김대통령이 11월27일 공개한 로비시도 내용도 “나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교계 지도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김중권 전대통령비서실장 역시 “1월 중순쯤 몇몇 목사님들이 찾아와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놓고 갔다”고 밝히고 있다.

세번째는 최전회장의 부인 이형자씨의 로비로 이씨는 직접 이희호여사와 연정희씨 등 이른바 ‘안방마님’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남편의 구명활동에 나선 것은 98년 11월초. 검찰수뇌부를 맡은 그룹부회장 박시언씨의 로비활동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이씨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11월7일 정일순씨에게 밍크코트 한 벌을 대통령 부인에게 선물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고, 제 삼자를 통해 대통령부인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전회장이 구속되기 전 대통령 부인이 잘 아는 모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지금 옆에 최전회장의 부인이 있는데 한 번 통화를 해보겠느냐”고 해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는 것. 이씨가 이 때 “남편이 부하 때문에 누명을 쓰게 됐는데 선처를 바란다”고 부탁하자 대통령 부인은 “내가 그런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 않는가. 억울한 일이 있다면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다”라면서 전화를 끊은 직후 자신에게 이씨의 전화를 연결해준 지인을 다시 찾아 “어떻게 그런 전화를 연결해줄 수 있느냐”며 꾸짖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옷로비사건에 대한 사직동팀의 내사가 이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전회장측의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이씨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접근하고 있는데 장관부인 등이 거액의 옷값을 요구하자 ‘별 것도 아닌 것들이 까분다’는 생각에 교계 지도자들을 통해 이를 문제삼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꺼지지 않은 ‘불씨’ 살아나나

로비연루 수백명說 … 검찰 당시 ‘서둘러 봉합’ 의혹


지난 2월11일 신동아그룹 최순영 전회장이 구속된 이후 서울 여의도 정가에 널리 유포됐던 ‘최순영리스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최순영리스트는 10여종이 대거 유포되면서 제2의 사정태풍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았으나 홍두표 전 한국방송공사사장, 이수휴 전 은행감독원장, 이정보 전 보험감독원장 등 3명이 추가구속된 것을 끝으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당시에 유포됐던 ‘최순영 리스트’ 중 하나는 최순영 리스트를 시기적으로 3단계로 분류하면서 로비에 연루된 인사가 수백명에 이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단계는 김영삼정부 시절 사업확장을 위해 정권의 실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고, 2단계는 97년 대통령선거 당시 보험금 성격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며, 3단계는 IMF 위기로 신동아그룹이 제3자매각 등의 위기에 봉착하자 그룹을 구하기 위해 청탁성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전회장이 구속위기를 맞아 여권실세들을 상대로 전방위로비를 펼쳤다면 이 역시 3단계로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최전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던 홍두표씨 등 3명은 1단계에 해당하며, 최전회장의 ‘세풍’(稅風)자금 제공사실(최전회장측은 세풍자금제공혐의는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음)은 2단계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검찰수사에서 폭발성이 가장 강한 제3단계의 로비의혹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최전회장으로부터 상당한 진술을 받아놓고도 파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서둘러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간동아 212호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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