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테러로 무너진 날이다. 이 비극적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여기서 잠시 시계를 13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신은 지금 뉴욕 한복판에 있다. 거리를 지나다 건물이 주저앉고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한 참혹한 현장을 목격했다. 그런데 당신은 다른 도시에서 비즈니스 미팅이 있다. 비행기를 타겠는가, 아니면 운전해서 가겠는가. 아마도 운전을 선택했을 확률이 높다. 실제 상당수 미국인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과연 비행기가 아닌 자가운전은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9·11테러 이후 몇 달 동안 교통량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특히 장거리를 가야 하는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국도 사용량이 증가했다. 당연히 9·11테러 이후 늘어난 교통량에 비례해 교통사고도 증가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도 평소보다 약 1600명이 더 늘었다. 이는 당시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총 승객 256명보다 약 6배나 많은 수치다.
확률에는 취약한 뇌구조
사람들은 9·11테러처럼 집단적이고 끔직한 사고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테러가 일어날 확률이나 비행기 사고의 가능성이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낮은데도 그렇다.
이번에는 복권 얘기다. 복권의 대명사인 로또의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이 확률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비교가 필요하다. 욕조에서 목욕하다 죽을 확률은 80만1923분의 1로 로또 당첨 확률의 100분의 1 정도다. 그래도 사람들은 매주 대박의 꿈을 안고 로또를 산다. 심지어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연구(?)를 하는 이들도 있다.
9·11테러 후 자동차 이용자의 증가와 로또 복권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인간은 확률맹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긴 해도 확률에는 취약한 뇌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9·11테러처럼 집단적인 사건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진화심리학에선 이를 당연한 반응으로 해석한다. 인간은 20~50명으로 구성된 소집단으로 살면서 진화해왔다. 현재 발견되는 원시 부족의 구성도 이렇다고 한다. 소집단에서 갑자기 많은 수가 죽는 것은 잡아먹히거나 굶어죽을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빨리 탈출하라는 신호다. 문제는 현대에는 이렇게 집단으로 죽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시인의 뇌는 피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주가나 부동산값이 폭락한 후에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시장 폭락을 사람들은 집단의 죽음으로 해석하는 듯하다. 시장이 폭락한 후에는 투자자의 이탈 행렬이 이어진다. 이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다시 가격이 오르고 있을 때다. 이때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 대신 조바심이 머릿속에 똬리를 튼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런 패턴은 시장에서 늘 반복되는 현상이다.
또 하나는 ‘통제력의 착각’이다. 로또처럼 직접 번호를 써 넣는 복권이 선택권이 없는 복권에 비해 베팅 금액이 크다. 확률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비행기는 수동적인 이동수단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위험 확률을 높게 본다. 반면 자동차는 능동적이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안전하다고 여긴다. 전형적인 통제력의 착각이다.
투자에서 확률맹과 통제력의 착각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저해한다. 물론 이를 잘 이용하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불편을 파는 기업’이라 부르는 글로벌 가구회사 이케아가 그렇다. 이케아가 내놓는 가구는 고객이 스스로 조립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이 원하는 통제력을 파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투자에서 조심해야 할 대표적 확률맹의 사례는 ‘최대 혹은 최고 수익률’이다.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투자자가 주목하는 것은 최고 수익률이다. 최고 수익률은 반드시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절대적 수치와 상대적 수치
먼저 기간이다. 1년인지 2년인지 3년인지를 봐야 한다. 1년 안팎의 최고 수익률보다 적게는 3년 이상, 가능하면 5년 이상인지를 봐야 한다. 3개월 수익률보다 5년 수익률이 더 좋은 판단 잣대라 할 수 있다. 평가 기간은 길면 길수록 좋다. 시간의 다다익선이다.
둘째, 최대의 반대편인 최저 수익률을 봐야 한다. 특히 부동산에서 임대 수익률 광고를 볼 때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임대 수익률 몇%는 인근에서 가장 좋은 물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나쁜 물건의 수익률을 같이 살펴야 한다.
셋째, 리스크다.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주가연계채권) 같은 파생상품은 조건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조건 달성이 어려울수록 기대 수익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조건 달성이 어렵다는 것은 잃을 확률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적 수치와 상대적 수치, 둘 다를 계산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가격 상승률을 표현할 때 ‘퍼센트(%)’를 쓴다. 주가가 20% 올랐다는 게 대표적이다. 예컨대 A사 주가가 70% 올랐다는 뉴스를 들었다고 해보자. 대박주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시가 100원 하는 주식이 70% 올랐다면, 실제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절대적 수치 70%를 상대적 수치인 금액 100원과 같이 비교하는 순간, 대박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투자에서 절대적 수치는 현혹 수단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수익률을 볼 때는 반드시 상대적 수치, 즉 금액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저가 주식이라도 수량이 많으면 대박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저가 주식의 경우, 대부분 소액의 투기 거래가 많다. 누가 감히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투기하겠는가. 퍼센트라는 절대적 수치와 가격이라는 상대적 수치를 같이 보는 게 판단의 왜곡을 줄이는 방법이다.
인간은 숫자의 마력에 약한 존재다. 누가 거창하게 숫자를 소수점까지 시시콜콜하게 인용해서 말하면, 그에게 권위를 부여한다. 진위와 상관없이 말이다. 투자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숫자를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뇌가 숫자에 그리 밝지 않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9·11테러 이후 몇 달 동안 교통량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특히 장거리를 가야 하는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국도 사용량이 증가했다. 당연히 9·11테러 이후 늘어난 교통량에 비례해 교통사고도 증가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도 평소보다 약 1600명이 더 늘었다. 이는 당시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총 승객 256명보다 약 6배나 많은 수치다.
확률에는 취약한 뇌구조
사람들은 9·11테러처럼 집단적이고 끔직한 사고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테러가 일어날 확률이나 비행기 사고의 가능성이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낮은데도 그렇다.
이번에는 복권 얘기다. 복권의 대명사인 로또의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이 확률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비교가 필요하다. 욕조에서 목욕하다 죽을 확률은 80만1923분의 1로 로또 당첨 확률의 100분의 1 정도다. 그래도 사람들은 매주 대박의 꿈을 안고 로또를 산다. 심지어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연구(?)를 하는 이들도 있다.
9·11테러 후 자동차 이용자의 증가와 로또 복권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인간은 확률맹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긴 해도 확률에는 취약한 뇌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9·11테러처럼 집단적인 사건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진화심리학에선 이를 당연한 반응으로 해석한다. 인간은 20~50명으로 구성된 소집단으로 살면서 진화해왔다. 현재 발견되는 원시 부족의 구성도 이렇다고 한다. 소집단에서 갑자기 많은 수가 죽는 것은 잡아먹히거나 굶어죽을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빨리 탈출하라는 신호다. 문제는 현대에는 이렇게 집단으로 죽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시인의 뇌는 피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주가나 부동산값이 폭락한 후에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시장 폭락을 사람들은 집단의 죽음으로 해석하는 듯하다. 시장이 폭락한 후에는 투자자의 이탈 행렬이 이어진다. 이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다시 가격이 오르고 있을 때다. 이때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 대신 조바심이 머릿속에 똬리를 튼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런 패턴은 시장에서 늘 반복되는 현상이다.
또 하나는 ‘통제력의 착각’이다. 로또처럼 직접 번호를 써 넣는 복권이 선택권이 없는 복권에 비해 베팅 금액이 크다. 확률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비행기는 수동적인 이동수단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위험 확률을 높게 본다. 반면 자동차는 능동적이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안전하다고 여긴다. 전형적인 통제력의 착각이다.
투자에서 확률맹과 통제력의 착각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저해한다. 물론 이를 잘 이용하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불편을 파는 기업’이라 부르는 글로벌 가구회사 이케아가 그렇다. 이케아가 내놓는 가구는 고객이 스스로 조립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이 원하는 통제력을 파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투자에서 조심해야 할 대표적 확률맹의 사례는 ‘최대 혹은 최고 수익률’이다.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투자자가 주목하는 것은 최고 수익률이다. 최고 수익률은 반드시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절대적 수치와 상대적 수치
먼저 기간이다. 1년인지 2년인지 3년인지를 봐야 한다. 1년 안팎의 최고 수익률보다 적게는 3년 이상, 가능하면 5년 이상인지를 봐야 한다. 3개월 수익률보다 5년 수익률이 더 좋은 판단 잣대라 할 수 있다. 평가 기간은 길면 길수록 좋다. 시간의 다다익선이다.
둘째, 최대의 반대편인 최저 수익률을 봐야 한다. 특히 부동산에서 임대 수익률 광고를 볼 때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임대 수익률 몇%는 인근에서 가장 좋은 물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나쁜 물건의 수익률을 같이 살펴야 한다.
셋째, 리스크다.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주가연계채권) 같은 파생상품은 조건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조건 달성이 어려울수록 기대 수익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조건 달성이 어렵다는 것은 잃을 확률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적 수치와 상대적 수치, 둘 다를 계산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가격 상승률을 표현할 때 ‘퍼센트(%)’를 쓴다. 주가가 20% 올랐다는 게 대표적이다. 예컨대 A사 주가가 70% 올랐다는 뉴스를 들었다고 해보자. 대박주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시가 100원 하는 주식이 70% 올랐다면, 실제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절대적 수치 70%를 상대적 수치인 금액 100원과 같이 비교하는 순간, 대박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투자에서 절대적 수치는 현혹 수단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수익률을 볼 때는 반드시 상대적 수치, 즉 금액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저가 주식이라도 수량이 많으면 대박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저가 주식의 경우, 대부분 소액의 투기 거래가 많다. 누가 감히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투기하겠는가. 퍼센트라는 절대적 수치와 가격이라는 상대적 수치를 같이 보는 게 판단의 왜곡을 줄이는 방법이다.
인간은 숫자의 마력에 약한 존재다. 누가 거창하게 숫자를 소수점까지 시시콜콜하게 인용해서 말하면, 그에게 권위를 부여한다. 진위와 상관없이 말이다. 투자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숫자를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뇌가 숫자에 그리 밝지 않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