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1

2023.03.17

“가족들 검은돈으로 잘 먹고 잘살아” 전두환 손자 ‘디지털 폭로’ 왜?

“연희동 집 금고에 엄청난 비자금” “가사도우미 차명계좌로 학비 지원받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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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3-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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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 [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 [인스타그램 캡처]

    “할아버지는 학살자다.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닌 범죄자에 불과하다. 돈이 없다던 우리 가족은 어디선지 검은돈이 계속 나와서 아직도 잘 먹고 잘살고 있다. (나는) 극단적 선택 이후 회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자신의 부친을 비롯한 가족, 전 씨 일가, 지인들의 각종 비리 의혹을 밝히는 폭로성 게시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잇따라 올려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우원 씨는 3월 13~16일 자신의 SNS 계정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나의 가족이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을 밝히겠다”며 폭로에 나섰다. 전우원 씨의 주된 주장은 △부친 전재용 씨가 법망을 피하고자 미국 시민권 획득 시도 △숙부 전재만 씨가 운영하는 미국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등 가족이 사용했다는 ‘검은돈’ 의혹 △친모 최 모 씨와 친정 일가를 통한 비자금 세탁 등이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비자금 은닉 및 사용 의혹에 대해 부인과 침묵으로 일관해온 전 전 대통령 일가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내부자 폭로가 나온 셈이다. 다만 현재까지 전우원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족의 범죄, 사기 행각 밝힐 것”

    전우원 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어린 시절 조부인 전 전 대통령(가운데)과 함께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전우원 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어린 시절 조부인 전 전 대통령(가운데)과 함께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전우원 씨는 3월 13일 이번 폭로와 관련해 올린 첫 유튜브 영상에서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전재용 씨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후 “나의 가족이 아마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과 관련해 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동영상을 찍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전 전 대통령 차남 재용 씨의 둘째아들이다. 재용 씨는 세 차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딸과 첫 결혼을 했으나 이혼하고 1992년 최 모 씨와 재혼했다. 전우원 씨는 전 씨와 최 씨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아들이다. 재용 씨는 이후 최 씨와 이혼하고 탤런트 출신 박상아 씨와 결혼해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전재용-박상아 부부는 2021년 3월 극동방송 인터뷰 프로그램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에 출연해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목회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면서 경기 성남시의 한 교회 집사 직분을 수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우원 씨는 유튜브 영상에서 재차 ‘전재용 씨’라고 지칭한 부친이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라며 “한국에서 서류 조작을 해서,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라고 서류 조작을 해서 지금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으려고 절차를 준비 중이다” “법의 감시망에서 도망가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사역 전도사’라는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우원 씨는 부친 재용 씨가 “미국에 와서 어디에라도 숨겨져 있는 비자금을 사용해 겉으로는 선한 척하고 뒤에 가서는 계속 악마의 짓을 못 하도록 여러분이 꼭 도와달라”면서 “나도 죄인이고 내 죄는 내가 달게 받도록 하겠다”며 영상을 마쳤다. 이후 전우원 씨는 수십 개의 동영상과 사진을 잇달아 올리면서 비슷한 취지의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친형 등 가족과 친지, 지인의 사진을 올려 이들이 ‘성범죄’나 ‘마약 투약’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폭로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대목으로 쏠린다. 전우원 씨는 할머니 이순자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스크린골프를 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연희동 자택에 스크린골프 시설이 구비돼 있다”거나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면서 본인 일가가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검은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전두환 측 사람들의 죄를 내 어머님만큼 잘 아는 이가 없다. 전재용 씨가 박상아 씨와 바람피우는 걸 쉬쉬해주는 대신, 최소 수십억이 되는 비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할머니가 학비를 지원해줄 때 연희동 자택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계좌를 사용해 돈을 보내줬다” “어머니가 연희동 자택 금고 안에 엄청난 비자금이 있다고 했다”는 등 전 전 대통령 가족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차명계좌로 사용하고 있다거나, 자택에 은닉했다는 게 전우원 씨의 주장이다.

    전우원 씨가 자신의 SNS 계정에 “친모가 지인과 가족을 통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세탁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올린 게시글. [인스타그램 캡처]

    전우원 씨가 자신의 SNS 계정에 “친모가 지인과 가족을 통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세탁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올린 게시글. [인스타그램 캡처]

    전재용 씨 둘러싼 ‘전두환 비자금’ 의혹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현재 추징금 2205억 원 중 925억8000만 원을 미납한 상태다. 그간 재용 씨가 소유한 재산을 두고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조세포탈 혐의 수사 과정에서 재용 씨가 관리하던 ‘괴자금’ 170억여 원이 드러나 그 출처를 놓고 파문이 일었다.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그가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채권 73억5500만 원어치를 소유 및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용 씨 측은 자금 출처에 대해 “결혼식 축의금 20억 원을 외조부(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 맡겼다 액수가 늘어난 뒤 이를 채권 형태로 돌려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2007년 파기 환송심 재판부는 조세포탈 혐의로 재용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8억 원을 선고했다. 2015년에는 미국에 은닉한 재산 122만 달러가 몰수되기도 했다. 재용 씨는 또 다른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수감생활을 했다. 2006년 경기 오산시 임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벌금의 3.5%인 1억4000만원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약 2년 8개월간 교도소 노역으로 대신해 일당 400만 원의 ‘황제 노역’ 논란이 일었다.

    전우원 씨가 갑작스레 폭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3월 15일 KBS와 전화 인터뷰에서 가족 및 지인을 대상으로 한 폭로 배경에 대해 “극단적 선택 이후 열흘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회개했다” “신 앞에서 얼마나 창피한 존재인지, 죄인이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우원 씨는 “할아버지 재산을 큰아빠(전재국 씨)가 다 가져가면서 현재 아버지(전재용 씨)와 새엄마(박상아 씨) 사이가 좋지 않다”며 가족 간 불화도 시사했다.

    언론 인터뷰와 SNS 등을 통해 전우원 씨는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그가 폭로에 이용한 유튜브 채널 설명란에는 “한때 저는 정말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건강 문제로 인하여 자살시도까지 하며 제 인생은 밑바닥을 찍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손을 내미셨고 기적적으로 제 삶을 만지어 저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고쳐주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후 종교적 감화를 받아 자기 가족의 비리를 폭로한 셈이다.

    “아들, 정신질환으로 정상 생활 불가능”

    전우원 씨 주장에 대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입장은 무엇일까. 부친 재용 씨는 3월 15일 ‘동아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아들이 정신질환과 마약 투약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아들의 주장에 신뢰성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자신이 “미국에 있는 비자금을 쓰려고 시민권을 취득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시민권 취득 절차가 진행 중인 건 맞다”면서도 “전과자가 되면서 미국 비자가 말소됐는데, 시민권을 받은 첫째아들이 나를 초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우원 씨도 자신의 우울증 병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폭로 영상에서 이미 “가족들이 내 정신과 치료 기록을 이용하면서 미친X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며 “지난해 1월부터 우울증,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와 지금 몇 달간 일을 잘 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15, 16일 두 차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우울증 약이 아니라 마약을 했다. LSD라는 마약을 했다. 2C-E라는 마약, 대마초를 흡연했다” “내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상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사이코패스”라고 주장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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