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위루·양천 지음/ 하진이 옮김/ 시그마북스/ 792쪽/ 1만7500원
‘자본주의 핏줄’ 금융도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은 창조가 소멸해도 투자는 지속된다. 이 때문에 거품이 발생한다. 이 거품은 아름답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결말은 항상 소멸이다. 중국 런민대 금융학 교수로 중국 화폐정책 위원인 천위루는 “금융위기는 영원히 피할 수 없으며,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면서 “금융과 세계사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에서 금융위기는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태풍처럼 흔들고 지나갔다. 수많은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문제는 인간의 기억력이다. 지나간 금융위기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함에도 달콤한 금융 거품은 이성을 철저히 마비시킨다.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채무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마찬가지. 158년 역사에 한 해 순이익이 42억 달러를 자랑하던 리먼브라더스홀딩스는 ‘19개 목숨을 가진 고양이’라 부를 만큼 위기에 대응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고 물리학자들이 정교하게 만든 금융공학은 시장 침체와 소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촉발했지만 피해는 지구촌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레이거노믹스’를 만날 수 있다. 미국 제49, 50대 대통령 레이건은 새로운 부의 원천을 발견했다. 그것은 해외 자금과 상품을 이용해 미국인의 복지를 향상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 미국은 공짜로 먹고 마셨는데, 알고 보면 이는 세계인의 노동 결실 덕분이었다.
오늘날 금융은 국가를 넘어 세계와 촘촘히 얽혀 있다. 집안 단속을 아무리 잘해도 바깥에서 터진 위기는 거대한 파도가 돼 덮칠 수 있다. 그래서 금융의 눈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안함 루머를 벗긴다
이정훈 지음/ 글마당/ 141쪽/ 1만 원
천안함 사건이 있은 지 4년이 됐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북한 공격이 아닌 좌초나 다른 잠수함과의 추돌 등 진보와 보수의 생각도 평행선이다. 천안함과 관련한 실체와 루머를 제3자인 기자의 냉철한 시각에서 해부한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황학주 지음/ 창비/ 105쪽/ 8000원
‘피 묻은 아담한 자여/ 홑이불을 덮듯/ 혼자를 뒤집어쓰고/ 자기가 자기 무덤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세월을 지나갔구나’(‘무덤으로 쓰다’ 중). 독특한 어법과 돌발적 비유로 한국 서정시에 다채로움을 심은 저자의 열 번째 시집.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복거일 지음/ 문학동네/ 252쪽/ 1만6000원
현이립은 간암 판정을 받았지만 항암 치료를 거부한다. 이유는 글을 쓰기 위해서다. 그는 삶의 가치를 좇기로 결심한다. 그가 죽기 전 꼭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바로 암에 걸린 자신, 즉 복거일이다.
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해냄/ 240쪽/ 1만1800원
어머니는 나에게 오로지 판검사가 되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판검사보다 더 위대한 존재는 없는 줄 알고 살았다. 그리고 판검사가 대통령도 부하로 삼을 수 있는 절대존재라고 확신했다.
아랍의 봄
장 피에르 필리외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이숲/ 126쪽/ 1만7000원
26세 튀니지 청년이 분신자살하며 시작한 혁명은 전 아랍 세계로 퍼져나갔다. ‘재스민 혁명’은 철옹성 같던 튀니지, 이집트, 예멘, 리비아 정권을 붕괴시켰다. 혁명과 꽃이 독재를 이긴 이야기가 생생하다.
살아 있는 한국 신화
신동흔 지음/ 한겨레출판/ 664쪽/ 3만 원
한국 신화 속 신들은 한때 인간이었다. 무척 비루하든, 어두운 곳에 있든 제 구실을 맡은 신으로 거듭난 그들은 자신만의 이력과 사연을 지닌다. 우리 삶에 대한 근원적 철학을 담은 한국 신화 50여 가지를 만난다.