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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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일상에 허기가 지면 그곳에 간다

광장시장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5-07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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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바퀴 일상에 허기가 지면 그곳에 간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자골목.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필자에게 일상의 한 부분이다. 성북구 안암동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출퇴근 때마다 광장시장 앞을 지난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주변을 배회하며 술을 마신다. 광교와 장교의 이름 한 자씩을 따 1905년 한성부에 등록한 국내 최초 상설시장인 광장시장은 복잡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도 가득하다. 비싼 음식은 없지만 맛있는 음식이 가게를 나와 좌판에 널렸다. 누가 이 광장시장 음식을 외면하고 지나칠 수 있을 것인가.

    종로5가 버스정류장에서 광장시장 안으로 들어서 조금 걷다 보면 빈대떡의 고소한 냄새가 길 가는 사람을 잡는다. 시장 양옆으로 들어선 빈대떡 가게와 통로 가운데 노상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막걸리와 함께 기름기 가득한 고소한 빈대떡을 먹고 마신다. 어디에도 강자는 있는 법. ‘순희네 집’이 가장 붐빈다. 빈대떡이나 전은 즉석에서 만든 것이 가장 맛있다. 만들어놓은 것을 다시 지지면 눅눅해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서양 빵에 적용되는 맛의 기준은 빈대떡에도 유용하다. 고소한 녹두와 부침용 김치, 식용유로만 구성된 단출함과 정직함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빈대떡 골목 끝에 광장시장 중심인 오거리가 있다. 사방으로 뻗은 길을 따라 순대, 비빔밥, 대구탕, 김밥, 고추장목살집이 겹겹이 모여 있다. 그중 시각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광장시장표 대창순대다. 어른 팔뚝만한 순대가 쌓여 있는 모습은 초현실주의 미술의 오브제처럼 비현실적이다. 찹쌀과 당면, 선지의 조합은 1960년대 분식 시대가 낳은 사생아다.

    순댓집 사이에 일명 ‘마약김밥’집이 있다. 작은 가게지만 광장시장에서 가장 유명하다. 본점은 광장시장 남3문 근처에 있다. 보통 김밥보다 작아서 꼬마김밥이라 부르는 마약김밥은 한 번 맛보면 먹는 것을 멈추기 힘들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작고 단단한 김 속에는 밥과 당근, 단무지, 그리고 약간의 시금치가 전부다. 밥에 제대로 간이 돼 있고 작아서 먹기도 편하다. 스시는 위에 얹은 부재료가 주가 아니고 ‘샤리’라 부르는 밥이 먼저다. 일본의 김밥말이 초밥과 마약김밥은 닮았다. 초로 간을 해 신맛이 나고 설탕을 더해 단맛도 난다. 밥이 맛있는 김밥이 맛없을 이유가 없다.

    광장시장 중앙 오거리에서 종로6가 방면으로 가는 길에는 고추장목살을 파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그중 ‘오라이 등심’은 인기가 많다. 목살을 냉동 숙성시킨 후 동그랗게 잘라서 ‘동그랑땡’이라 부른다. 목살에 고추장으로 기본 간을 해 구워먹는다. 저렴하지만 참숯에 구워낸다. 40년 넘은 가게다.



    동그랑땡 골목 반대편에는 대구탕 골목이 있다. ‘은성횟집’ 앞에는 2인분 단위로 대구탕 재료를 담아 놓은 쟁반이 산처럼 수북하다. 그 앞으로 늘어선 사람의 줄은 일상이 됐다. 두툼한 두부 위로 대구 살과 수놈의 상징인 이리가 수북하다. 그 위로 깊은 국물 맛을 내는 마른 새우들이 얹어 있다. 콩나물과 미나리는 단맛과 감칠맛을 더한다. 여기에 얼큰한 고춧가루가 더해져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대구탕이 만들어진다.

    중앙 오거리에서 청계천 방면으로 가는 통로에는 ‘채소나물보리비빔밥’을 파는 집이 늘어서 있다. 주문하면 그릇에 담아 놓은 채소와 나물 위에 보리밥을 올리고 매콤한 고추장과 고소한 된장을 섞어 얹어준다. 자연 웰빙 건강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비빔밥은 설렁탕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외식 메뉴다. 광장시장은 서민이 먹어온 소박한 외식 밥상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쳇바퀴 일상에 허기가 지면 그곳에 간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파는 빈대떡, 순대, 마약김밥(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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