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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전 ‘갓기’들의 반란, 올림픽은 드라마다!

도쿄올림픽, 결정적 장면 7選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첫 출전 ‘갓기’들의 반란, 올림픽은 드라마다!

[뉴시스]

[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강적을 극복하고 17일 동안 열전을 벌인 뒤 8월 8일 폐막식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도쿄올림픽은 7월 23일 도쿄도(都)에 4번째 긴급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개막했다. 대회 도중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일본 전역 1만 명 이상, 도쿄도 3000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한때 위기를 맞았으나, 올림픽을 중단 없이 끝내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의 속내가 맞아떨어져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동안 올림픽은 끝없이 도전을 받아왔다. 1972 뮌헨올림픽 때는 ‘검은 9월단 사건’으로 이스라엘 선수와 임원 11명, 아랍 게릴라 5명, 서독 경찰관 1명 등 17명이 사망해 24시간 동안 올림픽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IOC는 대회 중단을 두고 고심했지만 결국 에이버리 브런디지 당시 IOC 위원장은 대회 강행을 결정했다.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사태로 1년간 연기돼 사상 초유의 무(無)관중, 무(無)해외관광객 속에서 열렸다. 관중이 없어서였는지 이변이 많이 일어났고,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도 적잖았다. 그렇다면 이번 도쿄올림픽을 대표하는 결정적 장면에는 어떤 게 있었을까.

1 한국 양궁 여자단체전 올림픽 9연패 달성

한국 양궁 여자단체전 9번째 금메달 주인공인 안산, 장민희, 강채영 선수(왼쪽부터). [뉴시스]

한국 양궁 여자단체전 9번째 금메달 주인공인 안산, 장민희, 강채영 선수(왼쪽부터). [뉴시스]

도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월 25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맏언니 강채영(25)과 장민희(22), 막내 안산(20) 선수가 팀을 이룬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에서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6 대 0(55:54, 56:53, 54:51)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 세계에 ‘양궁한국’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하는 순간이었다.



양궁 여자단체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작됐는데 김수녕, 왕희경, 윤영숙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이후 다른 나라에 한 번도 금메달을 내주지 않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기보배, 장혜진, 최미선 3명의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여자 양궁을 30년 넘게 석권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종목에서 무적을 자랑하는 국가도 있다. 탁구 여자개인전 우승자는 첸 멍으로, 중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9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독식하고 있다.

2 사상 초유 3無 올림픽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도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뉴시스]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도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뉴시스]

첫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대회 이후 올림픽이 전쟁 등으로 중단된 적은 있지만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돼 올해 7월 23일 개막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으로 열렸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원래 해외관광객에게 63만 장, 국내 관중에게 300만 장 등 총 363만 장의 입장권을 팔아 9000억 원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무관중으로 열리는 바람에 ‘입장 수입 제로 대회’가 됐다. 따라서 도쿄올림픽은 무관중, 무해외관광객, 무수입 등 3무(無)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42개 경기장에서 33개 종목 339번의 이벤트가 열렸지만 자원봉사자들과 각국 경기임원들만 입장해 경기를 지켜봤고, 관중의 함성은 효과음으로 대신했다.

3 ‘빈익빈 부익부’ 올림픽 속 빛난 필리핀 금메달

필리핀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여자 역도 55kg급 우승자 하이달린 디아스. [뉴시스]

필리핀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여자 역도 55kg급 우승자 하이달린 디아스. [뉴시스]

올림픽은 철저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나타낸다. 1896 아테네올림픽 이후 스포츠 초강대국 미국은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1000개 이상 금메달을 따고 있다. 반면 206개 IOC 회원국 가운데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금메달을 1개도 따지 못한 국가가 100개국에 달한다. 그 가운데 방글라데시가 1억6000만 명 인구 대국임에도 금메달이 없는 대표적인 나라다. 필리핀도 마찬가지였다. 1924 파리올림픽부터 출전했지만 아시아에서 6번째,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1억1000만 인구에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필리핀은 이번 대회에서 노 금메달 국가 신세를 벗어났다. 하이달린 디아스(30)가 7월 26일 도쿄국제포럼에서 열린 여자 역도 55㎏급 경기에서 합계 224㎏을 들어 올려 감격스러운 금메달을 땄다. 디아스는 집 마당에서 물동이 역기를 들며 올림픽 금메달 꿈을 키웠다. 필리핀 정부와 일부 기업은 올림픽이 끝난 후 디아스에게 3300만 페소(약 7억6000만 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4 무더위에 기절한 선수도 나와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한 가운데 치러진 도쿄올림픽.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도 무더위로 인한 경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시스]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한 가운데 치러진 도쿄올림픽.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도 무더위로 인한 경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시스]

원래 아시아 도시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은 기온이 운동하기에 적당한 9월이나 10월에 열려야 한다. 1964 도쿄올림픽만 해도 10월 10일 개막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도 9월 17일 개막식을 가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예외였다. 중국인이 8자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8월 8일 8시 8분 8초에 개막했다.

도쿄올림픽은 베이징 대회보다 빠른 7월 23일 시작됐다. 10억 달러(약 1조1400억 원)를 내고 중계권을 산 미국 NBC 유니버설의 입김 때문이다. 올림픽이 9월이나 10월에 열리면 미국은 미식축구(9월 초 개막)가 시작되고, 메이저리그도 포스트시즌에 접어들어 올림픽 시청률을 올리기 어렵다.

올림픽 기간 내내 도쿄는 연일 30도 넘는 기온에 섬나라 특유의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다 보니, 야외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상대 팀이나 선수와 싸우기에 앞서 더위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곤 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물에 적신 타월과 얼음주머니 등을 나눠줬지만 더위를 물리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34)는 “경기 시간을 왜 기온이 떨어지는 야간으로 조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7월 23일 개막일에는 러시아 양궁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가 도쿄 유메노시마공원에서 개인종합 예선 경기 도중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5 올림픽 첫 출전, ‘갓기’들의 반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 등을 세우며 감동을 준 수영 황선우 선수. [뉴시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 등을 세우며 감동을 준 수영 황선우 선수. [뉴시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신(God)을 뜻하는 ‘갓’과 아기의 ‘기’ 자를 합성한 신조어 ‘갓기’, 즉 10대 영선(올림픽 첫 출전) 선수들이 높은 성적과 함께 좋은 매너를 보여줘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수영 황선우(18) 선수는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7위, 100m 5위로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연일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세우며 투혼을 발휘해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첫 올림픽 출전이라 부담이 됐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눈물도 없었고, 메달을 따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에 출전한 황선우 선수가 연일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열여덟 나이로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자유형 100m 결승에 올라 역동적으로 물살을 갈랐습니다”라고 적었다. 대통령이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를 격려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축구 이강인, 탁구 신유빈, 양궁 김제덕, 체조 여서정(왼쪽부터) 선수도 ‘갓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뉴시스]

축구 이강인, 탁구 신유빈, 양궁 김제덕, 체조 여서정(왼쪽부터) 선수도 ‘갓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뉴시스]

또한 축구 올림픽대표팀 이강인(20) 선수는 조별리그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팀이 8강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여자 탁구에선 17세 신유빈 선수가 자신보다 48세나 많은 룩셈부르크 나시아리안 선수를 상대로 64강전에서 첫 세트를 2 대 11로 먼저 내주고도 4 대 3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투혼을 보여줬다.

양궁 김제덕(17) 선수도 화제였다. 첫 올림픽 출전이면서도 “필승 코리아!” “파이팅! 오진혁!”을 외치며 처음 도입된 혼성단체전과 남자단체전 2관왕을 차지했다. 김제덕의 파이팅 소리는 무관중이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여자 체조 여서정(19) 선수 역시 아버지(여홍철)의 대를 이어 도마에서 동메달을 획득, 사상 처음으로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 체조가 여자 체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은 여서정 선수가 처음이다.

6 여자선수 출전 기회 대폭 확대, 성평등 올림픽

‘성평등 올림픽’을 내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도 양궁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따며 혜택을 봤다. [뉴시스]

‘성평등 올림픽’을 내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도 양궁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따며 혜택을 봤다. [뉴시스]

도쿄올림픽은 성(性)평등 가치를 올림픽에 반영한 최초 올림픽이다. IOC는 도쿄올림픽을 ‘성평등 올림픽’으로 규정, 여자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에는 여자선수의 출전이 금지돼 남자선수만 311명 출전했고, 여자선수들은 1900년 파리올림픽 때부터 출전이 허용됐다.
IOC는 이번 도쿄올림픽에 18개 종목을 새로 추가했는데, 거의 모두가 여성 비율을 높인 것이다. 남자 카약 1, 2인승 200m 대신 여자 카누 종목을 넣었고 남자 사격 소총과 자유권총, 더블트랩 대신 혼성공기소총, 혼성공기권총, 혼성트랩 종목을 신설했다.

수영은 여자 자유형 1500m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됐고, 남녀 2명씩 경기를 치르는 혼성혼계영 400m가 새로 생겼으며, 육상 1600m 혼성릴레이도 추가됐다. 또한 유도, 탁구, 양궁에도 혼성 종목이 새로 추가됐다.

한국은 양궁 혼성단체전 금메달로 혜택을 봤고, 영국이 혼성혼계영 400m, 폴란드가 육상 1600m 혼성릴레이, 프랑스가 혼성유도, 스페인이 사격 혼성트랩 금메달을 가져갔다. 탁구 강국 중국은 탁구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노렸지만 일본 미즈타니 준과 이토 미마 조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7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이중성

1박에 2600만 원 넘는 호텔 스위트룸에 머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왼쪽). 골판지 침대에서 자야 했던 선수들과 엄청난 대조를 이뤘다. [뉴시스]

1박에 2600만 원 넘는 호텔 스위트룸에 머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왼쪽). 골판지 침대에서 자야 했던 선수들과 엄청난 대조를 이뤘다. [뉴시스]

도쿄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7월 24일 일본 매체 ‘주간현대’는 “도쿄올림픽이 IOC 귀족들의 놀이터로 변하는 것 같다”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도쿄 중심부에 자리한 더 오쿠라 도쿄 호텔 임페리얼 스위트룸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1박에 250만 엔(약 2620만 원)이나 하는 스위트룸을 장식한 가구는 IOC에서 직접 가져와 바꾼 것이고, 요리사도 외국에서 초빙했다는 소식도 담았다. IOC 규정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 측 숙박비 상한선은 1박에 최대 4만4000엔(약 46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나머지 금액은 일본 측이 지불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경비를 아끼려고 선수들이 생활하는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놓았다. TV와 냉장고도 따로 돈을 지불해야 설치해준 실정이기에 바흐 위원장에 대한 대우와는 엄청난 대조를 이뤘다.





주간동아 1301호 (p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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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평생 직장’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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