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2023.03.10

국민의힘 지도부 친윤계 싹쓸이로 尹 날개 달았다

尹心 김기현 대표 당선으로 당정일체 구축… 내부 통합, 총선 공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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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3-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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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변은 없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심’ 후보들이 지도부를 싹쓸이하며 막을 내렸다. 과반 득표로 결선 없이 당대표에 안착한 김기현 대표에게는 당 내홍 관리와 건강한 당정 관계 수립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를 두고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연포탕 국민의힘 만들겠다”

    “여기 함께하고 있는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후보 모두 잘 모시고 연대·포용·탕평,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

    김기현 대표가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선 직후 강조한 말이다. 52.93% 득표율로 안철수(23.37%), 천하람(14.98%), 황교안(8.72%) 등 경쟁 후보를 압도한 그가 ‘연포탕’을 꺼낸 배경에는 전당대회 기간 격화된 당내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해 “나라의 위기, 그리고 당의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악용해선 절대 안 된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여권은 어느 때보다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안 의원 측은 3월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등 막바지까지 격한 갈등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에 처음으로 결선투표를 도입해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잇따른 지원으로 김 대표가 앞서나갔지만 “결선투표에서 ‘비윤석열(비윤) 심리’를 결집하면 결과는 모른다”는 생각이 각 선거캠프 곳곳에 자리했다. 김기현-안철수의 2강 구도로 흘러가던 전당대회가 1강(김기현)·2중(안철수·천하람) 구도로 흘러가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안 의원이 전당대회 당일 김 대표의 당대표 수락 연설을 듣지 않고 퇴장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대통령실을 고발한 만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시각도 있다. 안 의원 측은 강 수석비서관을 고발하면서 “이것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2년 실형 선고를 받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김 대표는 이를 두고 “막장 내부 총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당내 갈등이 분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이 닥치면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안 의원처럼 중도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단순히 20%대 지지를 얻었다고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11개월밖에 안 됐음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봉합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3월 9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후 “조만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세 경쟁 후보를) 만나 협업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 역시 이날 “새로운 김기현 당대표 지도부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나 역시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멸한 ‘천아용인’

    이번 전당대회의 최고 수혜자 중 한 명으로 윤 대통령이 꼽힌다. 친윤석열(친윤)계 지도부가 수립된 만큼 대통령 직할체제로 당정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으면서다. 김 대표는 물론 김재원, 김병민, 조수진, 태영호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모두 친윤계로 분류된다. 이른바 ‘이준석 사단’으로 불리던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는 모두 당선되지 못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당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입김이 가장 센 임기 초반 당 지도부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지율 하락이 심화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연이어 주문하고 있어 당 지도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에 들어서며 정부에 각을 세우는 상황이라 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지도부를 장악한 것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기 총선에서 계파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천 과정에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의중이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비윤계가 집단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중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총선 공천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구심이 제기된다. 민심과 당심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당정일체는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핵심 요소”라면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윤과 비윤 간 계파 갈등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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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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