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4

2016.02.03

골프의 즐거움

억만장자 밥 파슨스의 도전

64세에 브랜드 론칭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2-02 09: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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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갑도 한참 지난 나이에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대단한 모험심이 있지 않고서는 힘들다. 미국 억만장자 사업가 밥 파슨스(Bob Parsons)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1950년 11월 27일생, 만 65세인 파슨스는 물려받은 재산 하나 없이 자수성가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69년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부상으로 귀국하면서 퍼플하트 훈장을 받는다. 그는 학업에 몰두해 볼티모어대 회계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한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파슨스는 1984년 파슨스테크놀로지를 창업해 가정 내 회계프로그램을 만들어 팔더니 10년 뒤에는 6400만 달러(약 769억5000만 원)에 회사를 매각한다. 그걸 종잣돈 삼아 97년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도메인 등록 서비스업체 고대디닷컴(GoDaddy.com)을 창업했다. 당시 사업 전략은 ‘많은 사람에게서 조금씩만 돈을 걷자’는 박리다매였다.
    2005년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파이널인 슈퍼볼에서 탱크톱을 입은 섹스어필한 광고를 내보내 대박을 쳤다. 30초당 240만 달러의 광고비를 들이는 슈퍼볼 경기 광고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로 지목되면서 사업은 급속도로 커졌다. 이전까지 16%이던 도메인시장 점유율이 광고 이후 25%로 급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4년 고대디닷컴은 5900만 개의 세계 최대 도메인 등록 서비스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자의로 고대디닷컴 최고경영자(CEO)를 그만두더니, 2014년에는 운영위원회에서도 손을 떼고 대주주로만 남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21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로 추정해 미국 부자 353위에 올렸다.
    파슨스는 골프사업도 벌였다. 2013년 9월 기존 골프장을 사들여 스코츠데일내셔널골프클럽으로 고쳤다. 회원들의 반강제적 참여를 바탕으로 클럽하우스를 새로 짓고, 9홀 연습 공간, 18홀 코스를 증설했다. 골프장 리노베이션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 175명에게는 멤버십피를 반환할 정도의 과감한 혁신을 밀어붙였다. 그는 골프클럽을 사들이는 데만 35만 달러(약 4억2000만 원)를 쏟아부을 정도로 열정적인 골프광이기도 하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골프용품 브랜드 PXG(Parsons Xtreme Golf)를 론칭했다. 핑골프 전문가를 초빙해 “경비는 생각지 말고 최고 제품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현재까지 140억 원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50개 이상 설계특허를 출원했고, 퍼터부터 드라이버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렇게 나온 PXG는 이름만큼 익스트림하다. 풀세트 가격이 600만 원을 넘는다. 클럽 헤드에 다양한 무게의 텅스텐 추를 심은 외양부터 독특하다.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헤드에 다양한 추가 촘촘히 박혔다. 이를 통해 골퍼 각자에 맞는 섬세한 무게중심, 백스핀, 구질 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판매도 소매점을 통한 대량 판매가 아니라 회원제 골프장과 전 세계 16개 프리미엄 피팅스튜디오인 쿨클럽스(Cool Clubs)를 통해서만 진행한다.
    캘러웨이골프 창업자인 일리 캘러웨이는 섬유업과 와인사업을 거쳐 63세인 1982년에 골프용품사업을 시작해 오늘날 골프업계의 리딩 브랜드로 만들었고,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엔지니어였던 카스텐 솔하임은 43세에 골프를 처음 시작해 핑클럽을 만들어냈다. 억만장자 파슨스가 과감하게 투자한 하이엔드급 골프 브랜드가 침체에 빠진 용품시장에 새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러운 건, 64세에 경력과는 무관한 분야에 뛰어들어 아이디어를 뿜어내는 활력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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