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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0만 원이면 뚝딱, 자격증이 우스워

민간자격 1만8000여 개, 국가공인은 97개뿐…중구난방 자격증 나열은 취업에 손해

50만 원이면 뚝딱, 자격증이 우스워

50만 원이면 뚝딱, 자격증이 우스워

청년 구직자들의 일자리 제공을 위한 ‘2015 리딩코리아 잡 페스티벌’이 11월 9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렸다. 구직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일자리매칭 부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1 올해 주요 대기업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취업준비생 박모(26) 씨는 취업컨설턴트와 상담 끝에 “너무 많은 자격증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씨는 “마케팅 분야라 도움이 될 것 같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마케팅 전문가, SNS지도사, 소셜마케팅 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이력서에 넣었는데 비슷한 자격증을 나열하다 보니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돈과 시간을 들여 딴 자격증인데 이력서에서 빼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2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이모(36) 씨는 “최근 대졸 공개채용(공채) 서류 심사를 하면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나 워드프로세서, 운전면허 자격증 외에도 마술 자격증, 사설탐정 자격증, 바리스타 자격증, 심리치료사 자격증 등 특이한 자격증을 적어 넣은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가산점을 줄 수 없고, 대부분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라 어떻게 취득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지원자 역량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업 스펙 만들기

자격증은 학벌, 학점, 어학점수, 어학연수 등과 함께 대표적인 취업 스펙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남들이 다 따는 자격증만으로는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가 어렵다고 느낀 구직자가 현혹되기 쉬운 게 바로 민간자격이다. 국내 민간자격 1만7732개(11월 12일 기준) 가운데 국가공인은 100개(지난해 기준 97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08년 588개였던 민간자격 수는 2010년 1429개, 2012년 3684개, 2013년 6262개, 2014년 1만2148개로 계속 증가했다. 2008년 민간자격등록제 시행 이후 정부는 민간자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민간자격의 질을 높이고자 2013년 자격기본법을 개정 공포했다. 개정된 자격기본법에 따르면 민간자격 관리자가 거짓·과장 광고를 하거나, 국가에 등록하지 않고 자격을 운영할 시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11월 12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민간자격관리운영기관은 총 3938개로 민간자격 수에 비해 운영기관은 많지 않지만, 한 기관에서 10개 넘는 자격증을 발행하기도 한다. ‘소○마케터’ ‘S○○마케터’ ‘모○○마케터’ 등 비슷비슷한 이름의 자격증은 언뜻 보면 구분이 어렵고 ‘상담사’ 자격증 2363개 가운데 공인자격증은 단 1개도 없다. ‘지도사’ 자격만 해도 ‘토○지도사’ ‘창의○○지도사’ ‘진로○○지도사’ ‘리○○지도사’ ‘스○○지도사’ 등 6897개가 있지만 국가공인 지도사는 3개뿐이다.



일부 자격증은 해당 자격 운영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수강료 20만~40만 원을 내고 온라인 강의를 들은 뒤 해당 기관에서 진행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받을 수 있었다. 교재비와 시험 응시료를 포함해도 30만~50여만 원이면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할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5개의 민간자격증을 발행하는 한 사단법인은 전화상담 과정에서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시험만 오프라인에서 보면 된다. 국가가 인정한 자격증이라 취업할 때도 가산점이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해당 자격증은 국가가 ‘인정’한 게 아닌 국가에 ‘등록’된 비공인자격증이었다.

이처럼 민간자격증이 범람하고 관련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자격 장사’에 나서다 보니 피해를 보는 소비자도 많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민간자격증 관련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접수 현황’을 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8143건, 피해구제 건수는 456건이며 피해 금액은 1억2426만 원에 달했다.

민간자격증은 소관 부처에서 각각 관리한다.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국 관계자는 “국가공인을 받지 않았는데 공인받았다고 하는 게 대표적인 거짓 광고다. 또한 국가 등록은 국가의 관리를 받기 위한 것으로 특혜나 특권이 아닌데도 마치 국가가 자격의 품질을 보증, 인증한 것처럼 광고하는 것도 거짓”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거래조사팀은 내달 중으로 민간자격 관련 소비자 피해 조사 내용과 피해 예방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거래조사팀 관계자는 “허위·과장 광고 피해가 가장 많고, 미등록 자격증 취득에 따른 피해도 많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 정보서비스에서 해당 자격이 등록돼 있는지, 어떤 내용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해당 자격이 취업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해당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활용도를 살펴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100% 취업 보장하는 자격증은 없어

50만 원이면 뚝딱, 자격증이 우스워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려는 구직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취업준비생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려는 기관들도 물론 있지만, 소비자 중에도 블랙컨슈머가 있다. 어떤 자격증을 고생 없이 돈으로 쉽게 따려는 국민 의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어떤 자격증도 취업을 100%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구직자의 마음을 악용하는 광고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취업 포털사이트 ‘커리어’의 정가영 주임은 “과도한 비용이나 많은 시간을 들여 자격증을 따기보다 직무 관련 경험을 쌓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민간자격증 취득을 원한다면 먼저 교육기관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공인받은 기관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해요. 또한 마케팅이나 영업 분야는 자격증 유무보다 고객 접점에서 매출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상품 기획을 해봤던 아르바이트 또는 인턴 경험이 훨씬 중요합니다. 컴퓨터 활용 1급이나 한국사 자격증이 유리한데, 역사 면접 같은 전형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 자격을 취득하진 않더라도 역사 공부를 해두면 취업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일부 기사자격증은 취업 시 가산점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의 임민욱 홍보팀장은 “막무가내로 이력서를 채우고자 취득한 자격증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의 서류를 보면 ‘이 자격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의문이 가는 자격증이 많아요.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자격증이 아니더라도 아르바이트 경험 등을 통해 설명할 수 있어요. 또한 취미로 취득한 자격증이라도 업무와 연관 지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이를테면 영업직무에 지원한 사람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미로 땄을 때 직무와 관련은 없지만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고객 응대나 매출 압박으로 힘든 사람에게 커피를 내려주면서 부드러운 관계를 형성하겠다’고 어필할 수 있겠죠.”



주간동아 2015.11.16 1013호 (p32~33)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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