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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커피숍 뺨치는 쌀 편집매장, 스토리를 붙여 소비 고급화 겨냥

8월 18일은 쌀의 날…혼밥족과 1인 가구용 프리미엄 쌀에, 만족도 높이는 전략 눈길 끌어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커피숍 뺨치는 쌀 편집매장, 스토리를 붙여 소비 고급화 겨냥

쌀 편집매장은 쌀을 중심으로 쌀과 관련된 다양한 식품과 잡곡류를 판매한다. 사진은 ‘동네정미소’ 광교점. [홍중식 기자]

쌀 편집매장은 쌀을 중심으로 쌀과 관련된 다양한 식품과 잡곡류를 판매한다. 사진은 ‘동네정미소’ 광교점. [홍중식 기자]

# 경기 수원시 광교에 사는 주부 김모(38) 씨는 요즘 집밥 먹는 재미가 새롭다. 얼마 전 집 근처에 문을 연 쌀 편집매장을 방문했는데, 다양한 고급 쌀 종류와 즉석 도정이 마음에 쏙 들었다. 갓 도정한 쌀로 밥을 지은 뒤 솥을 열면 냄새부터 달랐다.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 ‘혼밥러’인 회사원 정모(29) 씨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쌀집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집밥을 중시하는 그에게 적합한 소포장 고급 쌀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 매장 곳곳에 있는 쌀 가공식품과 잡곡류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따로 기념일이 있을 만큼 쌀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근한 필수 식품이다. 하지만 보통은 대형마트나 쇼핑몰에서 저렴한 대용량 제품을 별생각 없이 구입한다. 집에서 직접 밥을 짓기보다, 인스턴트 즉석밥에 의존하는 사람도 많다. 쌀 소비량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당 쌀 소비량은 61kg이었다. 2015년 63.6kg, 2017년 61.8kg으로 매년 줄고 있다. 소비량은 감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끼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은 젊은 소비자가 늘면서 쌀의 고급화 바람이 일고 있다.


나날이 높아지는 프리미엄 쌀의 인기

1 서울 도심 번화가에 자리한 ‘동수상회’. 2 쌀의 품종과 특징, 재배한 농부 등 기본 정보를 함께 제공해 선택하기 편하다. 3, 4 쌀은 구입 후 그 자리에서 바로 도정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1 서울 도심 번화가에 자리한 ‘동수상회’. 2 쌀의 품종과 특징, 재배한 농부 등 기본 정보를 함께 제공해 선택하기 편하다. 3, 4 쌀은 구입 후 그 자리에서 바로 도정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밥 먹을 기회가 점차 줄고 있다. 주말이나 평일에 어쩌다 한 번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집밥의 희소가치가 높아졌다. 맞벌이 주부 강모(42) 씨는 “아침식사는 시리얼이나 과일로 가볍게 하고, 점심과 저녁은 거의 외식을 한다”며 “주말에 한두 번 집에서 밥을 하는데, 이때는 공을 들여 식사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건강한 집밥을 위해 매주 소포장 고급 쌀을 구입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급 쌀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쌀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 줄었으나, 고시히카리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프리미엄 쌀의 매출 신장률은 18.1%였다”고 전했다. 고급 쌀에 대한 매출 기대로 현대백화점은 아예 프리미엄 쌀을 파는 ‘현대쌀집’을 열었을 정도다. 추청·고시히카리·영호진미·골든퀸3호 등 20여 종의 프리미엄 쌀을 판매 중이며 목동점, 판교점, 울산점, 부산점에 매장이 있다.
 
골라 먹는 프리미엄 쌀에 대한 수요 증가는 ‘쌀 편집매장’의 기반이 됐다. 쌀 편집매장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명품 편집매장’과 비슷한 모양새다. 믿을 수 있는 고급 쌀의 판매는 기본이고, 쌀에 대한 각종 정보와 맛있는 경험, 먹거리 강좌도 제공한다. 그야말로 쌀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서울과 경기 광교에 총 3개 지점을 갖춘 ‘동네정미소’와 서울 을지로 지하 시티스타몰에 자리한 ‘동수상회’가 그런 곳이다. 

쌀 편집매장의 유행에 대해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집매장의 기본 취지는 품질이 검증된 우수한 브랜드를 선별해 판매하는 것”이라며 “안전성이 검증된 다양한 쌀을 한데 모아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구매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판 쌀집’의 프리미엄 전략

현대백화점의 ‘현대쌀집’. 밥 소믈리에가 취향에 맞는 쌀을 소비자에게 제안한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의 ‘현대쌀집’. 밥 소믈리에가 취향에 맞는 쌀을 소비자에게 제안한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쌀 편집매장은 단순히 쌀만 파는 식품 매장이 아니다. 이곳에 가면 쌀의 품종과 재배 시기, 효능, 맛있게 먹는 법 등 쌀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마치 커피전문점에서 원두를 구입할 때 정보를 얻는 것과 흡사하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다 보면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고, 이에 맞는 쌀도 구입하게 된다. 쌀 편집매장을 도입한 김동규 동네정미소 대표는 “쌀이 주식임에도 품종이나 특징을 제대로 모르고, 밥도 맛없게 먹는 게 현실”이라며 “쌀과 밥의 가치를 재구성하면서 맛있게 밥 먹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매장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쌀 편집매장은 주로 농부와 직거래하는 쌀을 취급한다. 동네정미소에서는 각 지역 12~15명의 농부가 재배한 다양한 품종의 쌀을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고시히카리, 오대, 추청 외에 영남과 호남에서 제일 맛있는 쌀이라는 의미를 가진 영호진미, 찰기가 좋고 식어도 맛있는 천왕, 국밥이나 볶음밥에 잘 어울리는 신동진이 인기다. 450g, 1.5kg, 2kg, 4kg, 5kg, 10kg으로 용량도 다양하다. 가격은 추청의 경우 2kg 1만 원, 5kg 2만2000원이다. 

동수상회는 틈날 때마다 농부들을 만나 농사 철학과 방법 등에 대해 듣고 쌀을 선별한다. 그리고 가급적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소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삼광쌀인 동수아빠햇쌀, 고소한 향이 나는 골든퀸3호, 제주검은보리가 잘 팔린다고 한다. 300g(2500원), 500g(4000원) 두 종류로 소포장해 판다. 

쌀은 도정하는 순간 공기와 접촉하면서 커피원두처럼 산패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없어지고 영양가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구입 즉시 쌀을 도정하는 간이 도정기가 매장 필수품이다. 또한 식당 운영 및 먹거리 커뮤니티 강좌, 서적 판매를 함께하면서 소비자에게 쌀과 관련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동수상회는 ‘그림책이 있는 쌀집’으로 유명하다. ‘몸과 마음의 양식을 함께 키우자’는 취지를 담아 그림책과 음식 관련 서적도 팔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쌀집’의 경우 소비자가 취향에 맞는 쌀을 고를 수 있도록 월 1회가량 ‘밥 소믈리에’가 밥맛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밥 소믈리에는 ‘일본취반협회’가 주관하는 선발시험을 통과한 전문가로, ‘쌀 감별사’로도 불린다. 각 매장에서는 쌀과 관련된 음료와 과자, 잡곡류, 가마솥 같은 다양한 상품도 판매한다.


소비자가 공감하는 정보와 스토리를 가게 안에 들여와

‘동수상회’의 인기 상품인 ‘동수아빠햇쌀’(위). ‘동네정미소’는 판매하는 쌀로 지은 밥을 중심으로 한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동수상회, 홍중식 기자]

‘동수상회’의 인기 상품인 ‘동수아빠햇쌀’(위). ‘동네정미소’는 판매하는 쌀로 지은 밥을 중심으로 한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동수상회, 홍중식 기자]

결국 쌀 편집매장은 소비층의 세분화 경향, 특히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와 혼밥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쌀 브랜드 최고급화 단계에서 품질의 우수성만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쌀 편집매장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자 공감을 이끌어낼 정보와 스토리텔링을 가게 안으로 들여왔다. 쌀을 고르면서 즐기는 공간문화도 쌀 편집매장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요소가 됐다. 구 교수는 “쌀 편집매장의 강점은 소비자가 직접 품질 좋고 다양한 쌀을 보고 만지고 경험하고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비자는 매장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쌀과 밥 짓기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건강한 밥문화를 만드는 기반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은화 동수상회 매니저는 “얼마 전 밥솥을 가져오면 1년 치 즉석밥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갓 지은 맛있는 밥의 가치와 건강한 음식문화가 소비자 사이에서 되살아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9.08.16 1202호 (p44~47)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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