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8

..

한국인, 입맛도 국제화해야

  • 입력2009-05-29 11: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인, 입맛도 국제화해야
    한국인의 유전자 중 다른 민족과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 ‘빨리빨리’로 상징되는 급한 성질과 강한 개성의 입맛이다.

    개성적인 입맛은 긍정적으로 보면 경제·사회적 성장력이며, 여느 민족과 구분되는 독창적인 식문화를 일궈낸 원동력이라고 자랑할 만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음식에서 부실한 결과물과 편협한 입맛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의 한국인은 몇 끼니만 한식을 먹지 못해도 정서불안에 빠지는 정도인지라 2박3일의 외국 출장길에도 라면이며 고추장, 구운 김 등을 챙겨간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이 큰 문화적 즐거움임에도 한국 패키지 여행객들의 식사는 현지 한식당 순례로 이어지기 일쑤다.

    짧은 여행길에도 한식당을 고집하는 통에 그 나라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몇 점의 기념품과 사진뿐이니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입맛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편향적인데, 대륙의 귀퉁이에 반도국가로 자리하며 20세기 이전까지는 쇄국 수준의 한정된 대외교류만을 해온 역사에 크게 기인했다고 본다. 물론 ‘우리의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지켜나가려는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게 ‘남의 것’에 대한 배척이나 거부감이 돼서는 안 된다. 외국 음식을 좀더 포용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21세기 국제화한 한국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고수’라 알려진 독특한 식물이 있다. 중국에서는 향채, 태국에서는 팍치 혹은 실란트로, 코리안더 등으로 불리며 많은 나라에서 애용되는 향신료인데 대부분의 한국인이 무척 싫어한다. 때로는 외국 현지 식사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원흉이 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식사를 거부하거나 고수를 빼고 먹으려는 것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적응하려 노력하는 것이 장래를 위한 훌륭한 투자가 될 것이다.



    한국음식의 국제화도 좋지만 한국인 입맛의 국제화도 이뤄져야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고통을 받는 수많은 유학생과 주재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고수에 적응하는 첫걸음으로 멕시코 패스트푸드인 타코에 도전해보자. 강남에서는 교보빌딩 부근의 도스 타코스(02-593-5904), 강북에서는 이태원의 칠리칠리(02-797-7219)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타코를 즐길 수 있는데, 주문할 때 ‘고수(실란트로)를 빼지 말아주세요’라는 요구를 잊으면 안 된다.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