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8

2016.05.18

사회

을지스타몰 ‘쪽박몰’ 된 이유

유동인구 없어 황량, 껑충 뛴 임차료에 상인들 울상…서울시는 계속 노력 중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5-17 16: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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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을지로2가)에서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지로6가)까지 이어진 지하상가 ‘을지스타몰’(옛 을지로지하도상가). 2013년 약 60억 원의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상가는 활기를 띠기는커녕 황량한 분위기만 감돈다. 총 3.8km 길이의 지하도에 총 219개 점포가 있는데 정작 이용하는 시민은 별로 없다. 심지어 군데군데 비어 있는 점포도 눈에 띈다. 지하보도 벽면에 붙은 ‘을지스타몰 재오픈’ 플래그가 무색할 따름이다.  

    서울지하도상가 운영 주최인 서울시설공단은 2011년 시민 이용고객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공사비 부담 조건으로 상가 단위 경쟁 입찰을 시행해 민간수탁자로 (주)대현프리몰(대현)을 선정했다. 따라서 기본 임대차 기간 5년에 투자비용 회수 연장 기간(5년)을 합쳐 약 10년간의 점포 운영권을 위탁받았다. 이후 대현은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고 2013년 8월 을지로지하도상가는 ‘을지스타몰’이란 새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개·보수 전과 비교해 지하도상가가 눈에 띄게 환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가 입주민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크다. “리모델링 후 관리비만 올랐다”는 푸념이다. 현재 22.19㎡ 규모의 점포라면 과거에는 임차료와 관리비를 포함해 월 57만 원 정도를 내면 됐지만 현재는 약 8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 상가 주인은 “임차료가 45%이고 공사비 25%, 관리비가 30%이다. 이 중 공사비는 리모델링 후 추가로 내는 돈이고 관리비 역시 과거에 비해 40% 정도 올랐다. 그나마 여긴 나은 편이다. 관리비가 60~70%까지 오른 점포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자리에서 35년째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 씨 또한 상가 개·보수 후 입주민들의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환경이 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버는 건 비슷한데 내야 할 돈은 많아지니 이게 손해가 아니고 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모델링 후 관리비 70% 인상

    을지스타몰이 ‘쪽박몰’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곳을 찾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을지로지하도상가가 지닌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을지로지하도상가는 서울 지하도상가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가 직접 조성해 1983년 12월 개장했다. 다른 지하도상가들은 민간이 직접 개발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했지만 을지로지하도상가는 보도, 즉 이동통로로서의 개념이 더 강하다 보니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서울시가 직접 개발과 운영을 도맡았다.

    다른 지하도상가와 비교해 을지로지하도상가의 가장 큰 맹점은 점포 형성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 특히 을지로4가 지하도상가의 경우 통행로 폭이 좁아 지하도 한쪽에만 상가가 형성돼 있다. 즉 상가가 반대쪽 벽면을 바라보는 구조라 결코 좋은 상권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이동통로로서의 개념이 더 강하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을지로지하도상가는 상가가 아닌 ‘지하보도’로 불렸다.

    을지지하보도상가상인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오경근 씨는 “여기는 로드숍이지 상가라고 보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오씨는 “4km 가까이 되는 거리에 점포가 200여 개밖에 없지 않나. 상가 총면적이 전체 면적의 30%도 채 안 되는 상황이다. 처음 리모델링을 시작할 때는 명동이나 동대문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을 이쪽 지하도상가로 유입하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을지로지하도상가 상권이 침체된 이유로 주요 소비 주체인 젊은 층의 유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설공단 상가운영처 관계자는 “젊은 소비층의 주요 활동 공간이 강북권에서 강남권으로 이동했고, 현재 을지로지하도상가에 입점한 점포들의 업종 또한 젊은 층을 유입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또한 지상 인구를 지하로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럴 만한 미끼 점포가 없어 상권 활성화에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이곳에 입점한 점포 가운데 상당수가 생활소품이나 향토재래물품, 안마기 등 저가 의료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뷰티매장이나 카페, 화려한 소품가게가 늘어서 있는 다른 지하도상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울시설공단은 을지로 구간의 활성화를 위해 특정 구간에 갤러리와 피아노계단, 트릭아트, 정글테마존 등을 설치해 외부 유동인구를 유입하려 노력했으나 시설물이 대부분 완성도가 높지 않아 지하도상가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임대 수익은 다른 지하도상가의 절반 수준

    현실적으로 을지스타몰은 서울시 측에도 애물단지일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시가 25개 서울 지하도상가에서 해마다 거둬들이는 총 임대료는 약 550억 원. 이 중 을지스타몰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11억 원 정도다. 이는 평균 임대 수익금 22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리모델링 후 서울시에서 지출하는 인건비는 배로 늘었다. 개·보수 후 관리 범위가 커지면서 서울시설공단 소속 경비 인력을 2배가량 늘렸기 때문이다.

    물론 을지로2가 쪽에 신규 점포를 20개 늘렸지만 그중 절반가량이 영업을 그만두고 점포를 반납한 상태다. 이들처럼 임차를 포기할 경우에는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장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상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2년 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정이 있기 전에는 임차 잔여 기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같은 금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이에 대해 오경근 을지지하보도상인회 총무는 “대현이 상가 관리권을 가져오면서  상인들은 대현 측과 새롭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계약서에 공정위 기준에 위반되는 사항이 4건이나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위약금 문제였다. 그 밖에도 대현 측은 2012년 점포운영관리비란 명목으로 임차인에게 별도의 운영비를 부과했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이를 철수했다. 하지만 10개월 동안 납부한 금액에 대해서는 상가인들이 대현 측을 상대로 소송 중이다. 이미 재판에서 3번이나 승소했지만 그때마다 대현이 불복해 여전히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현 측 변호사는 “상가 입주민들과 회사 간 오해에서 비롯한 문제인 것 같다. 상인들과 체결한 계약서를 공정위가 불공정약관으로 규정하면서 재판부 역시 상인들과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점포운영관리비를 청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상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지, 관리비 청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재판 결과에 불복한 이유 역시 대현 측에 귀책사유가 있지 않음을 밝히기 위해서다. 을지스타몰 자체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현재 대현 측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상가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상인들과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을지스타몰의 최종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도 이 문제를 관망만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대현과 상인들 간 개별 분쟁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문제 봉합을 위해 공단 측도 적극 나서겠다. 이 문제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상권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에는 문화공간, 휴식공간 등을 조성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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