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8

2016.05.18

사회

전경련, ‘차명거래금지법’에 발목 잡히나

‘어버이연합’ 수억 원대 자금 지원 정황, 금융실명제 위반 처벌 규정 적용 첫 사례 될 수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05-17 15: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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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어버이연합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전경련으로부터 수억 원대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이 고발 건을 접하고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국회의원실 최병천 보좌관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약칭 ‘차명거래금지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차명거래가 계속 이어져왔어요. 계좌 실소유주와 계좌주(명의자)가 합의해 차명계좌를 만들 경우 규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가 탈세와 자금은닉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차명계좌를 운용한 게 대표적 사례죠.”

    최 보좌관의 설명이다. 2014년 시행된 차명거래금지법의 핵심은 당사자가 합의했든 안 했든 불법적인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개정 법률 제3조 3항은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중략)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제6조에 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을 뒀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전경련 등을 고발하며 “지금까지 나온 여러 의혹으로 볼 때 자금 지원 과정이 불투명하고 세법 등 여러 법을 위반한 정황이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전경련이 차명계좌를 통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의원입법 옥석 가려야

    5월 29일 마무리되는 19대 국회에서는 차명거래금지법 외에도 상가권리금 개념을 법제화해 임차인을 보호하는 내용의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정부가 위기 가정을 미리 파악해 구제할 수 있도록 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세칭 ‘세모녀법’) 등이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장된 법률안은 훨씬 더 많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19대 국회 발의 법안 가운데 의원입법 건수는 1만5394건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18대 국회(1만1191건) 때보다 4203건 늘었다. 이 가운데 법률이 된 건 1066건(6.9%)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최근 시민단체 등이 의원의 입법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면서 의원 사이에서 법안 제출을 남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폐기된 법률안을 찾아내 숫자 몇 개만 고쳐 새 법률안으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실적만 노리는 부실 졸속법안보다 시민의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의원입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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