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8

2023.05.05

챗GPT에 부동산 투자 조언 구해보니…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가치상승하는 부동산 특징처럼 일반적 질문에는 합격점, 고수익 부동산 질문에는 엉뚱한 답변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3-05-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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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GETTYIMAGES]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GPT’는 다양한 질문에 마치 대화하듯 답변을 척척 내놓으며 출시 두 달 만에 전 세계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억 명을 돌파했다. 챗GPT는 AI 상용화라는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AI는 SF영화의 시나리오나 정보기술(IT) 기업의 시제품이 아닌, 일상의 의사결정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조언자로서 자격을 갖추게 됐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에 대해 챗GPT는 어떤 조언을 내놓을까.

    빠르게 확산하는 ‘15분 도시’

    챗GPT에 “가치가 상승하는 부동산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챗GPT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답했다. 첫 번째 키워드인 ‘편의성’은 주거용 부동산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최근 주택 선택에서 그 중요성이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챗GPT는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편리함은 집을 선택하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됐다”며 왜 ‘슬세권(슬리퍼+세권)’의 인기가 꾸준한지에 대한 대답을 제시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은 재선을 위한 공약에서 ‘15분 도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15분 도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는 ‘초근접성’으로, 파리 시민이 도보나 자전거로 집에서 15분 이내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인프라를 재편성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근거리서비스와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절감한 글로벌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15분 도시’ 개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 부산이 가장 적극적으로 15분 도시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부산은 2022년부터 ‘해피챌린지’ 프로젝트를 통해 ‘접근성·연대성·생태성’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15분 생활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부산진구(당감개금권), 동구(좌천·범일생활권), 북구(만덕생활권), 사하구(신평·장림생활권), 사상구(괘법·감전생활권) 등 5개 생활권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했다. 서울시 역시 ‘2040 서울도시 기본계획’을 통해 ‘걸어서 누리는 다양한 일상·보행일상권 조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직장생활이나 여가생활 등을 도보 30분 내로 누릴 수 있는 생활권 조성을 천명했다. ‘시간도시주의(Chrono-Urbanism)’, 즉 일상의 모든 편의를 도보로 적정 시간 내에 누릴 수 있는 주거지 가치를 챗GPT가 읽어낸 것일까. 앞으로 ‘편의성’이 주거 부동산 가치의 핵심이 된다면 아무래도 ‘도심재개발’을 향한 유동성 쏠림은 가속화할 것이다. 부동산 소셜플랫폼에서 쏟아지는 평판 댓글 중 ‘도보 ◯◯분 이내’라는 키워드는 아파트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챗GPT가 부동산 가치상승의 두 번째 키워드로 제시한 개념은 ‘개발 가능성’이다. 챗GPT는 “교통, 교육, 의료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더 매력적이고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에 위치한 부동산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챗GPT는 “교통, 학군, 의세권 가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25년이 되면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입주 물량이 지금의 절반으로 감소한다. 수급 안정에 따라 시장 상승이 전망되는 2025년 수도권에서는 3개 철도노선이 개통할 예정인데, 그 주인공은 신안산선과 수원발(發) KTX 직결노선, 인천발 KTX 철도다. 신안산선은 경기 안산과 시흥에서 서울 3도심인 여의도까지 30분 내에 출퇴근이 가능해 안산과 시흥 부동산시장을 환호하게 만들 것이다. 수원발 KTX 직결노선이 개통하면 팔달구 재개발, 인천발 KTX 철도 개통은 용현학익지구와 안산 초지역 인근 단지의 수혜가 예상된다.

    학군 프리미엄 변화 주목해야

    교통에 이어 챗GPT가 두 번째로 언급한 교육(학군)의 개발 가능성을 따져보자. 서울 ‘사설학원(입시검정 및 보습학원)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 강남구에서 113개, 서초구에서 39개가 증가한 반면, 목동이 위치한 양천구와 중계동이 있는 노원구는 각각 40개가 감소해 학군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양천구, 노원구뿐 아니라 강남 2구를 제외한 서울 자치구 대부분에서 학원 수가 감소한 반면, 지난 5년간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된 성북구는 22개, 마포구는 13개가 증가해 ‘신축이 입지’라는 트렌드를 증명했다. 즉 대규모 신축 입주가 경제력 있는 부모들을 끌어모으면서 기존 열위하던 학군을 역전시키는, ‘입주가 입지를 만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개발 가능성을 따져보라고 조언한 챗GPT의 답변을 상기하자면, 기존 강남 2구 외에 서울 내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지의 학군 프리미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챗GPT가 부동산 가치상승 요소로 꼽은 마지막 키워드는 ‘수요와 공급’이다. 챗GPT는 “부동산 가격의 일반 이론에 따르면 수요와 공급은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제학 이론에 근거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1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부동산은 ‘미분양 2만 호’라는 수급 안정의 온실에 놓여 있었다. 어느 지역이나 미분양이 소소했기에 미분양 통계는 해당 지역의 적나라한 수급 상황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분양가 규제 완화가 온실을 해체해 전국 미분양 10만 호 도달 가능성을 논하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는 미분양의 많고 적음을 통해 지역별 수급 여건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미분양이 집중됐던 경북의 수급도 안정화됐고, 무엇보다 최근 주식시장을 달군 양극재 산업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경북 구미시의 미분양은 123채에 불과하고, 올해 하반기 구미5차산업단지에 연 6만t의 양극재를 생산하는 LG BCM양극재공장이 문을 열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SK실트론과 LG이노텍이 최근 수조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함으로써 구미 부동산은 ‘양극재+소부장 산업’의 훈풍을 타고 상승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챗GPT에 “부동산과 주식 중 어느 것이 더 유망한 투자처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챗GPT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부동산과 주식은 모두 위험자산군에 속하지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유망한 투자처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한 대답이 없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고, 주식은 높은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주식은 기업의 성장 및 주가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대기업들은 상승과 하락을 번갈아가며 성장한다. 따라서 주식 수익률은 대개 부동산에 비해 높다. 그러나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높은 변동성과 위험이 있으며, 불확실한 요인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반면, 부동산은 안정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며 자금력과 투자 지식이 요구된다.” 챗GPT는 부동산과 주식투자의 차이를 ‘위험 대비 수익’ 관점에서 답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한다면 주식을 추천하고, 자금이 많고 투자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부동산 투자가 나은 대안이라고 추천했다.

    하나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웰스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의 투자 의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부동산(32%) > 예금(22%) > 주식(14%)’ 순으로 나타났으며 부동산 투자의 장점으로 자산의 안정적 유지와 보존(36%),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수익률 우수(32%)를 꼽았다. 부동산 투자의 매력으로 안정성을 강조한 챗GPT와 일맥상통하는 응답 결과다. 또 챗GPT의 대답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식보다 부동산 투자에서 ‘투자 지식’을 강조했다는 점인데, 동일한 하나은행 조사에서 부자와 대중의 응답에 큰 격차가 나타난 문항은 ‘부동산 매입 경험 횟수’로 70대 이상 부자의 부동산 평균 매입 횟수는 9.7회다. 전체 평균 2.3회 대비 4배가 넘는 수치다. 고령 부자들은 ‘임대수익 창출’을 위해 부동산을 적극 매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부동산 하면 아파트를 생각하기 쉬우나 고령 부자들은 다년간 쌓아온 부동산 투자 경험의 암묵지를 바탕으로 오피스, 상가, 빌딩 등 다양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것이다. 즉 챗GPT가 답변한 ‘투자 지식’은 바로 ‘다양한 부동산 상품에 대한 이해와 투자 지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인기 식은 지식산업센터 유망 투자처로 꼽아

    마지막으로 챗GPT에 “투자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은 무엇일까”라고 물으면서 ‘콕 짚어달라’고 부탁했다. 챗GPT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부동산 투자수익은 지역, 시장 상황, 임대료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유형의 부동산이 가장 높은 투자수익을 가져올지는 일반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에서는 지식산업센터와 생활형숙박시설 등 새로운 유형의 부동산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와 여행 문화 변화 등으로 생활형숙박시설은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식산업센터는 기술 혁신과 스타트업 활성화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 두 부동산이 현재 가장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중 하나다.”

    챗GPT는 그 나름 논리 있는 근거로 지식산업센터와 생활형숙박시설을 꼽았다. 그러나 필자는 챗GPT의 자신감 있는 답변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서울 지식산업센터의 거래량은 2월 지난해 동기 대비 80% 감소했으며, 낙찰률 역시 2월 21%에 불과해 본격적인 불황이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는 지난 3년간 활황장 여파에 따른 공급 과잉 후유증이다. 올해부터는 재산세·취득세 감면 혜택도 사라져 지식산업센터 인기는 더욱 차갑게 식을 전망이다. 다만 수도권 내 산업단지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기존 세제 감면 혜택이 유지돼 우량 기업이 위치한 수도권 산업단지는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생활형숙박시설 역시 제주, 강원에 위치한 관광형 상품의 경우 포스트 코로나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꾸준할 전망이지만, 아파트 대체제로 분양된 수도권 택지지구 내 상품은 정책의 배신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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