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8

2016.05.18

국제

사드 견제 나선 중·러의 일격 S-400 방공미사일의 실체

양국 5월 중 사상 첫 합동 MD훈련…동북아 안보 ‘게임 체인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6-05-18 09: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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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러시아가 사상 처음으로 합동 미사일방어(MD) 훈련을 실시한다. 러시아 항공우주방위군(ADF) 과학연구센터에서 5월 중 실시할 예정인 이 훈련은 컴퓨터에 기반을 둔 현대화된 시뮬레이션 기술을 동원해 가상 적군의 공격에 대응하는 지휘통제시스템, 통신시스템, 레이더 등을 점검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천(空天·상공) 안전-2016’으로 명명된 이 훈련의 목적은 적군의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양국 국방부는 이 훈련이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국 배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웨강(岳剛) 중국 군사평론가는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에 공통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양국의 합동 MD훈련은 미국에 대한 경고이자 사드 배치에 대비한 군사협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훈련에는 러시아 항공우주방위군과 중국 전략지원군이 참가한다. 2015년 12월 말 창설된 중국 전략지원군은 정보전과 사이버전, 우주전쟁 등에 특화해 만든 부대다.  



    산둥반도 배치하면 북한 전역이 작전권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사드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미국 측 행보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최근에는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4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공동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당시 양국 장관은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에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국의 합동 MD훈련은 첫 대응조치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중국의 국가안전 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훼손한다”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혀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5월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양국의 합동 MD훈련이 러시아가 추진 중인 최신예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의 중국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4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들여 S-400 2개 포대를 도입하기로 러시아와 계약했으며, 러시아는 이를 내년 인도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애초 기술 유출을 우려해 S-400 판매에 소극적이었지만, 중국과 밀월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의 구매 요청을 받아들였다.

    ‘트리움프’(승리)라는 이름이 붙은 S-400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배치됐다. 적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 전투기 및 폭격기 등을 공중 요격할 수 있다. S-400은 표적 레이더, 교전 및 화력관제 레이더, 미사일 발사관, 지휘통제소, 지원시설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미사일 발사 때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S-400 1개 포대는 최대 6개의 미사일 발사시스템을 보유하며, 각 미사일 시스템에는 최대 12개 미사일 발사대가 있다. 미사일 발사대는 미사일 4발을 탑재한 발사관과 차량으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 방산업체 알마즈-안테이가 제작한 S-400은 세 종류의 미사일을 사용한다. 최대 사거리는 400km이고 비행고도는 30~185km, 속도는 마하 5~14이다. 레이더는 600km 이내에 있는 300개 표적을 추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S-400은 F-35 스텔스기를 비롯해 F-15, F-16, F/A-18 등 미군의 주요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러시아는 현재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대공 방어를 위해 S-400을 배치해놓았다. 극동지역의 경우 캄차카 반도에 S-400이 배치된 상태다.

    중국이 S-400을 실전배치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투기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티모시 히스 연구원은 S-400으로 극동지역 안보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 등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우방의 지원 활동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북한 접경지역과 산둥반도에 S-400을 배치하면 북한 전역이 작전 권역에 들어간다.

    중국은 또 남북한이 무력 충돌할 경우 미군과 한국군의 대북한 공습 억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서해로 진입하는 미 해군 항공모함(항모) 전단을 위협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뒤집어 보면 중국이 S-400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셈. 주한미군 기지에서 발진하는 미군 전투기들의 활동도 견제할 수 있다. S-400 배치로 미국과 한국의 공중 활동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지렛대를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반(反)사드’ 연대 본격화

    결국 S-400은 중국이 그간 추진해온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 전략의 결정판에 해당한다. A2/AD 전략이란 중국이 다오롄(島鍊·Island Chain)이란 가상의 선을 설정해 미국 항모 전단이 자국 연안과 동·남중국해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제1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1000km 떨어진 일본열도-난세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선이다.

    중국이 S-400을 대만 해협 인접지역에 배치할 경우 대만 전투기가 발진하자마자 격추 가능해 군사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대만군을 지원하기 위해 출동한 미국 공군과 해군 항공기들 역시 S-400의 사거리를 피해 대만 동부 공역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영유권 분쟁을 빚어온 일본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에도 S-400은 일본 항공자위대와 미군을 위협할 수 있다. 중국이 전략핵잠수함과 항모를 배치해 둔 남중국해 하이난다오에 S-400을 배치할 경우 남중국해 북부지역까지 영향권에 둘 수 있다.

    이렇듯 S-400의 위력이 위협적이다 보니,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이를 배치하자 터키는 물론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중국이 지대공미사일 훙치(紅旗·HQ)-9와 S-400으로 MD체계를 구축한다면 미국과 일본을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反)사드’ 연대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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