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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장사의 神은 따로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유망하게 만들라

행복한 책방주인, 김민정 ‘달달한 작당’ 대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유망하게 만들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유망하게 만들라

약 20년의 회사생활을 끝낸 뒤 어린 시절 꿈을 좇아 창업을 선택한 김민정 ‘달달한 작당’ 대표. 그가 처음 문을 연 만화방 ‘즐거운 작당’은 이후 우리나라 만화방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박해윤 기자

‘달달한 작당’은 1월 중순 서울 마포구에 둥지를 튼 ‘햇병아리’ 그림책 카페다. 아직은 아는 이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나 ‘달달한 작당’을 만든 이가 김민정(45) ‘즐거운 작당’ 대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즐거운 작당’은 2014년 4월 문을 연 뒤 우리나라 만화방의 판도를 바꿔놓았다는 평을 들은 명실상부 ‘핫플레이스’이니 말이다.
3만 권 이상의 장서와 편리한 검색 시스템, 쾌적한 좌식 공간 등을 갖춘 이 ‘만화방’은 만화책을 보며 커피와 맥주 등을 마실 수 있는 카페형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여러모로 새로웠고, 그래서 화제가 됐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전국에는 ‘즐거운 작당’과 유사한 콘셉트의 만화 카페가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니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보자. ‘달달한 작당’ 말이다. 이미 전국에 그림책을 읽을 공간은 적잖다. 하지만 김 대표가 만들었으니 이곳도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2년 전 ‘만화방도 밝고 개방적이고 산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 많은 이를 깜짝 놀라게 했던 김 대표가 ‘달달한 작당’을 통해 새롭게 전하는 메시지는 ‘어른도 그림책을 통해 위안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달달한 작당’의 타깃은 ‘어른’이다. 그래서 ‘즐거운 작당’과 마찬가지로 커피와 맥주를 판다.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 길게 누인 채 빈둥댈 수 있는 좌식공간도 만들어놓았다. 김 대표가 이 그림책 카페를 만든 건 자신이 바로 이런 공간이 필요했던 ‘그림책 좋아하는 어른’,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어른이’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어서”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유망하게 만들라

‘달달한 작당’에는 김민정 대표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별한 약 2000권의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비주얼이 멋진 잡지 등이 소장돼 있다. 그림책을 읽으며 ‘어른스럽게’ 커피와 맥주도 마실 수 있다. 박해윤 기자

“벌써 오래전 일이에요. 직장생활을 할 때였는데,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 남자친구가 ‘손바닥동화’라는 그림책 3권을 선물로 주더군요. 처음엔 ‘웬 그림책이야’ 했죠. 그런데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상상도 못 했던 마음의 위로를 받았어요. 그다음부터 힘들 때면 종종 서점에 들러 그림책을 읽게 됐고요.”
하지만 한국에서 어른이 원하는 그림책을 양껏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서점이나 그림책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둘러싸이기 일쑤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그림책을 많이 소장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그는 “그림책을 읽고 싶어 하는 어른이 나 말고도 많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가며 ‘달달한 작당’ 오픈을 준비했다. 그동안 김 대표를 가장 행복하게 한 건 원하는 책을 다 사 모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이건 소비가 아니야. 창업을 위한 투자야’라고 저 자신에게 계속 변명을 했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만약 카페가 망하더라도 이 책은 다 내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라고 자위하게 됐죠. 지금도 앞일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만한 서재가 생겼잖아요. 불안하면서도 참 좋아요.”
웃음을 잔뜩 머금은 눈이 곱게 휘어졌다. 마흔이 넘어서도 그림책을 사랑하는 어른다운, 해맑은 미소였다.
김 대표가 애초 ‘즐거운 작당’을 연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이 좋았던 소녀는 언젠가 만화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마흔이 너머 ‘짜잔!’ 장래희망을 이룬 것이다. 약 20년간 직장생활을 한 뒤였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팔자 좋은 금수저’의 ‘창업 성공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또 하나의 진실이 있다. 막연하기만 했던 김 대표의 장래희망이 현실로 이어진 건 ‘타의에 의한 퇴직’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회사의 경영상 위기였다. 그의 전 직장은 ‘싸이월드’로 유명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 거기서 ‘기업문화팀’ 부장으로 일하던 김 대표는 2013년 회사가 사업부문을 정리하면서 자리를 떠나야 했다.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회사생활이 참 즐거웠어요. 우리 부서가 하는 일이 ‘어떻게 하면 조직 구성원들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까’, 또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좀 더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 같은 질문에 답을 찾는 거였거든요. 그 일을 하면서 저 자신도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회사 사정은 점점 나빠졌고, 그는 마흔이 되던 무렵부터 ‘머지않아 내가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부터 다른 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종종 이야기를 나눴어요.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흔 언저리에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마흔 넘은 우리를 받아줄 회사는 없을 거다. 둘 중 누구든 만약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다른 일자리 알아보려 노력하지 말고 창업을 하자. 그 대신 남은 한 사람이 두 명의 생계를 위해 더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자’고요.”
창업한다면 어떤 업종이 좋을까에 대해서도 대화를 시작했다. 김 대표가 “나는 어릴 때 만화방 주인이 되고 싶었다”고 하자 남편은 “나는 문구점 사장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직은 둘 다 직장이 있을 때라 이야기는 ‘절박한 사업구상’보다 ‘즐거운 상상’ 쪽으로 흘러갔다. 김 대표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여러 번 나의 미래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 덕에 정말 회사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의외로 담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퇴사 후 일주일 만에 퇴직금을 털어 바로 ‘즐거운 작당’ 자리를 계약했다고 한다. ‘처음’ 찾아간 부동산에서 ‘처음’ 소개해준 건물이었다.



“나의 자산을 100% 활용하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유망하게 만들라

김민정 대표와 함께 ‘달달한 작당’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함수현 매니저와 애견 홍시(왼쪽). 따뜻한 색상의 그림책 표지가 인테리어 소품 구실을 하는 그림책방 ‘달달한 작당’ 내부. 이 공간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용료는 시간당 3000원이며, 이후 10분에 500원이다. 박해윤 기자

“다른 분한테 권할 수 없는 일이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사업을 한다면 만화방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만들 만화방의 상도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공간이 눈에 띄었을 때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김 대표의 말이다. 이후 ‘즐거운 작당’이 문을 열기까지 넉 달간, 공간을 꾸미고 책을 한 권 한 권 채워가며 그는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인터넷 소상공인 포털사이트(www.sbiz.or.kr)에 접속해 신용카드 결제 기록 등을 바탕으로 주변 상권을 분석하고,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하루 매출을 얼마 이상으로 잡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김 대표는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대부분 매년 경영계획을 세우고, 분기별로 사업전략을 짜봤으며, 면접관이 돼 직원을 선발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창업에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나도 직장생활을 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연구하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전 직장 후배 가운데 카페에서 오래 일했던 친구를 불러다 ‘즐거운 작당’ 매니저로 앉힌 것도 그가 큰 어려움 없이 ‘색다른 만화방’ 문을 열 수 있었던 한 비결이라고 한다.
“제가 ‘만화’는 잘 알지만 ‘카페’ 쪽은 완전히 문외한이었거든요. 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그 친구가 큰 도움을 줬죠. 그래서 저는 늘 창업하려는 사람에게 ‘꼭 하고 싶은 일을 아이템으로 삼고, 당신이 가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말해요.”
김 대표의 말이다. 이 조언은 그 자신에게도 유효하다. ‘달달한 작당’의 매니저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함수현(37) 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역시 김 대표가 전 직장에서 인연을 맺었던 인물인 함 매니저는 그림책 마니아이자 관련 분야 전문가로 김 대표를 도와 ‘색다른 그림책방’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공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창업 넉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채 1년이 되기 전 김 대표에게 ‘대기업’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게 한 ‘즐거운 작당’처럼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김 대표가 ‘달달한 작당’을 계속 가꿔나가면서 그와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의 ‘즐거운 놀이터’로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그가 하고 싶은 일이고,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창업은 남들이 유망하다고 하는 아이템을 찾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유망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창업”이라고 했다. ‘달달한 작당’ 벽에 쓰여 있는 글귀 ‘Make Your Story Happen’은 바로 이 뜻을 담은 것으로 보였다. 
▼ TO DO LIST ▼1. 정말 하고 싶은 창업 아이템을 찾아라
중년 창업은 ‘벼랑 끝의 선택’이 아니라 ‘행복한 인생 2막’이 돼야 한다. ‘평생 직업’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뭔지를 고민하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면, 그 꿈을 실현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2.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
직장생활 동안 자연스럽게 쌓인 경험은 창업 과정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 직장에서 만난 인연들도 소중히 여기면 크고 작은 도움이 된다.

▼ NOT TO DO LIST ▼

1. 권고사직, 명예퇴직에 좌절하지 말라
인생은 길고, 이제는 누구나 평생 4~5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퇴직은 실패가 아니고 인생의 끝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좀 더 담담하게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면 자연스레 ‘행복한 창업’의 길도 열린다.

2. ‘유망한 아이템’에 휩쓸리지 말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말에 미래를 맡기는 건 부적절한 행동이다. 아이템 선택도, 사업 구상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치킨집을 하더라도 색다르게 하겠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개성이 있어야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성공도 따라온다.





주간동아 2016.02.03 1024호 (p68~70)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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