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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소형 드론으로 러시아군 타격 입히는 우크라이나

터키산 ‘바이락타르 TB2’, 우크라산 ‘퍼니셔’ 맹활약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저가·소형 드론으로 러시아군 타격 입히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장갑차를 파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트위터]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장갑차를 파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트위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군 장갑차를 격추하는 장면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전파돼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영상에는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장갑차 행렬이 파괴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군사력 측면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연료 호송대와 공급 트럭, 장갑차,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등을 공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에 타격을 가한 드론은 터키산 바이락타르 TB2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부터 TB2 드론을 보유해왔으며, 3년간 총 50대를 구매한 바 있다. TB2는 터키 업체 바이카르 테크놀로지가 개발·제조했다. 198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위인 셀추크 바이락타르가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다. 정밀가공 공급업체로 시작해 2000년대부터 무인항공기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 터키의 대형 민간 방위업체로 성장했다.

TB2는 터키가 미국, 중국, 이스라엘로부터 외교적 이유로 자국 드론 판매를 거부당한 뒤 10년 동안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특히 미국 MQ-9 리퍼와 같은 공격용 드론으로 설계됐다. 빔 2개가 장착된 V형 꼬리 날개가 있으며, 항공기 뒤쪽에 위치한 열 엔진에 의해 추진되는 구조다. 동체는 탄소섬유와 케블라(황산용액에서 액정방사한 고강력 섬유), 하이브리드 복합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접합 부분은 정밀 컴퓨터 수치 제어(CNC) 가공 알루미늄 부품으로 연결돼 있다.

터키산 TB2, 미국 MQ-9보다 기동성 뛰어나

TB2는 무인항공기로 지상 관제소와 교신을 통해 조종된다. 날개 아래에는 터키 방산업체 로켓산(Roketsan)의 MAM 레이저 유도미사일을 최대 4개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장갑차나 군 시설에도 강력한 폭발력을 보이는 경량(15㎏) 및 소형 미사일이다. 또 공격과 정찰을 위해 전자 광학 카메라 모듈, 적외선 카메라 모듈, 레이저 지정자, 레이저 거리 측정기 및 레이저 포인터가 장착돼 있다. 몸체 길이 6.5m, 날개 길이 12m, 최대 탑재 하중 55㎏, 최대 이륙 중량 650㎏으로 미국 MQ-9 리퍼에 비해 작고 가볍다. 최대 시속 220㎞까지 속도를 내며, 6800m 고도에서 24시간 이상 머물 수 있다. 느리게 저공비행이 가능해 정찰과 정보 수집에도 적합하다. 가격은 약 500만 달러(약 61억7700만 원)로 공격용 드론 가운데 저가에 속한다.

TB2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모로코, 튀니지, 카타르,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16개국에 팔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도 24대가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상공에 등장했던 TB2는 가장 최근에는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서 결정적 무기로 활약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TB2를 활용한 드론 작전은 개전 초기 러시아의 진격을 늦추는 데 기여했으며 러시아 군대의 예상치 못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미국과 유럽 군사 분석가들은 설명한다. 공격에 대한 러시아군의 두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인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락타르 TB2는 내외부에 최대 4개의 유도미사일을 무장할 수 있다(위). 크림반도 분쟁 참전용사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만든 소형 전투 드론 퍼니셔. [위키미디어, UA다이내믹스]

바이락타르 TB2는 내외부에 최대 4개의 유도미사일을 무장할 수 있다(위). 크림반도 분쟁 참전용사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만든 소형 전투 드론 퍼니셔. [위키미디어, UA다이내믹스]

일반 드론까지 정찰용으로 동원

우크라이나가 자체 제작한 소형 전투 드론 퍼니셔(The Punisher)도 공격에 투입되고 있다. 퍼니셔는 날개 길이가 약 2.3m로 400m 상공에서 수 시간 비행 가능하며. 총 3㎏ 폭발물을 운반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서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공교롭게도 이 드론은 크림반도 분쟁 우크라이나 참전용사들이 설립한 UA다이내믹스가 설계, 개발한 제품이다. UA다이내믹스 측은 미국 인터넷뉴스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통해 “회사 직원의 4분의 3이 적진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라며 “연료 및 탄약 보관소, 전자전(electronic warfare)과 대공시스템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이용한 공습 및 교란 작전에 탄력을 받자 대국민 드론 기부를 촉구했다. 이에 민간에서도 일반 드론을 전투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농업이나 에너지, 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던 소비자용 드론이 정찰 도구로도 쓰이고 있다. 민간인은 항공 카메라를 사용해 러시아 호송대를 추적하고 이미지와 GPS(위성항법시스템) 좌표를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하고 있다. 일부 드론은 야간 투시경과 열센서 등을 활용해 수색 및 구조 작업도 지원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문가 커뮤니티나 드론레이싱협회도 드론을 활용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 민간 드론 운영을 둘러싼 위험은 여전히 크다. 드론을 조종하는 위치가 쉽게 발각돼 유도미사일 공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이자 국제관계학자 피터 워런 싱어는 미국 ABC 뉴스를 통해 “시리아에서부터 이라크, 예멘,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분쟁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투에서도 소형 드론을 임시 무장하는 방편이 실행될 수도 있다”며 “소형 드론은 급조폭발물(Improvised Explosive Device·IED)이나 화염병처럼 전투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러시아 군인들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1330호 (p28~29)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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