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오전 8시 32분, 띵동~ ‘SOXL/DIREXION DA 매수 2주@38.00 수수료 USD 0.11’.
미국주식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SOXL의 무한매수법 투자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방법으로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미국주식 무한매수법 개발자 라오어의 책을 접하면서다. 회사 책상 위 책더미에서 발견한 ‘라오어의 미국주식 무한매수법’을 읽고 라오어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수소문 끝에 라오어를 섭외하고 6월 9일 인터뷰를 진행했다(‘주간동아’ 1294호 ‘하루 10분 미국주식 투자로 年 수익률 20%?’ 제하 기사 참조). 그리고 그날 밤 인터뷰 기사에 대한 책임감(?)으로 ‘셀프 검증’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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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투자로 연 20% 수익?
무한매수법은 쉽게 말하면 ‘물타기’다. 코스트 에버리징(정액분할투자법: 매입 시기에 따라 매입 단가가 다른 주식을 매입하면 결과적으로 매입 가격이 평균화돼 전체 투자 기간의 시세 변동에 따른 손익이 희석된다)을 활용한 것이다. 미국 3배 레버리지 ETF를 매일 종가예약으로 지속해서 매수하고, 평단가보다 10% 높은 지정매도예약을 걸어 수익을 실현한다.굳이 위험성이 3배나 높은 3배 레버리지에 왜 투자하느냐고? 맞다. 위험성이 3배나 높다. 하지만 라오어의 무한매수법대로 투자하면 수익률이 안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래 전문가 추천 가치투자 종목, 공모주 청약, 밈주식 등 온갖 시도를 다 해봤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식투자에는 소질이 없다”고 자책하며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데 무한매수법으로 투자하면 종목 분석이나 매수, 매도 가격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하루 10분 투자로 연 20% 수익을 낼 수 있다니 시험해보고 싶었다.
종잣돈은 500만 원. TQQQ(나스닥 상위 100개 기업 모음 ETF), LABU(미국 대표 바이오회사 관련 ETF), NAIL(미국 대표 주택건설회사 관련 ETF), SOXL(미국 대표 반도체회사 관련 ETF), DFEN(미국 항공회사 관련 ETF), DUSL(미국 인프라 산업 분야 관련 ETF), BNKU(미국 대형 은행 관련 ETF) 등 미국 3배 레버리지 ETF 중 당시 고점이 아니고 종잣돈 500만 원으로 시도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했다. 무한매수법은 원금을 40분할한 금액으로 매일 매수해야 한다. 원금이 500만 원이니 40분할한 12만5000원으로 2주 이상 살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그 결과 SOXL 당첨.
그날 밤 10시 30분 SOXL 2주를 선택하고 LOC(종가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웬걸, LOC를 눌러야 하는데 지정가 매수를 눌러 종가 37.7달러보다 0.3달러나 높게 매수했다. 시작부터 불길했다. 어찌 됐든 매수 완료. 내일부터는 매일 잠들기 전 SOXL 2주씩 LOC 버튼을 누르고 평단가보다 10% 높은 지정매도예약만 하면 된다. 심플 그 자체!
아, 그런데 어찌 피 같은 돈을 쓰면서 마음 편히 예약 버튼만 누를 수 있겠는가. 편하게 투자하려고 무한매수법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0.1달러라도 낮은 가격에 매수하고 싶은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 물론 심하게 물린 애플, 페이스북, 코인베이스, ARK ETF 등을 회수해야 한다는 핑계도 있었다.
무한매수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변동성이 큰 3배 레버리지 ETF에 왜 들어갔냐” “하락장이 오면?” 등의 진심(?) 어린 조언이 쏟아졌다. 아니, 그럼 코스피 3300이 넘어도 수익률이 -7%인 삼성전자(005930)만 들고 마냥 버티란 말인가.
성공은 도전하는 자에게 온다고 했던가. ‘3배 레버리지라는 큰 변동성을 역이용하면 언젠가는 저점 매수 기회가 온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매일 밤 꾸준히 무한매수를 했다. 그러던 중 6월 28일 매도예약을 걸어놓고 자고 일어났더니 SOXL이 주식 잔고창에서 사라졌다. 14거래일 만에 익절(매수 주식을 수익이 난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이다! 평단가는 39.1172달러, 매도 평균가는 43.03달러였다. 수수료 포함 수익률 9.83%. 14일간 성실하게 무한매수를 한 결과였다. 물론 투자금이 적다 보니 8만6878원이라는 귀여운 돈만 남았지만 말이다.
한 번 수익을 내니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사냥감을 찾아 종목을 검색하던 중 RSI(상대강도지수: 0이면 주가가 14일간 하락, 100이면 오르기만 했다는 뜻) 60 이하면서 주가도 낮은 BNKU, DFEN, DUSL이 눈에 들어왔다. 과감하게 4주씩 무한매수 시작! 아니, 그런데 매수를 시작하고부터 세 종목 모두 빌빌거리며 주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특히 BNKU와 DFEN은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였다. 유난히 지독하던 올여름 폭염에 BNKU와 DFEN이 기름을 붓는 것만 같았다. 열대야 때문인지, 흘러내리는 이 두 종목 때문인지 불면의 밤이 3주를 넘어갔다. 이즈음 종잣돈 500만 원도 바닥이 드러났다. 종잣돈처럼 무한매수에 대한 흥미도 사그러졌다.
8월 초 BNKU, DUSL 차례로 익절
사실 종목당 40회를 매수할 종잣돈이 있어야 하는데, 500만 원이라는 부족한 돈으로 무모하게 세종목에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SOXL을 경험해보니 20회 매수할 돈만 있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족하면 다른 종목을 매도해 충당할 예정이었지만…. 심하게 물린 애플, 페이스북, 코인베이스 등은 회복 기미가 없었다. 방법이 없다. ‘존버.’ 7월 16일 BNKU는 하루 동안 -11%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만 예수금이 없어 매수도 못 하고 또 ‘존버’.존버한 지 보름이 될 무렵인 8월 초 미국 테이퍼링이 임박했다는 희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인 8월 6일 드디어 BNKU가 익절됐다.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률 9.93%!
8월 11일 DUSL은 수익률 8.91%로 익절. 3배 레버리지의 힘은 이렇듯 컸다. 하루 만에 주가가 10% 훌쩍 내려가고 오른다. 만약 종잣돈이 충분했다면 급락했을 때도 꾸준히 매수할 수 있어 더 빨리,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무한매수를 해보니 40회 매수할 원금이 부족한 상태로 시작해 급락 시 매수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실패한 투자와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하게 ‘존버’할 수밖에 없다. 성실하지 못해도 실패. 성실하게 매일매일 매수, 매도 예약을 해야 한다. 3배 레버리지는 오늘 수익 10%라도 내일은 -10%로 돌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주식투자 후 “그때 살걸, 그때 팔걸!” 하며 어떤 선택에도 뒤따르던 자책감에서 벗어났다는 건 장점이다. 때때로 여전히 급등주나 공모주 등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을 보니 무한매수법이 나에게 어느 정도 안정감을 준 듯하다. 사람들이 묻는다. 대세하락장이 오면 어찌할 거냐고. 대세하락장은 ‘바겐세일’ 아닌가. 물론 종잣돈이 충분하다면 말이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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