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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새 주인 ‘성정’ 향한 물음표

15년 만에 꿈 이룬 형남순 회장… “전문 경영인 누가 될지가 관건”

  •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이스타항공 새 주인 ‘성정’ 향한 물음표

형남순 회장은 “5년 내 이스타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DB]

형남순 회장은 “5년 내 이스타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DB]

부동산 개발·건설업체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았다. 정밀 실사 및 인수대금 조정 절차를 생략하고 6월 24일 인수대금 1087억 원에 본계약을 맺었다. 2019년 12월부터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지난해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최종 결렬되는 아픔을 겪으며 전 노선이 운항 중단되고 전산 시스템마저 끊긴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스타항공은 7월 20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11월 운항 재개를 목표로 항공운항증명(AOC)을 재취득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매각은 성정을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한 후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해놓고 별도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됐다. 5월 31일까지 진행된 공개입찰에 쌍방울그룹 광림컨소시엄, 하림그룹 팬오션 등 10여 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쌍방울그룹만이 6월 14일 본입찰에 단독 참여해 성정과 끝까지 겨뤘다.

이번 인수건에서 서울회생법원이 중점적으로 본 부분은 인수 의지, 자금 조달 가능 여부, 경영 능력 등이었다. 즉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된 단계에서 인수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검증을 이미 한 차례 마친 것이다. 반면 성정이 충남 향토 기업인 데다 비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역시 ‘자금 조달 가능’ 여부다. 충남 부여군에 본사를 둔 성정은 토공 사업과 골프장 관리용역업, 부동산 관련업 등을 하는 종합건설업체다. 관계사로는 2008년 개장한 27홀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을 두고 있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는 형남순 회장이며, 성정은 장남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한다.


‘자금 동원력’ 의문 갖는 이유

성정·백제컨트리클럽·대국건설산업 모두 부채가 적은 알짜배기로 알려졌다. 1994년 세워진 대국건설산업은 건설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할 만큼 유동성이 좋다. 대전경찰청 청사 신축, 전남 일로~몽탄 도로 확장 공사 등을 진행했다. 다만 지난해 매출은 성정 59억 원, 백제컨트리클럽 178억 원, 대국건설산업 146억 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세 회사의 매출을 합해도 383억 원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총매출 5000억 원대를 유지하던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이 새 주인을 찾는 사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체불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이 700억 원대다. 여기에 항공기 리스 비용, 공항 사용료, 유류비 등 회생채권 1850억 원을 합하면 부채만 총 2550억 원에 달한다. 성정은 변제가 시급한 채무부터 갚고 나머지 채권은 5~10년에 걸쳐 장기 상환하거나 출자전환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추가로 들어갈 운영 자금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한 항공기 4대 중 결함기(보잉 737 맥스)를 제외한 가용기는 2대뿐이다. 항공사 특성상 리스 비용과 항공기 관리·운영비 같은 고정비가 월 50억 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수대금보다 더 많은 액수가 추가로 필요하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허회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출은 눈에 보이는 수치일 뿐, 실제로는 성정이 실탄을 충분히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수대금 조기 완납도 가능하다고 한다”며 “여러 번 도전하면서 항공운송업에 관한 연구도 많이 했을 것이다. ‘승자의 저주’를 운운하기에는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형남순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포클레인 기사로 시작해 현재는 제24대 대전상공회의소 감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 재산만으로 3000억~4000억 원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무엇보다 항공사 인수 도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만큼, 오래전부터 자금을 준비해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 설립 초기인 2006년 투자금 150억 원을 들여 인수를 추진했으나 당시 동시에 진행 중이던 백제컨트리클럽 건설 사업 때문에 포기했다. 2010년에는 800억 원대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 인수에도 도전한 바 있다.

현재 형 회장은 연내 이스타항공 운항을 재개하고 5년 내 화물기 3~4대를 더해 비행기 20대를 띄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도 “항공업이라는 것이 잘 안 풀리면 끝 모를 지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안다”며 “지금은 직원 수가 600명이 안 되지만 향후 1000명까지 늘려 이스타항공을 다시 날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정은 현재 충북 음성군에서 새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정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는 중국·일본 골프 관광객을 유치해 종합 레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새 주인이 된 형남순 ㈜성정 회장(왼쪽). 사진은 지난해 형 회장 소유의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에서 KLPGA와 협약식을 맺는 모습. [동아DB]

이스타항공 새 주인이 된 형남순 ㈜성정 회장(왼쪽). 사진은 지난해 형 회장 소유의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에서 KLPGA와 협약식을 맺는 모습. [동아DB]

부동산·골프 전문 기업과 항공사의 만남?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다행이긴 한데 (두 기업의 조합이) 의아한 건 사실” “우리의 가치를 알아봐준 신의에 보답하겠다” 등 여러 항공사 직원들의 응원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비(非)관련 다각화 인수합병이 드문 일이 아닌 만큼 이번 인수건 역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항공 산업은 원래 현금 유동성이 뛰어나다. 경기 부침에 따라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받는 부동산·건설업체 입장에서는 항공 산업이 오히려 안정적인 캐시 창구로 보일 수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하고, 특히 단거리 노선이 많은 LCC(저비용항공사)의 경우 현재 반일·반중 분위기까지 겹쳐 적어도 수년은 더 버텨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회영 교수도 “성정이 무엇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평했다. 허 교수는 “전문 경영인으로 누가 부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LCC의 정통 경영 방식을 주축으로 삼고 골프, 레저 산업을 시도하는 형식이라면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 중국 운수권(traffic right) 등 이스타항공이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보다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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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96호 (p34~35)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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