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부 방역의 빈틈, 의료 의병이 막아내고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 장기화, 지금은 확산 속도 늦추는 데 집중해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3-17 1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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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대구 의료진. [뉴스1]

    대구 의료진. [뉴스1]

    국지전이라 생각했던 코로나 전황이 전면전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3월 17일 기준 총 확진자는 8320명. 전국 어느 곳도 ‘코로나 청정 지역’이라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늘어난 환자 때문에 의료계는 비상이다. 특히 환자가 많은 대구·경북 지역은 병상과 의료 인력이 전부 부족한 상황. 2009년 신종 플루 사태를 극복하고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던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가장 필요한 대책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의료인력, 병실 미리미리 확충해야

    전병율. [동아일보 양회성기자]

    전병율. [동아일보 양회성기자]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지며, 의료 기관이 부족 현상이 불거졌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부족 현상이 심하다는데, 의료기관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정부에서 어느 정도 환자가 발생할지를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한 추정치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확진자와 접촉자를 격리시킬 시설이 필요하다. 대구 경북도 확진자와 접촉자 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지자체에서 생활 치료 센터로 가용한 자원을 전부 찾아 놓아야 한다.”

    -중증 환자들이 머무는 곳도 병상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데. 

    “기저 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중증 환자들이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하다. 중증 환자를 증세에 따라 재분류해 일정 인원은 다른 병원으로 이동 시켜야 한다. 증상에 맞춰, 해당 진료를 잘 할 수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고, 중증 환자를 처음 받는 병원은 여유 병상을 만들어 언제나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병원만 갖춰 놓으면,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난 것인가. 

    “병원에서 근무할 의료 인력을 찾아야 한다. 대구 경북처럼 일시에 환자가 넘치면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는 만큼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 등의 인력 파견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은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 덕분에 인력 공백이 덜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병원과, 인력 확보 외에는 없나. 

    “정부는 병원과 인력 관리 계획을 가지고 각 지역별로 병상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아마 이미 계획은 다 서 있을 것이다. 지금도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면 심각하다.”



    코로나와의 장기전 돌입

    -언제쯤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 보나. 

    “아무도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쉽게 점칠 수 없다. 조금 빨리 종식시키는 방법은 있다. 중국처럼 전 국민의 외출을 통제하고 거리 유지를 강제한다면, 바이러스의 연결 고리를 빨리 끊을 수 있다. 바이러스는 환자를 옮겨가며 영향력을 유지한다. 결국 환자를 만들지 않으려면, 옮길 기회를 없애는 수뿐이다. 하지만 전 국민의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코로나19가 일상화를 거쳐야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기나 독감처럼, 꽤 많은 사람이 걸리면 사라질 질병이 되는 것인가. 

    “백신 등 치료제가 아직 없는 질병이니 어느 정도 인구가 코로나를 겪고 나면, 감기나 독감처럼 지나갈 수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전 세계 인구 60~7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 세계로 병이 퍼진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감염 속도를 늦춰, 의료 인력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일상화를 거쳐야 한다지만, 사망자가 계속 나와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병은 걸리면 죽을 수 있다. 죽는 사람이 안 나오게 의료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이 정부와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이다. 현재 한국은 잘 막아내고 있다. 이탈리아, 중국 등에 비해 사망률과 치명률이 모두 낮은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한국보다 더 심한 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사망률이 높은 것도 기저 질환이 있거나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 치료를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도 충분한 자원이 있으면 치료 가능성 높다고 볼 수 있나. 

    “한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전 세계 적으로 코로나19 치명률이 가장 낮다. 대구 경북에서는 병원 간 환자 이동을 통해 중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동을 이미 확보했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 관리도 가능하다. 그러니 고령자나 기저 질환을 가진 환자도 치료해 내고 있다.”


    정부가 아닌, 의병이 막아내고 있는 코로나

    대구 의료진. [뉴시스]

    대구 의료진. [뉴시스]

    -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입국 제한 문제 등 정부의 초반 대응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의 대응은 좋다고 볼 수 있나. 

    “정부의 대응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가 잘 했다기보다는 대한민국 의료보험 제도와 의료진의 헌신이 만든 성과다. 진단 키트도 민간이 만들고, 부족한 의료 자원도 민간에서 자원봉사로 해결하고 있다. 코로나 때도, 메르스 때도 결국 민간이 의병처럼 나서서 전염병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있다. 정부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지휘만 하면 된다.”

    -어떤 지휘가 필요한가.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보급선이 탄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신속하게 의료 물자를 지급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동시에 가능하다면 확진자 검사 횟수를 늘려야 한다. 지금은 보건당국의 조사에 따라 확진 판정을 받거나, 그 사람과 접촉한 사람만 검사를 받고 있다.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까지 검사를 받게 되면 의료 인력 및 행정 인력에 무리가 온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상화 단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빠르게 의심 환자들을 확인해야 한다. 감기 증상만 있더라도 검사를 받도록 권해야 한다. 지금은 확진 속도를 늦추는 데 주목해야 하므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확인을 하는 편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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