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은 8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예술감독 정명훈과 14세 소녀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협연하는 ‘유럽 투어 프리뷰 콘서트’를 갖는다.
하지만 우리 공연계는 사정이 좀 다르다. 여름 휴가철이라고 특별히 공연장이 비는 경우는 별로 없다. 비록 해외 유명 단체의 내한공연이 드물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잘만 찾아보면 서울에서도 볼 만한 공연이 적잖다.
먼저 해외 단체의 내한공연 중에서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가 가장 돋보인다. 1918년 제네바에서 창단된 이 악단은 상반기 우리나라를 다녀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스위스 교향악단의 양대산맥이다. 톤할레 오케스트라가 스위스의 독일어 지역을 대표하고,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스위스의 프랑스어 지역을 대표한다.
연륜이 좀 쌓인 클래식 애호가라면 20세기 중반 데카(Decca) 레이블의 간판 지휘자로 활약했던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와 그의 수족과도 같았던 이 악단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 시절 장기 레퍼토리였던 오네게르의 ‘퍼시픽231’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를 만날 수 있다. 지휘는 2009년 브장송 지휘 콩쿠르 우승 후 악단에서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의 유망주 야마다 가즈키가 맡고, 우리나라 바이올린계의 젊은 기수 클라라 주미 강이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협연한다(7월 15일, 예술의전당).
국내 악단 공연 중엔 역시 서울의 ‘빅3 오케스트라’를 주목해야겠다. 먼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신임 예술감독 임헌정의 지휘 아래 구스타프 말러의 최고 걸작인 ‘교향곡 제9번’을 연주한다. 임헌정이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재임 시절 국내 최초의 ‘말러 사이클’로 열풍을 일으켰던 만큼, 그가 새로 거느리게 된 악단과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무척 궁금하다(7월 19일, 예술의전당).
KBS교향악단의 684회 정기연주회에도 관심이 간다. 31세 때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았고, 현재 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독일의 중견 클라우스 페터플로가 지휘봉을 들고 베베른, R.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등 독일 및 오스트리아 음악의 정수를 파고든다. 특히 슈트라우스의 걸작 교향시 ‘돈키호테’에서 첼로 독주는 한국계 미국인 첼리스트로 14세에 데카와 음반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고, 현재는 소니 전속 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다니엘 리가 맡을 예정이라 더욱 기대된다(7월 25일, 예술의전당).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위스 교향악단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로망드 오케스트라.
이 밖에 솔오페라단이 로마 국립오페라극장과 공동제작으로 무대에 올리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는 같은 제작진이 상반기에 선보인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의 완성도로 미뤄 상당히 볼 만한 공연이 될 것 같다(8월 22~23일, 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