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의 이탈리아 프리미엄 마켓 ‘펙(PECK) PDR(Private Dining Room)’에서 와인 강좌를 듣는 사람들.
먼저 높고 긴 와인잔부터 보자.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와인잔은 입술이 닿는 립(lip), 몸통인 볼(bowl), 자루인 스템(stem), 받침인 베이스(base)로 나뉜다. 와인잔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템 중간을 엄지, 검지, 중지로 잡는 것이다. 볼을 쥐면 지문 때문에 잔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편한 대로 잡아도 상관없다. 볼을 쥐면 손의 온기 때문에 와인 맛이 변한다는 말도 있지만 스탠딩 파티처럼 와인잔을 계속 쥐고 있지 않는 한 그럴 일은 거의 없다.
둘째, 건배할 때는 와인잔을 눈높이까지만 드는 게 바람직하다. 맑은 소리가 나도록 일부러 립 부분을 부딪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와인잔이 얇아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잔을 부딪치는 분위기라면 볼만 닿게 하는 것이 좋다.
셋째, 와인을 따를 때는 볼의 3분의 1가량이 적당하다. 잔은 채워야 제맛인 우리 정서엔 편치 않은 매너지만 와인잔엔 향을 채울 공간이 필요하다. 와인은 입 못지않게 코로도 즐기는 술이기 때문이다. 잔을 돌려 와인을 공기와 접촉하게 하는 것도 향을 더 발산시키기 위해서다. 와인을 너무 많이 따르면 잔을 돌리기도 어려워진다.
넷째,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들지 않아야 한다. 술을 받을 때 반사적으로 잔을 드는 우리로선 불편하기 짝이 없다. 가만히 있기가 너무 어색하다면 따르는 사람을 향해 잔을 살짝 밀고 손가락을 베이스 위에 얹는 정도로 예의를 표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소믈리에가 시음해보라고 와인을 따라줄 때가 있다. 와인을 평가하라는 게 아니라 맛이 상했는지 확인해보라는 것이니 긴장할 필요 없다. 와인병은 대부분 코르크로 입구를 막는데 간혹 공기가 들어가서 변질되기도 한다. 잔을 한두 번 돌리고 냄새를 살짝 맡은 뒤 와인을 조금 머금어 본다. 이때 곰팡이 또는 식초 냄새가 나거나 혀끝을 톡 쏘는 느낌이 있으면 상한 와인이다.
나머지 와인 매너 두 가지는 외국인과 함께 와인을 마실 때 유의할 점이다. 먼저 서양은 첨잔 문화라는 점을 기억하자. 손님 잔이 비는 것은 서양에선 큰 실례다. 그래서 예의 바른 손님은 일부러 와인을 조금 남긴 채 기다리기도 한다. 그걸 모르고 잔이 비기만을 기다리면 손님에게 무관심하다고 오해를 살 수 있다. 외국인과 술을 마실 때는 주종과 무관하게 첨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서양에선 주최, 즉 호스트 개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옆 사람 잔이 비면 누구든 술병을 들어 잔을 채우는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 와인을 따르는 것은 호스트의 권한이다. 초대받은 처지라면 함부로 와인병을 들지 않도록 주의하자. 자칫 남의 와인으로 생색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와인 매너에 익숙지 않은 것은 절대 흉이 아니다. 하지만 깔끔한 매너는 나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와인 매너를 조금씩 익히는 것. 자신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