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9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태어나서 한 번도 ‘세계의 중심’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워싱턴과 뉴욕, 필라델피아를 도는 일정으로 미국을 처음 찾는 교황에 대해 미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교황이 취임한 뒤 2년 동안 겨우 15번째로 찾는 나라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9월 6일자 ‘뉴욕타임스’는 다음 네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그가 미국의 정치·경제적 패권에 비판적인 남미 출신이라는 점. 둘째, 이탈리아 예수회(제수이트 교단) 출신으로 북미보다 유럽에 더 가까웠다는 점. 셋째, 스페인어 사용자로 영어를 잘 못한다는 점. 넷째, 평소 교인들을 인도하는 대신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신부들을 경멸해왔다는 점 등이다.
대선 정국 손익계산 분주
‘빈자(貧者)의 성자’로 불리며 ‘자본의 논리’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해온 교황이 가장 부유한 자본주의 나라 미국, 그곳 중심인 워싱턴의 어두운 뒷골목을 찾는 장면은 5박6일간 방미 일정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올해 두 살 된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미국 싱글맘 앵걸린 브라운(26) 씨는 교황을 직접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설레는 가슴을 달래고 있다. 9월 24일 오전 워싱턴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을 마친 교황이 성패트릭 성당을 방문해 자신이 도움을 받고 있는 천주교 자선단체에 소속된 가난한 도시 빈민과 이주민 등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10년 전 세상을 떠난 뒤 거의 집이 없이 살아온 브라운 씨는 9월 13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와 인터뷰에서 “누구든지 홈리스가 돼보지 않으면 그게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라며 교황을 만나면 “힘 있는 사람들이 지독한 불평등과 싸우게 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브라운 씨 등을 만난 뒤 히스패닉계가 주류인 워싱턴 도시 걸인들에게 공짜로 점심식사를 나눠주는 ‘성모마리아의 식사’ 푸드트럭도 방문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교황의 방문이 빈곤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키울 것이라며 기대에 들떠 있다. 크리스 토마스 씨는 “(교황의 방문은) 여러 사람을 감동케 할 테고,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말만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도움에 동참하고 싶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양극화와 소득 재분배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교황이 의회 연설과 각종 공개 발언을 통해 어떤 진단 및 처방을 내릴지도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단순히 자비와 사랑의 메시지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라며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교황은 9월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설교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빈곤층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을 극진히 영접하며 정치적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22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교황을 영접한다. 이어 다음 날 아침에는 백악관에서 성대한 공식 영접행사를 연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9월 19일부터 사흘 동안 쿠바를 찾는 것 자체가 ‘중심보다 주변’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다시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극적인 국교정상화 합의를 통해 플로리다 남쪽의 고립된 사회주의 섬나라에서 건전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쿠바를 먼저 방문한 뒤 미국을 찾는 것은 약소국에 대한 상징적인 배려라 할 수 있다.
교황은 역시 자신의 첫 쿠바 방문 기간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날 것 같다고 바티칸이 9월 15일 밝혔다. 2006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2008년 공식 사임한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98년 쿠바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2012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난 바 있다. 보수적인 전임 교황들과 달리 진보적 성향이 강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반미의 상징이던 피델의 만남은 역사적 의미가 더 크다.
“교황 테러 위협 적발, 무산시켰다”
하지만 약자의 권리와 함께 인류 보편적인 인권을 강조해온 교황이 쿠바 카스트로 독재정권의 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도 관심사다. 쿠바는 교황의 방문에 앞서 범죄자 3000명을 석방했지만 정치범은 석방 대상에서 제외했고, 오히려 9월 13일 열린 반정부 시위 참여자 130여 명을 모두 구금하는 등 체제 단속에 한창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교황의 쿠바 방문이 쿠바와 베네수엘라 같은 좌파정부의 인권문제를 도외시한다면 도덕적 권위가 실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황의 얼굴을 직접 보고자 미국 전역에서 천주교 신자는 물론, 비(非)신자도 대거 워싱턴과 뉴욕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자 교통 통제와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워싱턴DC 시 당국은 교황 일행의 안전과 원활한 이동을 위해 교황청대사관이 있는 매사추세츠 거리를 사흘 내내 통제하는 등 주요 도로의 차량 운행을 막기로 했다. 이에 따른 극심한 도로 혼잡과 출퇴근 대란에 대해 시 당국은 “가능하면 집에서 일하고 꼭 나와야 한다면 반드시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교황 방문 두 달여 전인 7월 말까지 교황을 영접하거나 수행할 인물들을 접수받아 신원조회를 하는 등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마이클 매콜(공화당·텍사스 주)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9월 13일 ABC 방송에 출연해 “당국이 최근 교황에 대한 한 건의 위협 기도를 적발해 무산시켰으며 그의 방미가 가까워옴에 따라 위협 가능성 등을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교황을 보호하고자 모두가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9·11테러 14주기를 갓 지낸 뉴욕도 교황 방문과 유엔총회가 겹치면서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뉴욕에 머무를 예정인 교황은 맨해튼 남쪽 9·11 추모비, 북부 할렘 가톨릭학교, 중심가에 자리한 유엔본부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센트럴파크를 통과하는 차량퍼레이드,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리는 미사 등을 주도하며 도시 곳곳을 다닐 예정이어서 뉴욕 치안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9월 6일자 ‘뉴욕타임스’는 다음 네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그가 미국의 정치·경제적 패권에 비판적인 남미 출신이라는 점. 둘째, 이탈리아 예수회(제수이트 교단) 출신으로 북미보다 유럽에 더 가까웠다는 점. 셋째, 스페인어 사용자로 영어를 잘 못한다는 점. 넷째, 평소 교인들을 인도하는 대신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신부들을 경멸해왔다는 점 등이다.
대선 정국 손익계산 분주
‘빈자(貧者)의 성자’로 불리며 ‘자본의 논리’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해온 교황이 가장 부유한 자본주의 나라 미국, 그곳 중심인 워싱턴의 어두운 뒷골목을 찾는 장면은 5박6일간 방미 일정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올해 두 살 된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미국 싱글맘 앵걸린 브라운(26) 씨는 교황을 직접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설레는 가슴을 달래고 있다. 9월 24일 오전 워싱턴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을 마친 교황이 성패트릭 성당을 방문해 자신이 도움을 받고 있는 천주교 자선단체에 소속된 가난한 도시 빈민과 이주민 등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10년 전 세상을 떠난 뒤 거의 집이 없이 살아온 브라운 씨는 9월 13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와 인터뷰에서 “누구든지 홈리스가 돼보지 않으면 그게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라며 교황을 만나면 “힘 있는 사람들이 지독한 불평등과 싸우게 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브라운 씨 등을 만난 뒤 히스패닉계가 주류인 워싱턴 도시 걸인들에게 공짜로 점심식사를 나눠주는 ‘성모마리아의 식사’ 푸드트럭도 방문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교황의 방문이 빈곤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키울 것이라며 기대에 들떠 있다. 크리스 토마스 씨는 “(교황의 방문은) 여러 사람을 감동케 할 테고,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말만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도움에 동참하고 싶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양극화와 소득 재분배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교황이 의회 연설과 각종 공개 발언을 통해 어떤 진단 및 처방을 내릴지도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단순히 자비와 사랑의 메시지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라며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교황은 9월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설교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빈곤층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을 극진히 영접하며 정치적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22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교황을 영접한다. 이어 다음 날 아침에는 백악관에서 성대한 공식 영접행사를 연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9월 19일부터 사흘 동안 쿠바를 찾는 것 자체가 ‘중심보다 주변’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다시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극적인 국교정상화 합의를 통해 플로리다 남쪽의 고립된 사회주의 섬나라에서 건전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쿠바를 먼저 방문한 뒤 미국을 찾는 것은 약소국에 대한 상징적인 배려라 할 수 있다.
교황은 역시 자신의 첫 쿠바 방문 기간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날 것 같다고 바티칸이 9월 15일 밝혔다. 2006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2008년 공식 사임한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98년 쿠바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2012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난 바 있다. 보수적인 전임 교황들과 달리 진보적 성향이 강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반미의 상징이던 피델의 만남은 역사적 의미가 더 크다.
“교황 테러 위협 적발, 무산시켰다”
하지만 약자의 권리와 함께 인류 보편적인 인권을 강조해온 교황이 쿠바 카스트로 독재정권의 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도 관심사다. 쿠바는 교황의 방문에 앞서 범죄자 3000명을 석방했지만 정치범은 석방 대상에서 제외했고, 오히려 9월 13일 열린 반정부 시위 참여자 130여 명을 모두 구금하는 등 체제 단속에 한창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교황의 쿠바 방문이 쿠바와 베네수엘라 같은 좌파정부의 인권문제를 도외시한다면 도덕적 권위가 실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황의 얼굴을 직접 보고자 미국 전역에서 천주교 신자는 물론, 비(非)신자도 대거 워싱턴과 뉴욕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자 교통 통제와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워싱턴DC 시 당국은 교황 일행의 안전과 원활한 이동을 위해 교황청대사관이 있는 매사추세츠 거리를 사흘 내내 통제하는 등 주요 도로의 차량 운행을 막기로 했다. 이에 따른 극심한 도로 혼잡과 출퇴근 대란에 대해 시 당국은 “가능하면 집에서 일하고 꼭 나와야 한다면 반드시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교황 방문 두 달여 전인 7월 말까지 교황을 영접하거나 수행할 인물들을 접수받아 신원조회를 하는 등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마이클 매콜(공화당·텍사스 주)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9월 13일 ABC 방송에 출연해 “당국이 최근 교황에 대한 한 건의 위협 기도를 적발해 무산시켰으며 그의 방미가 가까워옴에 따라 위협 가능성 등을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교황을 보호하고자 모두가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9·11테러 14주기를 갓 지낸 뉴욕도 교황 방문과 유엔총회가 겹치면서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뉴욕에 머무를 예정인 교황은 맨해튼 남쪽 9·11 추모비, 북부 할렘 가톨릭학교, 중심가에 자리한 유엔본부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센트럴파크를 통과하는 차량퍼레이드,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리는 미사 등을 주도하며 도시 곳곳을 다닐 예정이어서 뉴욕 치안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