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2023.03.10

테슬라 ‘투자자의 날’에 돌아본 자동차산업의 핵심 화두들

[조진혁의 Car Talk] 자체 제작 부품 늘리고 반값 전기차 계획 공개… 월 정액제 가정용 충전 서비스도 밝혀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3-03-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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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3월 1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미래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3월 1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미래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3월 1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미래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와 사이버 트럭 출시 일정을 공개할 것이라는 소문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으나, 머스크는 구체적인 상품 소개 대신 마스터플랜만 제시해 3시간의 발표 시간 동안 엉뚱한 소리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급등했던 주가도 떨어졌다. 그렇지만 향후 자동차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만한 의미 있는 내용도 있었다. 예를 들면 에너지다. 앞으로 에너지가 더 중요해질 것은 당연한데, 머스크는 전기차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운용할지 그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위한 240테라와트시(TWh)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10조 달러(약 1경3200조 원)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우리 돈 1경 원이 넘는 금액으로 목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발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반값 전기차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앞으로 세그먼트를 더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제조 혁신으로 반값 전기차 생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제시된 테슬라의 베일에 가려진 모델. [테슬라 유튜브 캡처]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제시된 테슬라의 베일에 가려진 모델. [테슬라 유튜브 캡처]

    이번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생산가 절감이었다. 이미 테슬라는 영업이익이 10% 후반대로 다른 완성차 브랜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서 생산비용이 더 줄어든다면 차량 가격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시장점유율도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바라는 10조 달러 투자도 성사될까.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날 머스크가 자신만만하게 발표한 계획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있다. 테슬라가 멕시코에 기가팩토리를 짓는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2006년 1차 마스터플랜에서 고급 전기 스포츠카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6년 2차 계획에서는 에너지 생산과 저장, 자율주행차 사업 비전을 공개했다. 이번 3차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제조 공정 개선과 생산비 50% 절감이었다.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뜻인데, 목표가 꽤나 야심 차다.

    지난해 테슬라는 전기차 131만 대를 출고했다. 일본 도요타의 연간 생산량 1050만 대의 약 10% 수준이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7년 뒤인 2030년까지 도요타 연간 생산량의 2배인 2000만대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4곳에서 연간 200만 대를 생산하고 있으니, 멕시코 기가팩토리에서 한 해 180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뜻일까. 머스크는 판매 모델을 10대로 늘리고, 모델당 연간 200만 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방법은 이렇다. 조립공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차량 뼈대에 부품을 조립하는 기존 방식 대신, 완성된 차량의 각 모듈을 조립하는 언박스 프로세스다. 이는 차량 제조에 필요한 인력과 공간,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제조 혁신이다.

    차량에 사용되는 부품도 자체 생산한다. 모델 S의 경우 테슬라가 개발한 부품을 20% 사용했지만, 모델 Y에는 61%를 적용한다. 사이버 트럭은 테슬라가 개발한 부품을 85% 사용하며, 다음 세대 차량은 테슬라가 만든 부품 100%로 생산된다. 테슬라가 만든 부품은 전자식으로 기존 퓨즈 방식보다 성능이 앞선다. 자체 제작한 부품과 반값 생산가는 이후 차량 가격에도 적용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테슬라는 차량 가격을 내리고 있다. 3월 6일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가격을 모델 S는 5000달러(약 660만 원), 모델 X는 1만 달러 인하했다. 1월 가격을 조정한 이후 두 달 만에 또다시 할인을 적용했다. 가격 인하 배경은 금리인상으로 지갑을 닫은 소비자의 마음을 녹여 1분기 판매를 늘리려는 의도다. 금리가 올랐어도 테슬라는 영업이익이 커 전폭적인 할인이 가능했다는 평가도 들린다.

    새로운 세그먼트로 전기차시장 확대

    아직 출시 전이지만 기존 오프로더들과는 확연히 다른 테슬라 사이버 트럭. [테슬라 제공]

    아직 출시 전이지만 기존 오프로더들과는 확연히 다른 테슬라 사이버 트럭. [테슬라 제공]

    시선을 더 넓은 곳으로 돌려보면 테슬라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자국 전기차 브랜드 BYD가 선점했다. BYD는 반값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성장했는데, BYD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이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기차 값의 절반을 배터리가 차지할 만큼 전기차 생산가에서 배터리의 비중은 무척 크다. 테슬라가 다시 중국 시장을 확보하려면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경쟁해야 한다.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테슬라는 제조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상품 가격을 낮출 전망이다. 테슬라의 할인 행보는 다른 전기차 제조사에도 영향을 끼쳐 저가 전기차 열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테슬라는 세상에 없던 장르를 만들어왔다. 모델 S는 전형적인 5인승 세단 같지만 숨겨진 2인석을 활용하면 7인승 세단이 된다. 윙도어가 달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 X, 퍼포먼스는 하이퍼카에 가까운 로드스터, 아직 세상에 나온 건 아니지만 사이버 트럭도 기존 오프로더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투자자의 날’에 테슬라는 베일에 가려진 차량들도 슬쩍 제시했다. 실제 어떤 차량일지는 알 수 없지만, ‘모델2’로 알려진 차세대 저가 전기차이거나 전혀 다른 종류의 새로운 모델일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테슬라가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다양한 형태로 변주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완성차 기업들이 세단, SUV 등 기존 세그먼트와는 구분되는 전기차를 디자인하고 때로는 시장에 공개하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모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상상력을 동원해 형상을 유추하는 것일 테다. 소형 SUV이거나 크로스오버일 수도 있고, 시장에 없는 전혀 다른 종류의 모델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테슬라가 선도하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장르가 사람들 입맛에 맞는다면 다른 제조사들도 해당 장르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정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이전부터 있었다. 2015년 테슬라는 가정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 가정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설치해 낮에는 태양광 전력을 저장하고, 야간에는 배터리 전력을 사용해 가정 전기를 아끼는 원리다. 가정용 배터리 시장은 미국만 해도 테슬라 외에 여러 업체가 있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가정용 충전 서비스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저장고의 필요성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머스크는 월 정액제 가정용 충전 서비스를 발표하며 한 달 30달러로 야간에 차량 충전을 무제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다른 가전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가정에 필요한 전력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이는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전기가 더 귀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아끼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월 정액제 가정용 충전 서비스는 솔루션 중 하나일 듯하다.

    지금까지 전기차가 충전 인프라 보급에만 급급해왔다면, 이제는 다음 단계인 전력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 전기차 증가는 곧 전력 사용량의 급증을 의미하고, 에너지 비용 증가는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심야전기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이 전기차 충전 시설과 함께 성장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전기차가 얼마나 빠르냐, 편하냐를 논하는 것을 넘어 전기차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전기차는 더는 신기한 물건이 아니다. 이동수단의 가격 인하,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머스크는 팬들이 원하는 상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전을 통해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점들을 환기했다. 물론 그 비전이 투자 유치를 위한 것이었지만 사회적 의미는 있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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