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마 지음/ 강주헌 옮김/ 은행나무/ 800쪽/ 2만9000원
저자의 고백처럼 한 사람이 세계 역사를 다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저자가 세계 역사를 쓰겠다고 무모하게(?) 나선 것은 “세계 역사를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멍청한 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문화는 왜 새나 개의 머리를 닮은 험상궂은 신들, 거대한 기념물의 눈동자와 풍뎅이를 후손에게 남겼을까. 이집트는 전성기에도 외부 세력에 눈길을 주지 않은 자급자족 문화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지 못했다. 이집트 양식이 200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아테네 젊은이를 타락게 하고 아테네가 숭배하는 신들을 무시한 죄목으로 기소돼 아슬아슬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소크라테스. 그의 죄목이 날조되고 재판은 불공정했지만, 소크라테스는 법정을 조롱해 추방형 대신 사형 선고를 받는다. 마음만 먹으면 탈출할 수 있었지만 도망치지 않았고, 사형집행일 독배를 남김없이 비웠다. 그는 죽음을 일종의 ‘치유’라고 생각했다.
유럽인에게 콜럼버스는 ‘발견자’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바이킹이 북아메리카 대서양 해변에 먼저 도착해 한동안 정착해 살았다. 유럽인의 도래로 엄청난 재앙이 시작됐다. 약 100종의 유행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면서 거의 모든 아메리카 원주민을 쓸어버렸다. 콜럼버스는 용감한 뱃사람이었지만 허풍을 떨었으며, 사기꾼 기질이 농후했다. 해외 원정을 다녀온 뒤 자신이 무엇을 찾아나섰는지 제대로 몰랐지만 집요하게 황금을 언급했고, 금융투기도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 세계 역사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이어지는 유럽사 중심이 대부분이었다.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수많은 책을 읽고 유적지를 방문한 저자는 독창적인 프레임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인류가 걸어온 길은 모두 위대하다. 유럽을 넘어선 큰 ‘역사’ 이야기라 끌린다.
탁월한 혁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윤태성 지음/ 레인메이커/ 260쪽/ 1만3000원
혁신은 특별한 아이디어나 획기적인 생각에서 오지 않는다. 경계 너머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과 융합에서 만들어진다.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으로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서비스 이노베이션 기술을 다룬다.
이야기 형법
양지열 지음/ 마음산책/ 408쪽/ 1만6000원
범죄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 하지만 범죄는 몇 가지 부류로 압축된다. 돈, 믿음, 명예, 사랑이라는 동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갈수록 험해지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형법을 알아야 한다.
격탕 30년
우샤오보어 지음/ 박찬철·조갑제 옮김/ 새물결/ 943쪽/ 4만3000원
이제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에서 위기의 진원지로 변하고 있다. 중국이 첨단기술을 앞세운 혁신 단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쟁취하려고 인간들이 벌이는 희비극과 30년 만에 G2로 부상한 중국 굴기가 무섭다.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
존 에버라드 지음/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364쪽/ 1만8000원
북한 주재 영국대사로 파견된 저자는 2006~2008년 북한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 자전거로 전국을 여행했고, 북한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했다. 아주 특별한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흥미롭다.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전 4권)
다이애나 뉴월 외 지음/ 엄미정 외 옮김/ 시공아트/ 각 권 128쪽/ 각 권 1만3500원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이집트 미술, 르네상스 미술은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저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비밀스러운 장치나 숨은 일화, 화가가 사용한 양식과 기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명작이 친근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한영수-서울, 모던 타임즈
한영수문화재단 지음/ 한스그라픽/ 168쪽/ 3만 원
6·25전쟁이 끝난 직후 서울 모습은 어땠을까. 1950~60년대 서울은 전쟁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비 오는 서울을 사랑했던 사진작가는 물이 만들어낸 다양한 일상과 삶의 모습을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