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2

2002.05.03

새싹들 쑥쑥… 재기의 퍽 날린다

  • < 조준형/ 연합뉴스 스포츠레저부 기자 > jhcho@yna.co.kr

    입력2004-09-22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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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싹들 쑥쑥… 재기의 퍽 날린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중인 재미교포 리처드 박(한국 이름 박용수·26·미네소타 와일드)을 아는 이는 드물다. NHL이 미국 4대 스포츠리그의 하나이고 리처드 박이 4월26일 스웨덴에서 개막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다지만 박찬호, 김병현에 비하면 모국에서는 영 찬밥이다.

    지난 주 막을 연 세계선수권 디비전 Ⅰ(리처드 박이 출전하는 대회보다 한 단계 낮은 대회). 한국팀은 이 대회에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4강팀인 벨로루시를 비롯, 세계적 수준의 팀들과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 역시 국민의 관심 밖이긴 마찬가지. 같은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필드하키, 럭비 등은 그나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라도 ‘그늘 속의 영웅’으로 주목받지만 아이스하키는 그마저도 거리가 멀다.

    물론 봄날도 있었다. 아이스하키는 지난 94년 첫 실업팀(석탑건설) 창단, 95년 한국리그 창설, 세계적 기량의 러시아 교포 3세 이용민의 등장 등으로 나름의 자리를 잡아갔었다. 그러나 98년 또아리 틀고 있던 ‘불순한 거래’들이 밝혀지면서 짧은 봄날은 금세 끝나버렸다. 협회장과 지도자들이 줄줄이 구속된 98년 대학 체육특기생 선발 비리가 뿌리를 뒤흔들었던 것.

    회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최대 딜레마였던 실업팀의 선수 선발 방식에 3개 팀이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4월 김삼덕 동원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디비전Ⅱ에서 정상에 올라 22년 만에 디비전Ⅰ으로 승격되는 최대 경사를 맞았다. 10월 아시안컵에서는 실업팀 현대가 일본, 중국 국가대표팀과 각각 비기는 대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올 들어 실업 3개 팀이 오랜 숙원이던 외국인 선수 영입에 합의하는 등 조짐도 밝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의미심장했던 것은 그런 배경 때문이었다. 이재현 대표팀 감독은 “반드시 한 나라라도 잡고 디비전Ⅰ에 남아 세계 수준을 경험할 기회를 이어가겠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고 떠났다. 그렇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벨로루시전 12대 1, 프랑스전 10대 0 등 처참한 5전 전패로 최하위에 머문 우리 팀은 내년도 세계선수권을 다시 3부 리그인 디비전 Ⅱ에서 치르게 됐다.



    그렇다고 좌절할 이유는 없다. 바닥을 치고 떠오르기 시작한 아이스하키는 계속 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반가운 것은 전국적으로 링크가 많아지면서 자생적인 유소년 클럽이 늘고 있다는 사실. 협회도 지난해 주니어클럽리그를 창설해 차세대 재목들을 제도권 내로 흡수하려고 나섰다. 비록 세계선수권대회는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한국의 아이스하키는 이제 다시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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