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OCI의 자회사 DCRE 설립 과정에서 면제해줬던 지방세를 다시 부과한 데 대해 인천지방 법원이 2월 13일 이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OCI 본사(왼쪽)와 DCRE의 용현·학익지구 도시 개발계획 조감도.
감면 세금 다시 부과한 인천시
이번 1심 소송에서 쟁점이 된 취득세와 부가세는 약 1700억 원. 만약 인천시가 판결에 불복하고 3심까지 가서 패소할 경우 소송비와 함께 DCRE가 일부 납부한 세금 약 250억 원에서 발생한 이자까지 인천 시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인천시는 현재 OCI의 자회사 DCRE 외에도 SK인천석유화학, 신세계백화점 등 대기업들과 지방세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번 판결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가 유독 대기업들과 지방세 전쟁을 벌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DCRE는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이 2008년 부동산개발을 목적으로 세운 100% 자회사다. DCRE가 당초 개발에 나선 부동산은 OCI가 1960년대 인천시와 송도 사이에 제방을 건설하면서 매립사업으로 확보한 학익동과 용현동 일대 약 260만㎡의 땅. 일부는 공장 땅으로 이용되고 있었지만 대부분 미개발 상태였다. OCI는 기존 화학제품제조 사업 부문에서 도시개발 사업 부문만 따로 분리해 이 땅을 개발하고자 했다.
당시 OCI는 DCRE에 공장 땅과 관련 부채를 일괄 승계하는 형태로 기업을 분할하면서 법인세법에 따른 적격분할로 신고했다. 이에 따라 관할인 인천시 남구청은 DCRE가 내야 할 취·등록세 등 약 500억 원의 지방세를 감면해줬다. 당시 담당 공무원이 조세특례제한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이 승계됐다고 판단했다. OCI 측에서도 “재무상태표만 나눴을 뿐 자회사 설립에 따른 수익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세금을 낼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2011년 11월 인천시가 감사를 시작하면서 지방세 감면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OCI가 세금 감면 조건인 ‘포괄적 승계 원칙’을 어기고 일부 부채를 승계하지 않았다는 것. 인천시는 즉각 가산금 약 1200억 원을 추가해 약 1700억 원의 취·등록세 추징에 나섰다.
그러나 DCRE는 추징이 부당하다며 2012년 4월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에 지방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이듬해 조세심판원은 이를 기각했고 인천시는 DCRE 소유의 땅을 압류했다. 이에 반발한 DCRE는 2013년 9월 인천지법에 지방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월 13일 인천지법은 DCRE의 손을 들어줬다.
지방세를 놓고 인천시와 지난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DCRE의 모회사 OCI의 한 관계자는 “기업 분할을 괜히 했다는 말이 나온다. 분할 당시 세법상 문제가 없는지 전문기관에 의뢰해 법적으로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고 해서 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다시 합치려 해도 이미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초 예정됐던 DCRE의 인천시 용현·학익지구 도시개발 사업은 멈춘 상태. 싱가포르 부동산개발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투자 유치를 계획했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아시아 경제 또한 직격탄을 맞으면서 계획이 전면 무산됐다.
7년이 지난 현재 DCRE의 상황은 어떨까. OCI 관계자는 “DCRE 소유 땅을 매각하고 손을 떼려 해도 땅을 사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을뿐더러 인천시에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도는 땅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며 개발계획이 지지부진하다고 설명했다.
SK그룹, OCI 등 대기업과 지방세 갈등을 빚고 있는 인천시. 재정위기에 놓이면서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고 무리하게 추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멍 난 곳간, 세금 감면 취소로 메워질까
SK그룹은 동의할 수 없다며 인천시에 과세 전 적부심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2월 24일 인천시에서 ‘2015년도 제4차 지방세심의위원회’가 열렸고,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의 적격분할에 대한 심의가 벌어졌다. 이 위원회는 주요 쟁점 가운데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 부문의 분할 여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집중 논의했다. 이들은 3~4월 지방세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계속한 뒤 5월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그런데 만약 적격분할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면 인천시는 OCI 건과 마찬가지로 SK그룹과의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안상수 시장 재임 시절(2002~2010) 무리한 개발계획들로 시 재정이 파탄에 이르자 송영길 시장(재임 2011~2014) 취임과 동시에 대기업들의 지방세 감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무리하게 지방세 감면 취소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인천시의 감사 이전에 국세청도 OCI의 기업분할에 대한 세무조사를 펼쳤으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적격분할로 판단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집요하게 감사를 벌였고, 지방세 감면 취소 사유를 발견한 당시 감사팀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일 뿐이라는 처지다. 신교훈 인천시 세무지도담당 팀장은 “패소 시 소송비와 납부 세금에 대한 이자까지 물어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해서 시가 옳다고 판단한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판결문을 분석 중이며 항소 여부도 곧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소송으로 DCRE의 도시개발계획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에 대해 신 팀장은 “세금 소송 문제로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DCRE 측 주장은 전혀 말이 안 된다. 기업은 원래 사업성이 있으면 추진하는데 최근 4~5년간 진행되지 않은 것은 부동산경기 침체 탓도 있다. 인천시도 민간 상생을 매우 고민하는 만큼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부심사가 진행 중인 SK그룹 건에 대해서는 “심사 중인 사안이라 세부 내용은 알려줄 수 없지만 OCI 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과세 요건도 전혀 다른 건이라 시에서 심사숙고해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천시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내부적으로 논쟁이 벌어졌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태. 신 팀장은 이를 부인하며 “인천시가 착복하려고 기업들에게 세금 부과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인천 시민의 살림살이를 위해 진행하는 일들이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조세행정을 바르게 실현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