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초미의 관심사. 2006년 첫 번째 핵실험 이후 북한이 과연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느냐 여부는 한국은 물론 주요 국가의 모든 군사·정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워온 이슈다. 흔히 ‘핵탄두 소형화’라 부르는 이 과제는 통상 탄두의 무게를 1000kg 이하, 지름은 90cm 이하로 줄여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핵무기가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다.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이전과 달리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기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발표를 ‘과장 광고’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판단이 흔들리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보 강국인 미국 역시 북핵 소형화 평가에서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사실은 북핵 소형화가 상당히 진전됐다는 점이다. 한국 국방부는 연초 발행한 ‘2014 국방백서’를 통해 최초로 ‘북한이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우라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며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기술한 바 있다. 2014년 10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고 발언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비슷한 시기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북한은)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무기에 탑재하고 이를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t 미만 규모의 핵탄두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한국 국방부의 평가가 1개월 만에 바뀐 셈이다.
반면 워싱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014 국방백서’가 발간된 직후 미국 국방부는 “현재 북한이 그런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은 소형화에 대한 자신감이 차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 있다면 작동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한 것과 대동소이하다.
같은 이슈, 같은 정보, 그러나 상반된 평가. 쉽게 말해 한국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시각이라면, 미국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셈이다. 바라보는 국민으로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중국의 세 가지 고민
진실게임의 실마리를 풀어줄 단서는 바로 중국이다. 1960년대 핵개발에 성공해 미사일 장착까지 밀어붙인 중국 사례를 들여다보면, 탄두 소형화가 어떤 작업이고 북한이 돌파해야 하는 기술적 관문이 무엇인지 유추 가능하기 때문이다. 2월 초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 소장이 ‘38노스’에 기고한 글은 이러한 방식으로 세 가지 판단 근거를 들어 문제의 답에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질문,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충분히 소형화할 수 있을까. 루이스 소장은 먼저 북한이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 이후 중량 450~750kg, 지름 60~80cm의 핵탄두를 설계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오래전 많은 국가가 상당 부분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한 바 있고(표 참조), 심지어 중국은 파키스탄 측에 500kg, 90cm 수준의 우라늄 핵탄두 설계도면을 제공한 적도 있다는 것. 이후 파키스탄이 이 도면을 어느 나라에 제공했는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이를 넘겨받았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기를 줄인다고 끝은 아니다. 이 소형 탄두가 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1960년대 중국이 실제로 직면한 과제이기도 했다. 당시 베이징은 DF-2 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탄두를 개발했지만, 비행 이후에도 신뢰할 만한 성능을 지녔는지는 통상의 지하 핵실험으로는 증명할 길이 없었다. 오랜 논쟁을 벌인 중국 지도부는 결국 66년 10월 실제 핵무기를 탑재한 DF-2를 발사해 성공함으로써 성능을 입증하기에 이른다. 반면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해본 적이 없으므로 그 신뢰도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미사일 장착의 마지막 과제는 탄도미사일이 날아올랐다 대기권에 다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름 하여 재진입 장치(reentry vehicle) 제작 능력이다. 그간 군사 퍼레이드에서 평양이 선보인 미사일 탄두는 삼각뿔(triconic) 형태로, 재래식 기술과 최신 기술의 절충 형태에 해당한다.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속도는 초당 7km에 이르는데, 이때 발생하는 열로 탄두가 분해되는 것을 막으려면 냉각장치 기술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 역시 1970년대 중국이 고심했던 과제다.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은 작업인 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DF-5 ICBM을 개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다. 북한의 현재 기술력을 감안하면 평양 역시 비슷한 형태의 재진입 장치를 제작할 수 있으리라는 게 루이스 소장의 결론. 다만 이 또한 실제 시험발사를 통해서만 입증될 수 있는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
‘굴뚝의 연기’론을 주장하는 한국과 ‘물증의 부재’를 강조하는 미국을 보며, 두 나라가 북핵 소형화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루이스 소장이 제기한 세 가지 판단 근거를 따라가 보면 결론은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입증되지 않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어쩌면 북한 스스로도 이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해 시험발사를 감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상황이 연출될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변국들이 북한의 핵능력을 높게 평가해 군사적 대립이 정점을 찍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거꾸로 주변국들이 이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 북한이 과시용으로 실제 미사일 실험을 선택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오랜 진실게임 역시 종지부를 찍겠지만, 이후 벌어질 상황이 한층 가혹해지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마디로 답이 명확해지는 것이야말로 비극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주변국 어느 누구도 평양이 1960~70년대 중국처럼 실제로 소형화된 핵탄두로 무장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을 현재 수준에서 묶어둘 수 있도록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해도 소형화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약화하는 일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실게임의 정확한 결말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불만족스러운 선택지 중에서는 협상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이전과 달리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기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발표를 ‘과장 광고’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판단이 흔들리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보 강국인 미국 역시 북핵 소형화 평가에서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사실은 북핵 소형화가 상당히 진전됐다는 점이다. 한국 국방부는 연초 발행한 ‘2014 국방백서’를 통해 최초로 ‘북한이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우라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며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기술한 바 있다. 2014년 10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고 발언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비슷한 시기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북한은)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무기에 탑재하고 이를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t 미만 규모의 핵탄두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한국 국방부의 평가가 1개월 만에 바뀐 셈이다.
반면 워싱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014 국방백서’가 발간된 직후 미국 국방부는 “현재 북한이 그런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은 소형화에 대한 자신감이 차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 있다면 작동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한 것과 대동소이하다.
같은 이슈, 같은 정보, 그러나 상반된 평가. 쉽게 말해 한국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시각이라면, 미국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셈이다. 바라보는 국민으로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중국의 세 가지 고민
진실게임의 실마리를 풀어줄 단서는 바로 중국이다. 1960년대 핵개발에 성공해 미사일 장착까지 밀어붙인 중국 사례를 들여다보면, 탄두 소형화가 어떤 작업이고 북한이 돌파해야 하는 기술적 관문이 무엇인지 유추 가능하기 때문이다. 2월 초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 소장이 ‘38노스’에 기고한 글은 이러한 방식으로 세 가지 판단 근거를 들어 문제의 답에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질문,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충분히 소형화할 수 있을까. 루이스 소장은 먼저 북한이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 이후 중량 450~750kg, 지름 60~80cm의 핵탄두를 설계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오래전 많은 국가가 상당 부분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한 바 있고(표 참조), 심지어 중국은 파키스탄 측에 500kg, 90cm 수준의 우라늄 핵탄두 설계도면을 제공한 적도 있다는 것. 이후 파키스탄이 이 도면을 어느 나라에 제공했는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이를 넘겨받았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기를 줄인다고 끝은 아니다. 이 소형 탄두가 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1960년대 중국이 실제로 직면한 과제이기도 했다. 당시 베이징은 DF-2 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탄두를 개발했지만, 비행 이후에도 신뢰할 만한 성능을 지녔는지는 통상의 지하 핵실험으로는 증명할 길이 없었다. 오랜 논쟁을 벌인 중국 지도부는 결국 66년 10월 실제 핵무기를 탑재한 DF-2를 발사해 성공함으로써 성능을 입증하기에 이른다. 반면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해본 적이 없으므로 그 신뢰도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미사일 장착의 마지막 과제는 탄도미사일이 날아올랐다 대기권에 다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름 하여 재진입 장치(reentry vehicle) 제작 능력이다. 그간 군사 퍼레이드에서 평양이 선보인 미사일 탄두는 삼각뿔(triconic) 형태로, 재래식 기술과 최신 기술의 절충 형태에 해당한다.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속도는 초당 7km에 이르는데, 이때 발생하는 열로 탄두가 분해되는 것을 막으려면 냉각장치 기술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 역시 1970년대 중국이 고심했던 과제다.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은 작업인 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DF-5 ICBM을 개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다. 북한의 현재 기술력을 감안하면 평양 역시 비슷한 형태의 재진입 장치를 제작할 수 있으리라는 게 루이스 소장의 결론. 다만 이 또한 실제 시험발사를 통해서만 입증될 수 있는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
‘굴뚝의 연기’론을 주장하는 한국과 ‘물증의 부재’를 강조하는 미국을 보며, 두 나라가 북핵 소형화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루이스 소장이 제기한 세 가지 판단 근거를 따라가 보면 결론은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입증되지 않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어쩌면 북한 스스로도 이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해 시험발사를 감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상황이 연출될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변국들이 북한의 핵능력을 높게 평가해 군사적 대립이 정점을 찍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거꾸로 주변국들이 이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 북한이 과시용으로 실제 미사일 실험을 선택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오랜 진실게임 역시 종지부를 찍겠지만, 이후 벌어질 상황이 한층 가혹해지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마디로 답이 명확해지는 것이야말로 비극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주변국 어느 누구도 평양이 1960~70년대 중국처럼 실제로 소형화된 핵탄두로 무장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을 현재 수준에서 묶어둘 수 있도록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해도 소형화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약화하는 일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실게임의 정확한 결말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불만족스러운 선택지 중에서는 협상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