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8

1999.11.11

마니아 몰고 다니는 ‘순풍 X 파일’

일상 소재로 탁월한 심리 묘사… 평균 시청률 20%대, KBS-MBC 9시 뉴스 위협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7-02-22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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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빠른뉴스’로도 ‘한 시간 늦은 뉴스’로도 KBS와 MBC 9시 뉴스의 두터운 벽을 뚫지 못하던 SBS가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로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SBS는 평균 시청률 20%대를 유지하며 마니아들까지 몰고다니는 ‘순풍 산부인과’ 방송 시작 시간을 9시15분으로 10분 전진 배치하고 방송 시간도 10분 늘려 타사의 9시 뉴스에 타격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98년 3월 시작한 ‘순풍 산부인과’는 처음엔 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더니 98년 겨울부터 대학생과 직장인들까지 가세, 지금은 하이텔 천리안 등 4대 통신공간에서 ‘열혈 시청자’들이 활동할 정도가 됐다. 이 드라마로 박영규 이태란 허영란, 아역 탤런트 김성은과 김성민 등 출연자 모두는 스타가 됐다. ‘순풍 산부인과’ 출연자들이 나오는 광고만도 무려 30편이 넘는다.

    ‘순풍 산부인과’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미묘하고 사소한 상황들을 소재로 선택하고 있으며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심리 상태를 ‘동정적으로’ 폭로한다는 점이다. 슈퍼마켓에서 주는 사은품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줌마들의 심정, 정치엔 무관심한 체 하다가도 정작 높은 사람과 끈을 대기 위해 안달하는 남자들, 남의 결혼식에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속마음, 짝사랑하는 여자의 머리 속은 얼마나 복잡한 회로로 얽혀있는지를 ‘우습지 않게’ 그려내는 것이다.

    출연자들 나오는 광고 30편 달해



    ‘순풍 산부인과’ 시작 때부터 대본을 써온 전현진씨는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만화, 영화, 다큐 등의 기법을 빌려오는 등 이전의 시트콤 작업에 비해 훨씬 정교한 대본작업을 거친다”고 말한다. 현재 ‘순풍 산부인과’ 대본을 만드는 사람은 7명의 여성 작가들. 전현진씨가 얼마 전 결혼했고 다른 사람들은 미혼이다. 이들로부터 ‘순풍 산부인과’에 대해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들어보았다.

    ●순풍 산부인과 vs X파일 ‘순풍 산부인과’가 마니아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은 종종 ‘X파일’의 음모 이론을 차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순풍 산부인과’는 “익숙한 것이 전혀 다른 곳에 쓰일 때 얻는 극적 효과” 때문에 영화나 ‘X파일’ ‘전원일기’ ‘경찰청 사람들’ 등을 패러디한다.

    ●순풍? 술풍? ‘순풍 산부인과’에는 최소 한 회 한 두 번씩 음주 장면이 나온다. 작가들은 “보통사람들이 ‘약간의 실수’를 하기 위한 배경을 만들다 보니 음주 장면이 많아지고 있다”고 대답.

    ●협찬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 ‘순풍 산부인과’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광고와 관련이 있다. 연기자들이 입고 나오는 옷에서 미달이의 머리띠까지 모두 ‘협찬’ 받는 상품이다.

    ●어색한 가족 구성 김찬우 등이 ‘코미디보다는 연기를 하겠다’며 ‘순풍’에서 걸어나갔다. 덕분에 의찬이는 부모 없는 아이로 출연 중인데 “의찬이는 오늘날 ‘순풍’의 일등공신으로 결코 뺄 수 없다”는 게 작가들의 말이다.

    ●정치적-사회적 풍자 정치인의 내각제 말바꾸기, 옷로비 사건, 청문회, 신창원 등 사회적 이슈를 패러디하는 데 대해 마니아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편이다. 작가들은 “소재 빈곤 때문”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순풍 산부인과다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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