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5

2023.02.03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본궤도 올랐다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2027년 착공 목표로 1월 관련 기관 업무협약 체결… 한남IC까지 포함 여부 등 산 넘어 산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3-02-05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 인근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뉴스1]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 인근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뉴스1]

    1월 3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 한국도로공사의 도로 건설 관련 실무 책임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경부고속도로의 용인~서울 구간 지하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였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반도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경부고속도로의 상징성에 대해, 그동안 국내에서 추진된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사업 핵심은 경부고속도로 전체 428㎞ 구간 가운데 경기 용인시 기흥IC(나들목)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IC까지 26.1㎞ 구간에 4~6차로 규모의 지하차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에 투입될 사업비는 3조8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달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진행하고 있다. 예타를 통해 사업타당성이 확인되면 본 타당성 평가와 실시설계 등을 거쳐 공사에 들어간다. 정부는 착공 목표 시점을 2027년 하반기로 정했다.

    기흥~양재 상습 정체 구간 대상

    이 구간은 1980년대부터 이미 고속도로 기능을 다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통정체가 심각했다. 특히 출퇴근시간대에는 시속 20~30㎞도 내지 못할 만큼 악명이 높았다. 이에 도로 확장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엄청난 보상비 탓에 정부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미 고속도로 주변이 도시 지역으로 개발돼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대책 마련 요구는 지하화로 바뀐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서울 통과 구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초구가 적극적이었다. 서초구는 2015년부터 공개적으로 지하화 요구 공론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번 업무협약식은 그 결과물이다. 협약에 따라 관련 기관들은 앞으로 지하화 사업에서 발생할 이슈들을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체에는 국토부, 서울시, 경기도, 성남시, 용인시, 한국도로공사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주로 △지하고속도로 시·종점 인근 교통 혼잡 해소 △효율적인 연계 교통망 구축·운영 △상부 공간 활용 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지하화 사업이 추진된다면 만성적인 교통체증 해소 외에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여럿이다. 일단 고속도로 때문에 도시가 동서로 단절된 지역의 경우 도시개발에 숨통이 트인다. 대표적인 곳이 동탄2신도시다. 올해 말 경부고속도로 동탄역 주변 경부고속도로 1.2㎞ 구간이 지하화돼 개통할 예정으로, 이미 주변 지역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속도로를 고속 주행하는 차량으로 생기는 소음과 미세먼지 같은 환경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음이 줄어들면 고속도로 주변에 장막처럼 세워진 소음차폐벽도 사라져 주변 지역 경관도 개선될 수 있다.



    지하화 범위, 방식 견해차 좁혀야

    지하화의 이러한 장점에도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지하화 사업 범위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의 생각이 다르다. 정부는 용인IC~양재IC로 못 박은 상태다. 반면 서울시와 서초구는 양재IC부터 한남IC까지 6.8㎞ 구간도 지하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구간의 공식 명칭은 ‘경부간선도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부고속도로 시내 구간 또는 고속국도 1호로 불린다. 원래는 경부고속도로 구간이었지만 2002년 12월 관리권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서울시로 넘어가면서 변경됐다.

    사업 방식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국토부는 지상구간(8~10차로)은 그대로 고속도로로 사용하고, 지하 40m 이하 대심도 지하에 고속도로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서울시 등이 구상한 경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지상 구간 상부에 ‘ㄷ자’ 모양의 데크를 씌운 뒤 공원과 주상복합건물 등을 복합조성하고, 그 아래에 왕복 6차로 터널 2개를 뚫는 것이다. 이 경우 양재IC 남측과 북측 구간의 지하화 방식이 다른 곳에서 엄청난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

    개발비용에도 큰 차이가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지하화 사업과 관련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총사업비 3조843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전국 고속도로 평균 공사비가 ㎞당 500억 원 정도고, 대심도 공사비는 지상고속도로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추산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토지보상비나 지상 구간을 별도로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산출한 내용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10조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와 서초구가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에 3조3000억 원을 책정한 만큼, 4배가량 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는 그만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서울시 구상안의 경우 상부 구간 개발과 터널을 2개 층으로 건설하기에 투입비용이 더 든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양측 간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우려다. 현재 국내 최장 고속도로 터널은 서울 양양고속도로에 있는 인제양양터널(10.96㎞)이고, 대심도만 보면 2021년 개통한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10.33㎞)다. 3배 가까운 길이의 대심도 터널을 뚫는 게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게다가 경부고속도로는 전국 각지 산업단지와 물류단지에서 출발한 화물차들이 꼬리를 물고 다니는 간선도로다. 자칫 지하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초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물류대란 같은 국가적 재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만반의 대책 마련은 필수다.

    지하화로 발생할 개발이익 환수나 국토 불균형 심화 문제도 선결 과제다. 서울시나 서초구 등이 구상한 대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추진된다면 주변 지역 부동산 가치는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경부간선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구간 주변 지역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 등 이미 수도권 지역에서도 최고 인기 주거지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이런 지역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발생하는 개발이익에 대한 적절한 환수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민적 반발은 불가피하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