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4

2001.10.04

소리바다 능가하는 초강력 ‘당나귀’

  • < 명승은/ 월간 하우 PC기자 > mse0130@howow.com

    입력2004-12-28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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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바다 능가하는 초강력 ‘당나귀’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는 물론 개봉 예정작의 풀 텍스트까지 인터넷에 마구 유포되고 있다. 필자가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심각한 수준이었다. ‘엽기적인 그녀’ ‘드리븐’ ‘진주만’ ‘A.I.’ 등 최근 극장에 개봉한 상당수 영화가 돈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다. 이 중엔 인터넷에 공개한 시점에선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가 많았다. 그것도 대부분 고화질 버전이었다.

    인터넷에서 공짜 영화관람을 즐기는 일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불법이다. 영화를 훔치는 프로그램인 ‘eDonkey2000’(www.edonkey2000.com)은 이미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외에 국내 모 서비스를 통해서도 영화 텍스트를 받을 수 있다. eDonkey2000에선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었고 가끔 음란물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어렵지 않게 원하는 영화를 손에 쥘 수 있다. 이곳에서 주로 유통하는 것은 MP3와 DivX 파일들이었다. 게다가 다른 프로그램처럼 파일 종류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어떤 파일이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은 당나귀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졌다. 2001년 9월8일로 탄생한 지 1년이 되었다. 원리는 음악파일을 공유하기 위한 P2P(Peer to Peer) 솔루션인 냅스터나 소리바다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eDonkey2000은 공유하는 파일 종류에 구애 받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P2P방식의 프로그램이 등장해 왔다. P2P 기술 핵심은 어떻게 PC와 PC 사이 신호를 끊김없이 관리할 수 있는지 집약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냅스터(www.napster.com)의 중앙목록 관리식 P2P였다. 이보다 진보한 것이 중앙 IP 연결 관리식인 한국의 소리바다(www.soribada.com) 방식이었다. 소리바다보다 나중에 나온 방식으로 누텔라처럼 한 IP를 중심으로 그와 연결한 모든 IP를 찾는 방식이 있었다.

    당나귀는 연결방식만 놓고 보면 누텔라와 비슷하다. 그런데 파일을 내려받을 때 반응하는 방식은 누텔라보다 훨씬 진보되어 있다. 즉 일정한 IP와 연결된 모든 PC에서 같은 파일이 분산해 있을 때 이를 동시에 나눠 받아 합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운로드 속도가 훨씬 빨라지면서 안정적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영화처럼 엄청난 용량의 파일도 무리 없이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은 플래시겟(FlashGet) 등 인터넷 다운로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당나귀 이용자는 늘 인터넷에 접속해 있어야 하며 자신의 전용선 속도를 일정부분 할애해 두어야 한다. 남들이 자기 PC에 있는 파일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아도 파일 이름과 종류만 같다면 자기 PC의 파일이 여러 다운로드 후보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는 것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프리텔라, 누텔라, 베어쉐어, 큐트MX에서도 파일 공유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왜 당나귀가 국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킬까. 이 질문은 냅스터보다 소리바다가 인기 있는 것과 같다. 사용하기 편하고 전용선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기 때문에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공유파일이 많다는 점이다.

    당나귀는 중앙 서버를 두지는 않지만 각 PC에서 간단한 프로그램만 돌리면 바로 서버가 될 수 있다. 이런 서버 리스트는 언제나 eDonkey 홈페이지에서 체크된다. 서버리스트에는 언제나 적지 않은 수의 한국 서버가 발견된다.

    당나귀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네티즌들이 기존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다 심하게 단속하자 외국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외국 서비스도 점차 다국어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기 때문에 당나귀와 비슷한 서비스 이용이 늘 것으로 보인다.

    ‘P2P’는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한 법적·기술적 보호막은 그만큼 허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검찰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소리바다를 법정에 세웠지만 소리바다보다 강력한 새로운 적, 당나귀의 도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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